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엔 찻잔 한손엔 웰빙 삼매경에 빠져볼까?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3 00: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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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찻집' 나들이

가정집 한쪽에 자리… 더울 땐 '썸머티' 인기

홍차왕자/홍차

시내의 대형 커피숍과는 사뭇 다르다. 애써 홍차 맛을 보기 위해 찾지 않는다면 갈 일이 없을 듯한 서구 서대신동 로타리의 호젓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은 것부터 이채롭다. 살던 집의 한쪽을 빼내 찻집을 만들었다는 것이 주인 신혜련(38)씨의 답변이다.

실내 규모도 15평 남짓으로 작고 아담하다. 곳곳의 틈새에 매달리고 막 던져진 듯한 소품들은 어쩌다 훔쳐본 여자친구의 속살처럼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방 왼쪽 천장의 을씨년스러운 대들보며 세면대로 활용한 장독덮개 등도 그렇다.

홍차는 국내 수입된 40여종 중 절반 가량인 25종이 메뉴판에 올라 있다.

스트레이트 계열의 아쌈과 다즐링을 비롯해 향이나 과일을 가미한 플레이버티,블랜딩 종류로 주문하면 다과와 함께 가져다 준다. 홍차가 부족할 때 다시 채워주기도 한다.

요즘같이 더울 때의 추천 메뉴는 '썸머티'. 여름 식물인 딸기와 장미꽃잎을 바싹 말려 가루로 낸 뒤 홍차와 섞었다고 한다. 새콤달콤한 맛이 오랫동안 혀 끝에 남는다.

찻값은 3천~4천원대. 20~30대 여성이 주된 단골이며 정오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30분까지 영업한다.

참고로 찻집 이름인 홍차왕자는 홍차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일본의 만화 제목에서 따왔다.

98도에서 홍차가 가장 향긋한 맛을 낸다는 사실도 상식으로 알아두자. 100도 온도의 물과 함께 2분짜리 모래시계를 가져다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051-248-6267.

중국 골동품 가게 연상 대만 직수입 25종 준비  

구운몽/중국차

숫제 중국 골동품 가게나 다름없다. 십장생이 새겨진 등받이 의자와 티베트 수도승의 문갑,청나라 거울 등이 실내의 구석구석을 장식한다. 붉은 기둥과 들보,약간 어두운 듯한 조명 등도 중국차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음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이 같은 옛 중국풍의 실내 장식은 주인인 주신자(59)씨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최근 국내에서 새롭게 부상 중인 앤틱 인테리어의 신조류. 서양화가인 주씨는 이들 골동품을 중국의 각 지방을 돌며 손수 골랐다. 실내 장식 작업도 직접 담당했다고 한다.

실내 면적은 최대 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30여평. 차는 보이와 철관음,대우령 등 대략 25종으로 대부분이 대만에서 직수입됐다. 차값은 1만원대의 일부 고급차를 제외하면 5천~7천원으로 무난하다.

요즘은 1종류의 차만 주문해도 홍보 차원에서 2~3가지를 덤으로 준다. 개업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차는 첫 맛과 끝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주씨의 주장.

이 때문에 특별히 예법을 좇기보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굳이 행동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예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대만의 '당성' 차도구 전문점을 겸하고 있으며 영업시간은 낮 12시30분~오후 10시30분. 금정구 장전동의 금강식물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경보아파트 입구를 찾으면 된다. 051-517-7836.

손님 작명 차 메뉴판에 한여름에도 냉차 'No'  

허브갤러리/허브차

라벤더 향이 늘 실내를 감싸안는다. 어쩌다 눈길을 창밖으로 돌리면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명물인 해월정과 동해바다,솔숲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여름밤이면 더욱 환상적이다.

특히 해월정 지붕 위로 교교한 달빛이 쏟아지면 감정을 좀체 바로잡기 어렵다.

한때 갤러리 입구의 골목길에도 각종 허브식물을 심었으나 지난해 태풍 '매미'가 완전히 빼앗아 갔다. 지금은 창문 너머의 테라스에만 약간의 화분을 가져다 놓았다. 널찍하고 깔끔한 실내 공간과 베이지색의 인테리어도 주인의 온정을 느끼게 한다.

손님들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사랑의 입맞춤과 겨울나그네,여인의 향기,천사의 눈물 등이 메뉴판에 그대로 올라 있으며 차값은 4천~7천원. 주문할 때는 허브에 대해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

주인인 박민규씨가 상세한 설명과 함께 알아서 골라준다. 한여름이라도 냉차를 내주지 않는 것도 허브갤러리의 독특한 상술(?). 박씨는 '냉차가 당장은 속을 시원하게 해줄 듯 하지만 더울수록 뜨거운 차 한 잔이 더 이롭다'고 잘라 말한다.

연꽃과 장미,뽕잎 등을 소재로 한 40여가지의 전통 허브차도 메뉴에 올라 있다.

허브 재료는 일체 국산을 사용한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 허브차와 각종 아로마 제품을 즉석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오후 2시~밤 12시 중 찾으면 언제나 환영받는다. 분위기를 봤을 때 20대가 많을 듯한데 단골의 90%가 30~50대 여성이라고 한다. 051-746-7464.

386세대 추억의 명소… 日 관광객에 더 알려져

소화방/전통차

소화방은 부산의 386세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명소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대학생들의 단골 미팅장소였으며 운동권의 경우 러시아 민요를 듣기 위해 즐겨 찾았던 곳이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 전통차를 찾는 일본 관광객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잡지와 광고사 등에서 소화방을 촬영해 간 것이 직접적인 계기라고 한다.

지난 83년 개점해 현재 부산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전통찻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 한 잔을 마신 뒤 실내풍경을 사진기에 담아가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 일부는 80년대 찻값을 적어놓은 명함판 메뉴판을 주문해 책갈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안태호 대표는 전한다.

최근 지금의 장소로 찻집을 옮겨왔지만 탁자를 비롯한 소도구는 그대로 가져다 배치해 옛날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메뉴는 크게 3갈래로 잎차와 말차,황차 등 순수한 전통차와 대용차,죽 종류로 나뉜다. 중국의 보이차 바람에 맞서 새로 개발한 황차가 요즘은 인기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녹찻잎을 발효시켜 색이 맑고 향이 두텁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 찻값은 3천~5천원이며 다식은 개당 500원에 팔고 있다.

중구 남포동 로얄호텔에서 길을 건너 고려보석 3층을 찾으면 된다.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30분이 영업시간. 051-246-8818.

글=백현충기자 choong@busanilbo.com

사진=정대현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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