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팀, 영도다리 건넜다! 영도토박이들의 숨겨진 맛집

입력 : 2009-01-15 00:00:00 수정 : 2009-01-15 14: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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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즐거운 영도 맛집

영도는 섬이다. 섬이라는 밥상 위에 맛나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다. 영도의 음식은 대체적으로 서민적이었으며, 바다 냄새가 진했다. 또한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들어온 음식들이 '영도 삶의 빛깔'을 얼비추고 있었다. 왼쪽부터 맛깔나는 음식의 '예당'

어릴 때 시험친 뒤 고생했다고 엄마가 데려오고는 했다 그 맛이 들어 지금도 찾아…

영도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넘실대는 물을 건너는 것이어서, 하나의 운명을 건너는 것처럼 설렐 때가 있다. 영도의 많은 음식들이 또한 사람을 설레게 했다. 그 음식들은 서민적이었다. 특히 나름의 유래를 지닌 것들이 있었는데 그 음식들은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물을 건너온 것들이었다. 영도의 음식은 처음에는 "별거 없다"는 느낌이었지만 나중에는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이번 취재는 일부분을 더듬는 데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만들었다.


·세월이 구수하게 농익은 서민의 맛

△'서울집'=이곳은 보물찾기 지도를 읽듯 찾아가는 소곱창집이다. 부산대교 너머 봉래시장의 틈바구니에 아는 사람들의 꿀단지같이 '숨어 있다'(?). 2대 47년의 역사. 영도에서 가장 오래된 맛집일 것이다.

고운 눈매에 말씨가 서글서글한 주인 이영희(59)씨는 "27년 장사를 한 어머니(87)를 이어 제가 또 20년을 하고 있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 3시께 20대 여성 두 명은 "어릴 때 시험친 뒤 고생했다고 엄마가 데려오고는 했다. 그 맛이 들어 지금도 찾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 집 손님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곱창전골이 걸쭉하면서 혀에 맛나게 감겼다. 곱창과 당면, 시금치가 어우러진 것이 어김없이 한 술잔 당기게 한다. 과일들과 고추장 생강 마늘 등 10여 가지 재료를 섞은 양념장이 비법을 품었다. 펄펄 끓이고 식혀 냉장고에서 2~3일간 숙성시킨 양념장인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별것인 그런 양념장이다.

이 양념장이 소뼈와 채소에서 우려낸 이 집 특유의 육수 속에서 곱창과 한몸이 되어 걸쭉한 국물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곱창을 먹은 뒤 밥을 볶아 먹거나, 각 1천원짜리 사리(우동 당면 라면)를 넣어 먹는 것도 일품이다. 원래 이곳은 곱창골목으로 웬만한 영도 터줏대감들은 다 아는 곳이다. 지금도 시장 쪽 골목 입구에 '곱창센터'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이전에 대여섯 집이 있었으나 지금은 서울집과 30년 된 '경주집', 단 두 곳만 있다.

곱창전골 6천원, 곱창버섯전골 곱창볶음 각 7천원. 소곱창을 못먹는 이들을 위한 메뉴로 (돼지)등갈비전골(2만5천, 1만8천원)이 있다. 부산대교 바로 건너 오른쪽 주유소 위편 일방통행길(한국해양대 이정표 있는 곳)로 들어가 70~80m 전방 빨간벽돌건물 있는 지점, 5층 동진아파트 아래쪽 너비 1m의 골목 안에 있다. 해동병원에서는 병원 옆 골목에서 대교동 쪽으로 100m 내려와 오른편 럭키마트와 협립우산 사이 골목에 들어서면 빨간벽돌건물이 보인다. 오전 11시~오후 10시 영업. 051-416-4845.

·물회 "포항과 제주에서 왔다"

영도에서는 바다 냄새가 진하다. 물회는 바다 냄새가 훅하고 끼치는 영도의 대표적 음식이다. 포항물회와 제주물회는 영도에서 물회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외지 음식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섬 영도가 열린 곳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물회의 역사는 30여년을 헤아린다.

△'포항물회1번지'=이 집은 25년 역사를 자랑한다. 고모 어머니 아들에 이르기까지 인척간에 맥을 이어온 집. 이들은 모두 포항 출신. 현재 사장 박준규(30)씨의 형이 부산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저인망어선을 부리고 있다. 그 어선이 잡아온 싱싱한 고기를 횟감으로 쓰고 있다고. "자연산 회도 우리집의 별미"라고 박 사장은 귀띔했다. 물회가 여름 음식이라는 것은 물정 모르는 편견이다. 겨울철의 낮 1시, 빈자리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여름에는 오죽이나 줄을 설까. 이 집의 물회는 가자미를 주로 넣는 포항 현지의 물회와 조금 다르다. 눈뽈대(아카무츠 혹은 빨간고기)와 가자미를 7 대 3의 비율로 섞는 부산식으로 정착했다. 탱자가 회수를 넘으면 귤로 바뀌는 이치와 같다.

부산식 포항 물회가 시원했다. 각종 채소가 입속에서 아삭거리며 기분좋게 부숴졌다. 매운탕도 싱싱하고 시원한 맛이다. 물회를 먹는 방식은 3가지(회무침 회밥 물회)로 다양하다. 물회도 또한 한치물회 고둥물회로 다양하다. 영도 중리의 '포항물회전문'(051-405-9077) 집은 이 집 사장의 작은아버지가 하는 곳. 물회 6천~8천원. 남항동 제주은행 골목. 오전 11시~오후 10시 영업. 051-412-5052.

△'탐라자리돔물회'=제주 출신이 운영하는 자리돔 물회집이다. 20년 가까이 됐다. 투명한 붉은색이 감도는 자리돔 회가 꽤 많이 들었다. "뒷맛이 고소하고 개운하지 않느냐"라고 여주인 허순옥(50)씨가 물었다. 자리돔은 매일 들어오는 것으로 자리돔물회(7천원)가 싱싱했다. 깻잎의 향과 잘 어울렸다. 여름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그 맛이다.

자리돔물회는 제주의 음식. 1948년 제주 4·3항쟁 이후 제주 사람들은 부산으로 흘러들었다. 그래서 영도에 '제주은행'이 있다. 고향 맛을 못 잊는 이들을 위해 30년 전 '부흥식당'(051-417-0227, 영선아래교차로 인근, 부산닷컴 검색 가능)이 자리돔물회를 먼저 시작했으며 그 다음이 이 집이다. 지금은 댓 군데를 헤아린다.

딸 김미영(32)씨는 "원래 제주 사람들이 찾던 자리돔물회를 이제 부산 경남 사람들이 90% 이상 찾고 있다"고 했다. 부산 음식으로 정착한 것이다. 자리돔물회는 된장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포항물회와 양념장이 다르다. 자리돔의 맛을 한껏 느껴보라고 내놓은 자리돔 통마리가 특징 있다. 영도대교에서 직진, 영도병원 지나 만나는 첫 횡단보도에서 오른쪽 골목 접어들어 100m쯤 가면 오른편에 있다. 오전 9시~오후 10시 영업. 051-413-7900.

·'팥칼국수'는 전라도에서 왔지만…

△'미가'=이 집의 팥칼국수는 소문이 났다. 원래 팥칼국수는 전라도 음식이다. 새알 빚을 쌀이 없어 대신 칼국수를 넣었다는 것. 영도 토박이인 이 집 이성우(45) 사장은 "영도에 전라도 사람들이 90년대 초부터 많이 늘었다"고 했다. 팥칼국수는 그때 들어온 음식일 거라고 했다.

이 집 음식은 특이하게 지역이 막 뒤섞여 맛을 낸다. 이 집의 칼국수 면발이 향긋할 정도로 아주 구수하고 쫄깃하다. 밀가루에 검은콩 검은깨 검은쌀을 섞어 반죽을 한 뒤 하루를 숙성시킨 것이다. 면에 콩가루를 넣는 것은 이 사장의 어머니 고향인 경북 안동 일대의 방식. 그의 어머니는 초량 옛 침례병원 인근에서 20년 장사를 했단다. 그런 사연이 전라도 식의 팥칼국수에 안동식의 구수한 면발이 들어간 이 집 팥칼국수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또 팥은 노포동 장을 통해 하동산(産)을 가져온단다. 점심 저녁 그때그때 삶아 팥칼국수로 내놓는다.

이 사장은 "겨울철에 우리집은 칼만두를 더 잘한다"고 했지만 이 팥칼국수의 맛이 썩 좋았다. 대체 칼만두는 어떤 맛일까. 칼국수와 만두의 결합인 칼만두의 면발 역시 안동식의 면발이다. 정확히는 안동식에 이 사장의 방식을 가미한 것이다. 검은콩에다가 검은깨 검은쌀 가루까지 더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의 이 집 음식은 중심 이동을 한다. 강원도 봉평에서 메밀 재료를 가져온다는 막국수. 영도 토박이들에게 "참 맛있다"며 이미 소문이 나 있었다. 이 집 음식은 강원 전라 경북을 한데 아우르는 '영도의 맛'을 내고 있다고 할까. 매일 영선 2동의 독거노인, 장애인 5명에게 무료 급식을 1년 이상 하고 있다니 주인의 마음씨도 한 맛을 내고 있다. 영선아래교차로 인근. 오전 11시~오후 9시 영업. 051-413-8028.

·영도의 음식 맛깔 파노라마

△'예당'=이 집 음식은 여러 가지였다. 음식이 깔끔하여 혀에 저마다 선명한 맛을 각인시켰다.

해물칼국수(4천500원)는 속 시원한 바다향이 가득하여 감칠맛이었다. 국물의 색깔이 은근하다. 해물칼국수의 육수가 별다르다. 닭과 마른명태, 야채에서 우려낸다는 것. 거기에 바지락 새우 호박 파가 어울리니 저 밑까지 시원한 맛이다. "재료가 들어가는 순서가 따로 있다"고 이 집의 김태권(32) 실장은 말했다.

아이들 주먹 크기만 한 왕만두(6개 4천500원)는 향긋했다. 얇은 만두피 속에서 만두소가 꽃봉오리 벌어지듯 풍성하게 터졌다. 맛있다, 맛있다. 돼지고기가 많이 들었으나 누린내는 없고, 특이하게 조리해 넣은 양배추가 아삭거려 식감을 더욱 자극한다. 낙지전골(2인 1만원부터)은 싱싱했다. 새우가 혀 위에서 싱싱하게 튀는 듯했고, 낙지는 쫄깃쫄깃했다. 샤부샤부만두전골(2만, 2만5천원)도 이 집의 인기 메뉴. 9가지 야채와 오징어, 만두가 맛깔스럽게 어울린다. 영선아래교차로 인근. 오전 11시~오후 10시 영업. 051-415-1114.

△'옛날곰탕'=곰탕 집인데 김치찌개가 더 유명한 집이다. 6년의 이력. 평일 오전 11시인데 벌써 두 명이 앉아 김치찌개를 땀 흘리며 먹고 있다. 30분 뒤에는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이 집 김치찌개는 중독성이 강하다"는 게 중평. 김치찌개의 국물에서 후추 향이 짙다. 돼지고기도 많이 들어 있다. 나중에 물어보니 여사장 최경남(30)씨는 "국물에 땡초(매운고추)도 넣는다"고 했다. 그것들이 어울려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라면사리를 넣어 먹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맛의 의례다.

김치찌개가 많이 나가서 1년에 1천 포기의 김치를 담글 정도란다. 매주 2번 담그는데 취재갔을 때 마당이라 할 것도 없는 좁은 마당에서 아주머니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맛집의 특징은 반찬이 깔끔하다는 것이다. 이 집도 그렇다. 배추김치는 시원하고 굴젓은 달다.

알고 보니 관록이 있는 집안이다. 수정동의 '옛날곰탕'은 시어머니가, 동삼동의 또 다른 '옛날곰탕'은 시아버지가 하고 있다. 곰탕(6천원) 꼬리곰탕(1만원) 소수육(2만, 3만원)도 있다. 영도구청 지나 태종대 가는 길의 영도성결교회 옆. 오전 9시30분~오후 9시 영업. 051-404-4567.

△'가마솥추어탕'=20년 된 집이다. "추어탕 맛을 좌우하는 '장'을 담그는 데 최고 신경을 쓰고 있다"고 김귀화(56) 사장은 말했다. 메주를 경북 시골의 고모집에서 가져와 장을 직접 담근단다. 추어탕의 미꾸라지도 실팍한 큰놈으로 사용하고, 가스불일지언정 가마솥에 추어탕을 끓여낸다. 살신성인한 미꾸라지 살점의 가루들과 어울린 우엉 시래기 따위의 식이섬유가 기분좋게 넘어간다.

반찬은 그날그날 아침에 장만을 해 신선하고, 밥도 20인용 압력솥 3개로 지어서 갓 한 밥을 낸다.

파래 시금치 호박·버섯 무침과 다시마 등 반찬이 모두 정갈하여 맛의 기본을 벌써 갖추고 있다. 게장도 맛있고, 갈치조림도 두툼하니 먹을 게 있어 이걸 먹으려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란다. 추어탕 6천원, 한치회·무침, 대구뽈찜, 가오리찜·회무침 1만2천~2만5천원. 한국해양대학교 가는 길에 영도성결교회 못 미쳐 오른쪽에 있다. 오전 9시30분~오후 9시30분 영업. 051-405-1569.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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