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한 폭 수채화' 속으로…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3: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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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탄 절로 … 바깥세상 다 잊어

. 연꽃의 세계 '연못집'

어쩌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고는 '좋은 사람 생기면 같이 와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으십니까? '비가 오는 날 연인과 같이 가고 싶은 집'을 찾아다녔습니다.연인과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우선이겠죠. 조금 멀더라도 호젓한 곳이 좋겠고, 음식 맛까지 훌륭하다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그런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연꽃의 세계 '연못집'

경남 김해시 진례에 사진 작가들이 연꽃 사진을 찍으러 자주 가는 '연못집'(055-345-0070)이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연꽃 군락지여서 연꽃이 활짝 피는 7월의 비 오는 날에 이곳을 찾으면 정말 멋지다고 했다.

'연못집'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이런 곳을 여태 모르고 지냈나…." 입구에서 '연못집'까지는 수목에 덩굴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이 잘록하게 휘어져 있었다. 연못에는 수천, 수만의 연잎들이 연꽃들을 보듬고 있었다. 저절로 카메라 셔터가 눌러졌다. "이 모습을 어떻게 전달할까?"

이 연못은 이 집 대표 송유선(51)씨의 아버지가 만든 양어장이었다. 지금도 붕어, 가물치 같은 녀석들이 산다.

연꽃은 7월이 절정이다. 새벽에 활짝 피었다가 해가 뜨면 수줍은 듯 숨는다. 비오는 날이면 에어컨 시설을 갖춘 방갈로 네 곳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그래서 여름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 방갈로에서 비 오는 걸 바라보면 바깥세상을 잊게 된단다.

경치 이야기를 하느라 음식 이야기를 깜빡했다. '연못집'은 한방오리, 오리불고기, 오리탕을 하는 오리고기 전문점이다. 한방오리를 시키니 커다란 연잎 위에 담겨져 나온다. 오리고기 백숙에는 '연밥'이 들어가 오리 특유의 냄새가 없어지고 구수한 맛이 난다. 이런 별천지에서 먹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오리고기를 먹고 나오는 길인데, 연못집 주변에서 놀던 해오라기 한 쌍이 놀라서 후다닥 달아난다. 연인들인가? 영업시간은 낮 12시∼오후 10시. 한방오리고기 한 마리 3만5천원. 진례IC를 빠져나와 진례면사무소를 지나 송정마을에서 '연못집'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산속의 '하늘 아래 첫 집'

부산 기장군 정관면 병산리를 지나니 병산저수지가 호수처럼 펼쳐져 있다. 여기저기서 진한 밤나무 향기가 난다. 해운대CC 못 미쳐 경사진 길을 차로 힘들게 올랐다.

'하늘 아래 첫 집'(051-727-5518), 아름다운 목조건물이 나타났다. 어떻게 여기에 자리 잡을 생각을 했을까? 이 집 대표 이용기(60)씨가 강원도 두메 산골이 고향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1994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그야말로 산속 오솔길이었다. 그때 오솔길을 찾아오는 재미가 있었다는 사람도, 지금은 길이 좋아져서 좋다는 사람도 있다. 마당에는 장독대, 2층 테라스에는 예쁜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굉장히 잘 가꾸어진 느낌이다.

방갈로 이름이 '초단, 청단, 홍단'으로 재미있다. 별채의 이름이 '마구간'인데 실제로 마구간이었단다. 그러면 거기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뭐가 되지? 편안한 느낌이다. 의자나 파라솔에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홍보물을 사용하지 않아 여기서는 광고 하나 만날 수 없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쉬었다 가라는 배려다.

이 집의 대표 요리는 참나무를 이용한 훈연구이인 '징키스칸'이다. 그런데 고기를 먹기 전에 김치에 먼저 손이 간다. 살짝 얼음이 언 묵은 김치가 아삭하게 씹힌다. 일년 365일 묵은 김치가 나오는데 김장을 30t씩 담근단다. 박수제비와 된장찌개를 먹어 보았는데 정갈하고 맛이 있다.

방갈로의 벽이 있어야 할 곳에 통유리가 놓여 있다. 창 밖으로 푸른 숲이 내다보여 무척 시원하다. 이 창으로 비가 떨어진다는 말인데, 비가 왔으면 좋겠다. 주말에는 대기표를 받고 기다릴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장어구이 1인분 2만원, 박수제비 5천원. 징키스칸 반 판에 4만원. www.ginggiskan.co.kr.


·그 밖에 갈만한 곳

△경남 양산 덕계의 채식 전문식당인 '잎새바람'(055-386-5695)도 연인과 함께 갈 만한 곳으로 꼽힌다. 비 오는 날 토속적인 이 집의 별채에서 먹는 느낌이 특별하다.

△부산 기장군 연화리의 포장마차촌 집 중 하나인 '송정할매집'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해산물과 전복죽을 먹으며 바로 앞의 바다로 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부산 강서구 강동동의 전원 레스토랑 '인마이메모리'(051-973-9986)도 비가 오는 날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이다. 지금은 주변의 벼가 자라 초원의 집이 되었다고 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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