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범어사 밑 '청솔가든'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4: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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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가지 재료 넣은 두부전골에 계절 반찬 '깔끔'

풍경이 멋졌다. 개울 건너 창밖으로 삼나무가 눈앞에서 키 크게 천천히 흔들렸다. 마음이 설?다. 사람과 나무 사이에 있는 창틀에 무당벌레들이 잔뜩,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무당벌레는 환경의 지표다. 그만큼 주변 환경이 좋다는 말이다. 환경처럼 음식이 깔끔했다. 깔끔한 맛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경남 합천의 고향에서 장을 가져온다고 했다. 주인의 어머니가 담그는 장이라고 했다.

장은 한국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토대다. 그 장의 맛이 음식의 맛을 좌우하여 반찬이 정갈했다. 음식을 먹는데 치솔질하듯 입속이 깔끔해졌다.

범어사 내려오는 길에 있는 청솔가든. 13년째 자매와 올케, 3명이 의좋게 운영하고 있는 집이다. 이 집의 제1 메뉴는 매일 직접 만드는 손두부다. 두부의 맛이 깊었다. 이런 것이 두부였다. 접시 위에 물기를 머금고 가지런하게 놓인 두부의 음영이 눈부셨다. 맛깔스러운 김치를 올려 먹는 두부 맛이 그저 그만이었다. 두부가 고소해 주말이면 손두부에 막걸리 한 잔 하러 오는 등산객들이 많다. 딸림 반찬으로 나오는 두부전은 특이하게 두부를 부침 반죽과 어우러지게 채소를 넣고 구운 것인데 맛이 고소하여 혀를 착착 감았다.

두부와 함께 직접 만드는 도토리묵은 쫄깃했다. 동행한 이는 "도토리묵이 쫄깃하다니?"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먹어 보고는 "진짜 쫄깃하군"이라고 말했다.

두부전골(2만, 2만5천원·사진)의 맛이 탐할 만했다. 두부와 함께 그 속에 온갖 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홍합 게 굴 미더덕 바지락 호박 표고버섯 대파 배추 콩나물 양파 무 팽이버섯 당면 오뎅 고춧가루 다진마늘 미나리…. 스무 가지는 되지 싶었다. 바다와 육지의 많은 재료들에서 우러나오는 맛은 아낌없이 깊고 깔끔했다.

주당들이 찾는 시원한 맛의 제격이었다. 채소가 상큼하게 아삭거렸고 궁핍한 속이 만족스러워졌다. 두부전골의 육수를 우려내는 법도 특색이 있었다. 황기 무 양파, 그리고 산초를 넣어 육수를 우려낸다고 한다. 향이 강렬한 산초를 넣다니? 이 집의 노하우가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육수에서 산초의 강렬한 향은 나지 않는 것이다.

깻잎 고추지 따위의 숙성 음식은 고향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계절 반찬이 모두 맛깔스럽고 깔끔하다. 서리를 맞은 배추 나물이 들큼했다. 식구들을 꼭 한 번 데려가고 싶은 곳이다. 손두부 7천원, 두부백반 모둠비빔밥 각 2인 1만3천원, 도토리묵 8천원, 파전 묵채 각 5천원, 한방닭백숙 한방오리백숙 오리불고기 각 3만~3만5천원. 범어사 일주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의 거의 마지막 지점에 있다. 오전 10시~오후 10시. 주차장 구비. 051-508-6003. 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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