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진구 부전동 '종가집'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3: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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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생선으로 국 끓여 … 막걸리 발효 식초 자랑거리

식사를 마친 지인들은 거의 '무장해제'(?) 상태였다. 얼굴이 상기된 채 대단히 흡족한 표정이었다. "이 집 생선국 죽여준다. 식사는 했어요? 언제 이 집 생선국 한 번 먹어봐요. 끝내 준다니까." 그렇게 침을 꼴깍 삼키며 기억해 둔 집이 '종가집'(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이다. 알고 보니 입소문을 제법 타고 있는 집이었다.

'생선국'(1인 8천원)이라는 메뉴 이름이 특이하다. 생태탕 아구탕 메기탕이 아니라, 번지도 주소도 없는 그냥 생선국인 것이다. 여기에 주인 김순옥(53·사진)씨의 음식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제철의 싱싱한 재료가 최고지요. 바다에도 계절이 있잖아요. 겨울에는 생태 물메기, 봄에는 도다리, 여름에는 참가자미 식으로요." 제철의 싱싱한 생선으로 끓이는 국이니까 통칭 '생선국'이라는 말이다. 또 다른 비결이 있으니, 그것은 뼈와 살에서 생선의 숨은 '단맛'이 제대로 나오도록 생선을 특이하게 써는 것이다.

참가자미를 넣은 생선국을 먹었다. 해초인 몰(잘피 혹은 진저리)이 잔뜩 들어가 있어 시원한 국물 맛 위로 바다향이 밀물처럼 밀려와서는 목구멍 속으로 잦아들었다.

국 맛을 보기 전에 주인 아주머니가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 주었다. 갈색에 가까운 이게 또 비법의 식초다.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이 식초가 국 맛을 엄청 좌우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하나의 생선국 맛을 이루는 게 그렇게 갖가지였다. 그걸 하나로 뭉떵거리면 '정성'이다. IMF 이후 은행 지점장이던 남편의 갑작스런 실직, 식당을 하기로 마음 먹고 창원의 유명한 식당을 몇 차례나 가서 먹어보았던 기억, 우여곡절 끝에 다른 식당에 가서 10일간 설거지를 하면서 비법을 배웠던 일 등의 뒷얘기가 많았다.

지금의 이 집 반찬은 간간하고 간소하니 여름 입맛에 적당했다. 다시마무침 열무김치 꽈리고추 고추된장버무림 배추무침 고사리무침 등 10여가지의 맛이 가볍고 깔끔했다. "음식 맛 별거 아니에요. 짜거나 싱거우면 안 돼요. 무엇보다 간이 맞아야지요." 그래서 소금 맛이 중요하다. 천일염을 가져와 직접 간수를 빼서 사용하고 있다. 소금을 적극 이용한 것이 주 메뉴에 드는 생갈치찌개(1만2천원)와 생갈치구이(1만5천원)다. "좀 비싼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맛이라고들 하지만 일부 여자 손님들은 좀 비싸다고 한다"고 김씨는 솔직하게 말했다.

돌솥밥(8천원) 등의 식사류뿐 아니라 네 가지 버섯과 들깨 매운고추가 들어간 '버섯전골'(2만, 1만5천원), 해물과 찹쌀가루 등이 어울린 '파전'(1만5천원), 구수한 된장 양념이 올려진 '가오리찜'(1만5천원), 정력에 좋다는 돌문어(3만, 2만원) 등 안주류도 꽤 있다. 서면 영광도서 앞 골목을 50m 들어가, 오른편 주왕산삼계탕 옆의 작은 골목 안에 있다. 낮 12시~오후 10시 영업. 051-816-3677. 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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