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강서구 녹산동 '녹산동동주'집

입력 : 2009-04-09 15:29:00 수정 : 2009-04-10 14: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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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맑은 물과 40년 역사로 빚어내


1/6일 장이 서는 부산 강서구 대저장에 소문난 보리밥 집 취재를 갔다. 맛이 아주 구수했다. 보리밥을 비벼먹는 반찬들이 토속적인 맛을 냈다. 된장도 청국장 수준으로 구수했다. 소문대로였다. 그러나 걸리는 게 있었다. 주변에 사는 이들은 대저장에 나선 길에 한 번 들러볼 만했다. 하지만 이 보리밥을 먹으러 강을 건너는 수고를 할 수 있을까? 3인의 동행은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의 옛 주인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그래서 현장에서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한 번 가보자"라는 결정을 내린 곳이 녹산(찹쌀)동동주 집이었다. "명지 사람들은 체육대회 따위의 각종 행사를 할 때 두 말 할 것 없이 이 집의 동동주를 가져다 먹고서는 큰 흥을 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명지와 녹산 일대의 아는 사람들은 이 집 동동주를 최고로 친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집은 녹산수문 3거리에서 김해 쪽으로 조금 가면 녹산장터가 있는데 그 맞은편에 있다. 오후 2시께 문이 잠겨 있었다. 나중에 온 주인 강선옥(60)씨는 "우리 집은 단골들만 거래하는 집"이라고 했다. 물론 해운대나 김해 등 부산 경남의 이곳저곳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도 더러 있다.

40년 전 태풍으로 큰물이 졌다고 한다. 쌀 7가마가 물에 잠겼다. 손맛으로 알려진, 강씨의 어머니 송복덕(3년 전 80세로 작고)씨가 물에 잠긴 쌀로 동동주를 빚어 녹산장 일대의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거기서 녹산동동주가 시작됐다. 딸 강씨는 어머니에게 동동주 빚는 비법을, 40년 역사에서 20년간 익혔다고 한다.

동동주 집의 문을 따고 들어가니 1말들이 통 14개가 차례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었다. "동동주를 빚는 데 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씨는 말했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물은 뒷산 봉화산의 물이다. 아주 좋은 물이라고 한다. 일주일에 이틀 동동주를 담는데 대략 16말을 빚는다고 한다. 금정산 산성마을에서 누룩을 가져오고, 찹쌀과 맵쌀을 적정 비율로 섞어 술을 빚는다. 요즘은 거의 맛볼 수 없는 누룩의 은근한 향이 술맛에서 감돌았다. 동행은 "조금 더 감돌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막걸리 이상의 맛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단골에게 1말을 3만5천원에 판다고 한다.

강씨는 남편 정원실(62)씨와 함께 녹산삼거리에서 식당 '다래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녹산동동주 1되를 5천원에 팔고 있다. 다래원의 메뉴로는 정식(쇠고기국, 선지국, 시락국) 5천원, 추어탕 6천원, 추어국수 4천원, 파전 5천원, 두루치기 등 각종 안주 1만원 등이 있다. 오전 9시30분~오후 10시 영업. 녹산삼거리에서 녹산공단 쪽 길가에 바로 있다. 051-972-3314.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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