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 커피하우스 '이튼밸리'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3: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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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 꾸민 예술품 … 일본인도 감탄한 단팥죽

클래식 음악이 조용하게 흐르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사람 키보다 큰 창이, 그러니까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높이의 시원한 창이 6개나 되고, 그 창으로 세계의 빛이 온통 쏟아져 들어오는데 마침 바람이 부는 것이다. 창밖의 푸른 나무가 흔들렸다. 잎들이 제각각의 춤을 추는 것을 따라 마음과 몸은 한결 가벼워지면서 시원해졌다. 밖은 더울 것인데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보는 일은 말할 수 없이 사람을 편안하고 한가롭게 했다. 은은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사위를 더욱 적막하게 만들었다.

세상과 떨어진 낯선 곳, 한가한 곳, 여유가 있는 곳! 저쪽 자리에 세 명의 여성이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그 도란도란거리는 소리는 정직한 지상의 소리였다.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신도중학교 앞 커피하우스 '이튼밸리'.

동행한 부산공간화랑의 신옥진 대표가 말했다. "벽면을 보세요. 예사롭지 않아요." 벽면에 김종식 이우환 장욱진의 그림들이 걸려 있으며, 박종배의 조각작품은 한쪽에, 일본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입체 작품은 카운터 위에 놓여 있었다. 덴마크의 그릇들과, 시인 박청륭 이수익의 시집들이 있다. 인터리어 소품들, 그리고 공간의 꾸밈새가 품위 있다.

이 집 주인 최민지(50)씨는 가구업에 20여년 종사하면서 유럽 출장을 참 많이 다녔는데 그때의 노하우와 보고 배운 것들이 '이튼밸리'의 분위기와 품위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2층에는 여성들이 '어머, 어머!' 하고 감탄할 만한 국내외의 수많은 생활 소품들이 있다. 판매하는 것들이다. 2층 입구에 아기 옷이 옷걸이에 걸려 있다. "요 작은 것을 보면 너무 예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 집에 허만하 시인, 박청륭 시인, 추리소설가 김성종씨 등의 문화인들도 많이 드나든단다. 부산공간화랑 신 대표는 "이 집에서 단팥죽을 먹은 적이 있는 일본 도쿄의 화랑 관계자는 도쿄 긴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맛이라며 감탄을 하더라"고 했다. 커피가 5천~8천원, 유기농 음료가 7천~8천원, 토스트(6천원) 아이스크림·팥빙수(8천원)도 있으며 맥주(6천, 8천원)와 와인(5만~10만원)도 있다.

이 아늑한 공간은 주인 최씨가 2년여에 걸쳐 직접 설계를 해서 지었다. 6개의 창문에 대해서는 자신을 한단다. 정성을 들인 독일식 창문으로 방음과 방온이 아주 좋다. 이 집을 찾은 날, 창문으로 바깥 풍경과 빛은 쏟아져 들어왔으나 바깥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실내에 작은 에어콘을 하나만 틀어놓았는데 은은하게 쾌적했다. 최씨는 "바닥에 보일러도 깔아 놓았다. 겨울 또한 은은한 열기로 분위기가 더욱 안온하다"고 했다.

카운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젊은 할머니'(?)는 알고 보니 최씨의 79세 어머니다. 그 연배의 부모가 있는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곧잘 부러워 한단다. 사람들은 모녀가 함께 일하는 이 공간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051-746-0349.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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