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금정구 구서동 '소문난 촌국수'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4: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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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가지 재료 끓여낸 육수에 곁든 김치도 별미

테이블 6개, 상 2개를 갖춘 조그마한 집이다. 몇 번 지나친 집인데 한 식객이 "내가 가 본 집 중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맛 있다"고 꼽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그 집에 토요일 점심때 갔다.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바지락국수, 물국수, 칼국수를 시켰다.

'바지락국수'의 국물 맛이 진했다.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 국의 색깔이 반투명할 정도다.

바지락 북어 버섯 부추 호박 김 양파 마른새우 단무지 깨가 어우러져 감칠맛이 돌았다. 어떤 깊은 맛이 구미를 아주 강하게 당겼다. 초등생 아이가 국물을 한 숟가락 떠고서는 "시원하다, 맛있다"고 했다.

갖은 재료가 들어가 해장용으로도 좋을 듯 싶었다. 바지락국수는 난이도가 있는 음식이었다.

국수 면발이 너무 퍼지면 맛이 없어 뜨거운 국물과 면발이 잘 어울리도록 끓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면발은 꽤 부드러워졌지만 먹기에는 괜찮다.

부산의 많은 국숫집들처럼 매운고추 썬 것을 내주는데 그것을 국수에 적당하게 넣어 먹는 입 맛이 또한 괜찮았다.

물국수는 양푼이에 담겨 나왔다.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아 내주는 육수를 적당량 부어서 먹는다. 육수 맛은 멸치 향이 많이 나면서 깊었다. 바다 수면에서 난반사로 놀고 있는 햇빛처럼 멸치의 비늘이 번득거리는 것 같았다. 15가지 재료를 넣어 장시간 정성껏 끓여낸 육수이기에 버리지 말라는 설명과 부탁이 벽에 방처럼 붙어 있다.

주인 최정화(52)씨는 "다시마 명태를 많이 넣고 육수를 우려내면 조미료를 하나도 안 넣어도 된다. 멸치도 A급 재료를 쓴다"고 전화 취재를 통해서 말했다.

정구지 김 깨의 고명이 올려진 물국수가 수수하게 잘도 넘어간다. 칼국수는 손으로 반죽한 밀가루를 기계에 넣어 면을 뽑았다. 약간의 밀가루 향이 감도는 게 신경 쓰였지만 칼국수의 국물 또한 시원했다.

김치 반찬 하나로 먹는데 작은 옹기에서 먹을 만큼 들어 먹는 김치 또한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웬만한 국숫집에서 볼 수 있는 김치 이상이다. 이 집 멀리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모든 메뉴 3천~4천원. 오전 10시~오후 10시 영업. 지하철 1호선 구서동역 4번 출구로 나와 범어사 방향 20m쯤 가서 오른쪽. 여기는 자동차가 밀리는 이면도로이다. 051-512-6332.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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