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혼자면 어때, 맛있기만 한 걸!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4: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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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짱 카레'에는 계란 후라이를 살짝 얹어준다.

"혼자 오셨어요?"

차라리 '나 홀로 집에'가 낫지 '나 홀로 밥 먹기'는 쉽지 않다. 다른 손님들이 쳐다보는 것 같다. 서일본신문사 고야 유키코 기자는 "일본에는 혼자 식사하러 가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없다. 회사 동료하고도 시간이 맞으면 같이 가서 먹지 한국처럼 같은 부서 사람들이 다 같이 가서 먹는 경우는 잘 없다. 일을 같이 하다 식사까지 같이 하면 계속 일하는 느낌이 든다. 혼자 식사하며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쿨하다.

외근직이어서 거의 혼자서 밥을 먹을 때가 많다는 직장인 조광제씨에게 어디서 식사를 하는지 물었다. 조씨는 "혼자 먹을 때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는 집, 나 말고도 혼자 오는 손님들이 있는 집이 좋다"고 말한다. 조씨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맛집 블로그(http://blog.naver.com/ryanjoh)까지 운영하고 있다. 회사원 박성원씨는 "일식집에는 혼자 가도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또 가끔은 한잔씩 주고 받으면서 별 볼일 없는(?) 인생사에 대해서 애기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동서 만나는 일본 카레와 돈가스

혼자서 밥 먹을 때 어딜 가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집이 부산 중구 중앙동 '겐짱 카레'이다. 아담한 규모의 겐짱카레는 일본풍의 집이어서 분위기 전환에도 좋겠다.

일본인 부부 요시다 겐지와 사치코씨 부부는 부산이 좋아서 무작정 눌러앉았다는 분위기파. 가게를 둘러보니 일층에는 테이블 2개에 벽쪽에 붙은 일인석 2석을 포함해도 10석밖에 안된다. 지난해에 2층까지 확장했다.

2층에는 창을 내다보는 좌석 4석이 있어 혼자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창밖으로 오래된 중앙동이 보인다. 수저를 개인별로 따로 챙겨서 가져다 주는 정성을 다한 서비스가 맘에 든다. 먼저 나오는 미소국물이 괜찮다.

돈가스는 바삭하고 카레는 달착지근하면서 매콤하다. 일본 맥주를 한 잔 곁들이니 더욱 어울린다. 혼자와도 좋은데, 다음에는 누굴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겐짱카레 4천500원, 고로케 카레 5천원, 돈가스 카레 5천5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3시30분, 오후 5시 30분에서 8시이다. 일요일은 쉰다. 중앙동 지하철역 13번 출구로 나와 소라계단 오른쪽. 051-461-0092.

· 혼자 와 친구가 되어 나가는 오뎅집

부산에서 유명한 오뎅집들을 다룰 때 한번 소개했던 남구 대연동의 '미소오뎅'도 혼자 갈 만한 곳으로 추천을 받았다. 점심 시간 무렵과 저녁 시간에 각각 한번씩 찾아가 보았다.

오전에 갔을 때는 양재원 사장이 아직 오뎅의 국물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았다고 난처해했다. 하지만 손님이 없는 탓에 넉넉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미소오뎅에는 둘이서 앉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은 딱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 자리는 빙 둘러앉아 먹어야 하기에 혼자 와도 편한 집이다. 다닥다닥 붙어앉아야 하니 따로 온 사람들끼리도 쉽게 어울릴 수밖에 없다. 저녁시간에 갔을 때는 예상대로 옆자리 손님과 인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게 되었다. 양 사장은 "손님들끼리 쉽게 어울리다 보니 친구가 되는 건 물론이고, 골든벨을 울리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버섯오뎅, 오징어 오뎅, 해삼 오뎅등 온갖 오뎅이 다 있다. 식사로는 3천원하는 비빔국수의 면발이 좋고 맛도 괜찮다. 다음에는 냄비우동(3천원)도 먹어봐야 겠다. 지하철2호선 대연역 5번 출구로 나와 쌍둥이돼지국밥 맞은편. 051-902-2710.

·건강에도 좋은 일본 라면집

부산에서 점차 늘어나는 일본 라면집. 아직까지는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쳐놓은 곳은 없지만 혼자서 식사하기에도 편안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혼자서 하는 식사도 즐기는 일본인들의 취향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돈코츠 라면(5천원) 단일 품목을 판매하는 부산대 정문앞의 일본 라면집 '우마이도'에는 전체의 10%가 혼자 오는 손님이란다. 돈코츠 라면은 하카다항의 부두 노동자들이 빨리 먹고 일을 하러 가기 위해 만들어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바쁜 직장인들이 혼자 와서 먹고 가는 것도 어울려 보인다. 우마이도의 벽면과 주방 앞 테이블에는 혼자 와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돈코츠 라면의 육수는 돼지국밥 국물과 흡사해 서로 통한다. 부산대 정문 앞 먹자골목. 051-514-8785.

부산대 지하철역 3번 출구로 나와 라퓨타 아일랜드 건물 맞은 건물 2층에 있는 '닌자라면'에도 혼자 오는 손님들이 많다. 닌자라면에서는 시오라면(3천500원), 쇼유라면(3천500원), 미소라면(4천원)을 모두 맛볼 수 있는게 장점이다. 창밖을 볼 수 있게 만든 카페 같은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051-516-0949.

·언제 가도 괜찮은 돼지국밥집

부산에서 가장 흔하다는 돼지국밥집은 혼자 가기에 괜찮은 집으로 꼽힌다. 그 맛과 가격이 대중적이고 편해서일까?

돼지고기 수육을 함께 파는 양정 지하철역 부근의 돼지국밥집 '늘해랑'에 가 보았다. 늘해랑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집이다. 원래 이름은 '태화장'인데 늘 해와 함께 살아가는 밝고 강한 사람이란 뜻으로 바꾸었다. 늘해랑의 돼지국밥 국물은 맑고 담백하다.

수육의 고기도 예사롭지 않고 수육을 싸먹는 양념도 달착지근한 게 입맛을 돋운다. 따로 파는 순대(1인분 5천원)의 맛도 좋다. 순대국밥이 4천500원. 이 집에 가면 역시 수육백반(6천원)을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051-863-6997.

혹시 혼자 식사하게 된다면 눈치보지 말고 맛있게 먹자. 나는 이 도시에 여행을 온 이방인이라 생각하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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