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중독된 순간!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7: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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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요리, 온갖 음식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풍미가 느껴지죠

'2002년 월드컵 4강'과 연이은 한국선수의 진출 등으로 한결 더 가까이 다가온 터키. 그 영향 덕분인지 이젠 우리 사회도 터키문화에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중 가장 실감있게 다가온 것이 터키음식. 그 중심에 케밥이 자리하고 있다. 케밥이 터키의 전통음식이라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케밥을 아는 것과 실제로 먹어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는 답변이 의외로 많다. 환절기다. 더불어 입맛이 떨어질 때이다. 이번 기회에 이색적인 음식에 한번 도전해 보자. 부산에도 둘러보면 꽤 괜찮은 터키음식점이 여럿 있다. 맛이 빼어난데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점차 떨어지는 미각을 한결 돋울 것으로 기대된다.

터키음식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인 터키 음식의 매력은 다양성과 융합성에 있다. 이는 터키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터키는 역사적으로 한때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이 있었다. 이때 황제인 술탄의 식탁에는 매일 새로운 요리가 올라야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요리사들이 죽임을 당했다. 당연히 요리사들은 황제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독창적이고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 냈다. 그 바람에 지금의 터키 요리는 중국 못잖게 화려하면서도 가짓수가 많아지게 되었다.

어떤 음식들이 있나

먼저 케밥이 대표적이다. 케밥은 터키어로 '구이'라는 뜻이다.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을 바비큐식으로 즉석에서 굽는데 기름에 튀기는 햄버거와 달리 전용 화덕 혹은 로스터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재료나 요리방법에 따라 200여종의 케밥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케밥은 되네르케밥이다. 쉽게 말하면 돌려 구워 내는 케밥을 말한다. 긴 꼬챙이에 고기를 채곡채곡 꿰어 놓고 바깥쪽에서 열을 가해 익힌 다음 짧게 썰어 내놓는다. 이를 얇게 쓴 터키 빵 위에 올린 뒤 요구르트와 토마토 소스를 뿌리면 이스켄데르케밥이 된다. 보통은 동그랗고 납짝한 전병에 넣어 간편식으로 먹기도 한다.

다음으로 쉬쉬케밥이 있다. 쉬쉬는 우리말로 꼬챙이란 뜻이다. 쉽게 말해 꼬치구이를 연상하면 된다.

터키식 피자인 피타도 대표적인 터키음식이다. 단순한 전병에서 각종 식재료로 토핑한 현대식 피자와 똑같은 것이 있다.그러나 맛은 퓨전식 피자와 달리 담백하면서도 깔끔하다. 케밥을 싸서 먹는 얇고 부드러운 라와시와 에피타이저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이 있는 에크멕빵, 그리고 잘게 썬 고기를 양념에 버무려 얇은 빵위에 토핑하여 오븐에 구워낸 라흐마준 등이 있다.

돌마는 속을 채운 요리를 포괄적으로 말한다. 피망이나 가지의 속을 파내고 잘게 썬 고기나 채소로 채운다. 미드예 돌마는 홍합 껍데기 속에 볶은밥을 넣은 것이다. 이밖에 초르바와 필라브, 아이란, 차이 등이 있다. 초르바는 수프를 말하고 필라브는 기름이 들어간 밥을 말한다. 아이란은 식사 전에 마시는 희석식 요구르트인데 처음 먹는 사람은 다소 당황할 만큼 시큼하다. 이 음식은 입맛을 돌게 해주는 작용을 하고 마실수록 끌리는 매력이 있다. 차이는 터키식 홍차라 보면 된다.

어떻게 먹는 것이 좋나

아무래도 생소한 음식이다 보니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자신이 없거든 각 레스토랑 추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비교적 무난하다. 터키음식이 중식에 비해 향이 진하지 않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초보자 추천코스는 이점을 충분히 감안했기 때문에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특정 음식을 한정해 주문하는 것보다 조금씩 다양하게 주문하는 것이 그런대로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음식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식당과 당일의 재료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다양하게 주문하는 것은 이러한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터키음식 에티킷은 크게 까다롭지 않다. 다만 음식에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든가 음식을 식히기 위해 입으로 부는 것 등은 피해야 한다. 그외는 일반적인 식사예절에 따르면 된다.

부산지역 터키음식 전문점

카파도키아

터키 중앙의 고원지대로 신기한 모습의 바위기둥과 거대한 지하도시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이다. 금정구 남산동에 자리한 카파도키아는 바로 이 도시의 이름을 따 지었다. 지난해 1월 개업.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음식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져 단박에 명소가 되었다.

이곳의 매력은 부산 이슬람 성원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음식을 먹은 뒤 성원을 구경할 수 있어 눈과 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장점이다. 사장은 K리그 FC서울 귀네슈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시난 오즈투르크씨. 출장이 잦아 평소에는 지배인이 요리 소개 등 안내를 맡고 있다. 17년 경력을 자랑하는 현지인 요리사 2명이 맛을 담당한다. 아담하면서도 분위기 넘치는 인테리아가 장점. 매장 입구에 터키안내 관광책자도 비치돼 있어 터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점이 보너스다. 지하철 두실역에서 8번출구로 나와 범어사쪽으로 5분쯤 올라가면 주유소를 만나고 그 길 안쪽으로 흰색 페인트칠의 레스토랑이 이슬람 성원 아래로 보인다. 051-515-5981.

사라이

해운대 앰배서더 호텔 맞은편 씨클라우드호텔 3층 상가에 있다. 이곳에서는 터키 현지 요리사 3명이 요리를 담당한다. 요리사들은 서울에서 유명한 파샤레스토랑 출신 베테랑들. 각종 요리를 참숯그릴에 직접 구워 내기 때문에 향은 강하지만 느끼하지 않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점이 강점으로 내세운다. 터키에서 직접 공수한 민예품과 소품들로 장식하고 터키풍의 타일로 내부 인테리어를 구성해 깔끔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가 매력. 부산서 운영되는 터키음식점으로선 가장 큰 시설을 자랑하기도 한다. 지난 1일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음식박람회에 터키음식을 대표해 출품하기도. 가장 내세울만한 요리는 가장 일반적인 요리인 되네르케밥. 치킨을 시킬 경우 1만4천원(1인 기준), 쇠고기는 1만8천원한다. 호텔 3층에 위치해 주변 조망이 덜 시원하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051-747-9520.

베이

케밥하우스 생긴 지 3주밖에 되지 않은 신생음식점이다. 경성대 맞은편 센츄리빌딩과 한국통신 건물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 만나는 2번째 블록 패밀리마트 맞은편 3층에 있다. 이곳의 특징은 정통 화덕에다 장작불로 빵을 굽는 방식. 이렇게 하면 숯불에서 구울 때보다 화력이 더 세 빠른 시간에 빵을 구울 수 있어 영양소가 덜 파괴된다는 것. 이는 무엇보다 재료의 본 맛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의 또다른 매력은 학사 음식점답게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 실제로 음식값이 6천원~1만2천원이다. 게다가 서비스 음식도 푸짐하게 나와 어떤 요리를 시켜도 수프와 터키식 밥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서울의 터키음식점 4년 경력의 사장이 현지인 요리사 2명과 함께 직접 요리를 한다. 터키서 직수입한 전통타일 1톤으로 인테리어한 매장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051-625-0042.

글=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사진=정종회기자 jjh@

그래픽=박나리기자 nari@

도움말=정경민 카파도키아 지배인

취재협조=터키레스토랑 카파도키아 051-515-5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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