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蔘과 鷄 뭉쳐서 삼복더위 湯湯~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3: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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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앞두고 가볼 만한 부산의 삼계탕 맛집

한국의 여름철 대표적 보양식 삼계탕.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입맛이 떨어질 때 먹는 것이 삼계탕이요,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더위를 이기려 먹는 것이 삼계탕이다. 삼 십도, 삼복더위에 삼계탕이니, 언필칭 '삼' 자 돌림이다. 오는 19일이 초복이렷다.



△ 배우 이정재가 몸을 만든 곳

'해운대소문난삼계탕'(051-741-4545) 집에 두 명과 함께 갔다. 낮 12시 인근에서 만나자 했는데 상대쪽에서 그런다. "그 집 줄서는 집이라서 일찍 가는 게 좋다." 그래서 오전 11시 30분에 만나 낮 12시 이전에 그 집에 들어섰다. 테이블 위에 그릇이며 물수건이 쫙 깔린 것을 보니 예약 손님들이 많은 모양이다. 주인이 "점심 때 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보니 손님 맞을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삼계탕 9천원, 한방삼계탕 1만1천원, 홍삼삼계탕 1만3천원. 삼계탕 메뉴에 적힌 3가지를 모두 시켰다. 그냥 삼계탕 맛은 깔끔하니 고전적이었고, 한방삼계탕은 이집에서 직접 달인 각종 약초를 넣어 진한 약 맛이, 홍삼삼계탕은 홍삼의 맛이 우러났다.

동석한 동길산 시인은 "맛있다"고 간단히 말했다. 마주 앉은 해운대구보의 조미숙 편집실장이 말했다. "이 집 유명하더라구요. 영화배우 이정재씨가 부산에 내려와 영화 '태풍'에서 웃통을 벗고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 몸을 만들기 위해 하루 두 끼를 이집에서 먹었다더군요." 나오는 길에 보니까 이 집 입구에 비치해 놓은 간이 의자에 손님 15명 안팎이 벌써 줄을 지어 있다. 바쁜 주인과는 말도 제대로 주고받을 수 없었다. 오후 3시께 다시 가보니 주인은 출타중이었다.



△ 줄 지어 조공하니 맛의 권력(?)

과연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 삼계탕 집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맛의 권력 앞에서 사람들이 조공하듯 길게 줄을 지어 서서 먹겠다고 야단들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2시께 부산 동래구청 인근의 동래삼계탕(051-555-2646) 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들어가는 골목부터 연방 들어오는 자동차들과 사람들로 붐볐다. 대기표를 나눠주는 남자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보니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기 손님들을 헤아려 보니 60명 가까이 됐다. "이렇게 줄을 설 정도로 이 집 삼계탕이 맛있냐"고 한 손님에게 물어보니 "그렇지 않으면 왜 줄을 서겠느냐"고 퉁명스럽게 받았다. 그러자 옆에 있는 다른 이가 "이 집의 삼계탕을 먹으면 우선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그게 맛있는 집이라는 소리 아니냐"라고 했다.

맛 있는 집에서는 "에게게"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맛 없는 집에서 비로소 "아 이전의 그 집 음식이 맛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간혹 있다. 맛 있는 집과 맛 없는 집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데 그 한 장 차이는 큰 셈이다. 그러나 맛 있다고 소문난 집이 이름 값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동래삼계탕 집의 삼계탕은 집 이름을 내세운 동래삼계탕이 1만원, 궁중약삼계탕이 1만2천원이었다.



△ 외국인도 드나드는 곳

부산 중구 남포동은 부산의 구도심에 있는 동네다.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든다. 남포삼계탕(051-245-5075)은 이른바 남포동 뒷골목에 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표어를 내건 자갈치시장 아치 건너편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광복로의 빵집 '비앤시'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 피프광장 쪽으로 몇 발만 가면 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점심 때를 훨씬 지난 시간이지만 식당 안에는 40여 명이나 있었다. 20대들도 많고 여하튼 다양한 연령층이다. 그중 할머니와 같이 온 할아버지는 저고리 단추를 시원하게 풀어 놓은 채 '삼계'의 살을 발라내고 있다. 조금 있으니까 20대로 보이는 외국인 3명이 들어와 삼계탕을 시킨다. 짧은 바지를 입고 배낭을 맨 모습이다. 주인은 "외국인들도, 연예인들도 곧잘 온다"며 "아, 이름이 뭐더라, 조금 전만 해도 프로야구 선수 한 명이 삼계탕을 먹고 갔다"고 했다.

이 집 삼계탕은 담백했다. 일반 삼계탕이 1만원, 특미 전복삼계탕은 1만5천원. 전복삼계탕에는 지금 철에 한창 물이 오른 전복을 넣은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시아버지 때부터 삼계탕 장사를 해왔다"며 나름대로 전통있는 집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 삼계탕 집들도 많고 종류도 많다

한방삼계탕으로 유명한 곳이 '이철한방보양삼계탕'(051-646-8005) 집이다. 원래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있었는데 2년 전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부산교통공사 인근으로 옮겼다. 부산 중구 중앙동의 사십계단 앞쪽 '이화설렁탕'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면 곧바로 '대궁삼계탕'(051-463-9444)이 있다. 주변에 근무하는 샐러리들과 중앙동 인쇄골목 사람들과 문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다. 1만원짜리 삼계탕에 비싼 오골계삼계탕(3만원)도 있단다.

반계탕이란 게 있다. 말 그대로 삼계탕의 반(半)이다. 삼계탕은 양이 많다, 칼로리가 높다는 다이어트족이나 양이 적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반계탕 값은 반값보다 조금 더 한다. 호텔들에서도 다양한 삼계탕을 내놓았다.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051-810-6330)는 '황기녹두삼계탕'을,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의 뷔페 레스토랑 '씨스케이프스'(051-743-1234)는 전복삼계탕과 상황버섯삼계탕을, 코모도호텔 한식당 '한국관'(051-461-9747)은 한방삼계탕,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한식당 셔블(051-749-7437)은 전복삼계탕을 선보이고 있다.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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