"소비자 합리적 선택 왜 막나" 해외 직구 규제에 소비자 '돌직구'

입력 : 2014-03-24 10:59:39 수정 : 2014-04-09 07: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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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 철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접구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 드라마를 본 중국 시청자들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는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3개월 5천 달러 해외 구매
블랙리스트로 국세청 통보
관세법 개정안 논란 가열


반면 정부는 외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는 해외 직접구매족(이하 직구족)들을 규제하는 듯한 정책을 내놓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해외 직구 규모가 1조 원이 넘어가면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분기별 누적 해외 신용카드 사용액이 5천 달러(약 525만 원)를 넘으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관세청에 자동으로 통보되는 관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현지에서 구입한 물품과 해외 인터넷 쇼핑몰 결제금액을 합한 액수여서 해외 직구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금까지는 1년간 1만 달러, 연 1회 통보였다.

직장인 박 모(32·여·연제구 거제동) 씨는 "주변 신혼부부가 한 독일 가전 브랜드의 인덕션을 사려고 보니 국내에서는 400만 원이고, 직구를 하면 배송료, 관세까지 포함해도 140만 원이라 구입했다고 한다"며 "요새는 신혼용품도 직구를 많이 하는데 분기별 5천 달러면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정책이 발표되자 온라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의 해외 직구 대책마련을 비판하는 글 모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ckins)은 "해외 직구로 내수시장이 죽는다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자본이 국내 노동력 대신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마당에 소비자가 싼 가격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것을 부도덕한 것으로 모는 것은 모순"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직구족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관세청은 지난 20일 해외 직구를 지원하는 통관 간소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본인 사용 목적으로 반입하는 특정 물품(목록통관 허용물품)을 현행 6개에서 10개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목록통관 허용물품에 대해서는 200달러까지 관세가 면제된다. 기존 의류, 신발류, 화장지·주방용기류, 서적·인쇄물류, 가구·조명기구류, 음악·영화CD만 목록통관을 하던 것을 완구·인형, 가전제품, 운동용품, 장신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직구족들의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해외 직구족 전 모(38·여·부산진구 전포동) 씨는 "어차피 웬만한 가전제품 등은 200달러가 훨씬 넘는데 몇 가지 품목을 더해 면세한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경험이 많은 젊은 세대들이 한국보다 훨씬 싼 외국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는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따라서 규제보다는 거품이 많이 낀 유통구조를 개선해 앞으로 더 커질 해외 직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동아대 이동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합리적으로 선택을 하는 것인데 정부가 규제를 철폐하겠다면서 내수를 걱정해 해외 직구를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내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높은 이윤을 붙여 기업 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맞춰 유통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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