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만드는 사람들] '맥주는 '흐르는 빵'… 효모 살아 영양 높아'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5: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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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석 허심청브로이 브루마스터

맥주. 맛있게 마셔야 한다. 몇 가지 맥주 상식. 4~10도의 맥주가 최고 맛을 내고, 맥주를 종이컵에 따라 마시는 것은 절대금물. 제맛을 잃기 때문이다. 맥주는 혀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목으로 마셔야 짜릿하다. 거품은 맥주의 생명이다, 고로 맥주를 따를 때 잔을 기울이지 마라….

부산 온천장에 있는 호텔농심 허심청브로이의 허정석(41)씨는 브루마스터(Brew Master)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 맥주양조기술자. '공장 맥주'가 아니라 '하우스 맥주'를 만드는 사람이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온 브루마스터는 국내 3명. 허씨는 그 중의 1명으로 독일 뮌헨공대 석사 출신이다.

그는 "맥주는 '흐르는 빵'"이라고 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막걸리'다. "유럽의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단식할 때, 또 단식한 이후에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마신 것이 맥주였어요." 예컨대 허심청브로이의 맥주 삼총사 중 '바이첸(Weizen)'은 씹히는 맛이 나는 밀맥주다.

'보디(body)감'이 좋아 배도 부르고 또 효모가 살아 있어 영양도 그저그만이다. '흐르는 빵'이니까 이를테면 '마시는' 맥주가 아니라 '먹는' 맥주이며, 또는 '마시면서 먹는' 개념의 맥주인 것이다.

맥주 상식 추가. 흑맥주의 진한 색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맥아를 볶는 데서 나오는 색깔입니다." 상면(上面)발효, 하면(下面)발효라는 것도 있다. 고온(10~20도)에서 발효시키면 상면발효로 맛이 묵직하고, 저온(5~10도)에서 발효시키면 하면발효로 맛이 깔끔하다. 이 집 삼총사 중 바이첸은 전통적인 상면발효, '필스'와 '둔켈'은 하면발효시킨 맥주란다.

허씨에게 한국 '공장 맥주'의 맛에 대해서 물었다. "잘 만들어진 맥주들이에요. 대중을 위한 무난한 맥주지요." 비유컨대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뽕짝 같은 거란다.

왜, 일부 맥주 애호가들과 외국인들이 "한국 맥주 맛없다"고 푸념들인가? "강하고 다양한 맛을 즐기던 이들이 특징이 없어 싱겁다고 느끼는 거죠."

맥주 제조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좀 복잡하다.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자부심이 없지 않은데, 좀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덜 익은 맥주처럼 아쉽다.

맥주는 맥아 호프 양조용수 효모, 네 가지 재료로 만든다. 그 네 가지가 어울려 6천여 종의 맥주를 만들어낸단다. 네 가지가 6천종을 빚으니, 복잡하기는 하겠다. 물론 레시피가 다 있다.

그러나 빠지지 않는 것이 브루마스터의 '감(感)'이다. 그 '감'을 먹는 시대가 되었고, 그래서 브루마스터가 떠오르는 직업이 되고 있단다. 허씨는 말했다. "맥주 맛, 이제 시작되고 있을 뿐입니다."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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