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맛 속으로-어머니 사랑이 꼭꼭 말려 있어요

입력 : 2009-05-14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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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사계절 꼬마김밥'의 민말숙 대표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꼬마김밥을 말고 있다.

예전에 김밥은 소풍이나 운동회 때가 되어야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소풍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김밥을 만드는 어머니 옆에서 김밥을 얻어먹던 기억이 아련하다. 지금은 김밥집이 흔해졌고 김밥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옛날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궁금해하다 정일근 시인의 '김밥의 시니피앙'을 읽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표준어로 유순하게 김밥이라 말하는 것보다/ 경상도 된소리로 김빱이라 말할 때/ 그 말이 내게 진짜 김밥이 된다/ 심심할 때 먹는 배부른 김밥이 아니라/ 소풍갈 때 일 년에 한두 번 먹었던/ 늘 배고팠던 우리 어린 시절 그 김빱/ 김밥천국 김밥나라에서 마음대로 골라먹는/ 소고기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 다이어트 김밥이 아니라/ 소풍날 새벽 일찍 어머니가 싸주시던 김빱/ 내게 귀한 밥이어서 김밥이 아닌 김빱/ 김빱이라 말할 때 저절로 깊은 맛이 되는/ 나의 가난한 시니피앙'. 김밥에 얽힌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요즘 인기가 높은 꼬마김밥 전문 김밥집을 찾아가 맛있는 김밥 만드는 비결을 들었다. 또 '엄마표 김밥'을 즐기는 한 주부를 만나 김밥 만드는 특별한 노하우와 가족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밥 속으로 출발!


다채로운 식단을 만나다-사계절 꼬마김밥

'원조 사계절 꼬마김밥'의 민말숙 대표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꼬마김밥을 말고 있다.

맛있는 김밥을 찾아 부산 해운대구 반송까지 가게 되었다. '원조 사계절 꼬마김밥'은 요즘 인기 많은 꼬마김밥을 12종류나 만들어 판다. 치즈와 우엉이 들어간 치즈 김밥, 매콤달콤한 오징어가 들어간 일미김밥, 스팸김밥은 청소년들이 특히 좋아한다. 입이 얼얼한 땡초김밥과 김치김밥은 어른들이 많이 찾는다. 멸치김밥과 오뎅김밥에는 주부들이 열광한다. 이밖에도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김밥을 비롯해 쇠고기김밥, 두루치기김밥 등 정말 다채롭다. 술 마신 다음 날에는 땡초김밥이 먹고 싶어진단다. 땡초김밥 한 개 먹고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먹던 한 여자손님은 땡초김밥만 몇 개 더 달란다. 역시 여성은 강하다. 이 땡초김밥에는 땡초, 쇠고기 등 양념이 스무 가지가 넘게 들었단다. 참고로 '우엉남'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김밥에 넣은 우엉처럼 비실비실하고 소심한 남성을 가리킨다.

민말숙(46) 대표는 "재료를 안 아끼고 많이 넣는 게 맛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쉬워 보이는 김밥 한 줄도 최선을 다해야 맛이 난다.

민씨에게 맛있는 김밥 만드는 비결을 물었다. "김밥이 맛있으려면 먼저 밥이 맛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우엉이 맛있어야 한다. 우엉을 식초물에 푹 데쳐서 아삭하게 하면 김밥이 맛이 있다." 손이 작은 민씨에게 김밥을 만드는 일회용 장갑이 크게 느껴지지만 손은 김밥 위를 날아다닌다. 등산 가서 숙성된 꼬마김밥을 먹으면 아주 별미이다. 한 줄에 500원 하는 김밥을 도시락에 싸니 12가지가 다 들어가도 6천원이다. 6천원에 갖가지 반찬이 들어간 푸짐한 식단을 만났다. 낮 12시부터 오전 2시까지 영업. 반송2동지구대 앞(윗반송). 051-544-0088.


사랑으로 만드는 엄마표 김밥

주부 김아영씨가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김밥을 만들고 있다.

요리 잘하는 주부들은 대개 외식보다 집에서 먹는 밥을 좋아한다. 열 살 난 남자 쌍둥이 서동민·동렬의 엄마인 김아영(40·영도구 영선동)씨도 그랬다. 김씨는 집들이 때 선보인 각종 찜요리가 일품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파다했다. 엄마표 김밥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이제 아예 엄마가 해 준 김밥을 먹고 싶다고 조른다. 집에서 만드는 김밥은 사 먹는 김밥과 뭐가 다를까? 직접 만드는 김밥에는 사랑이 담긴다. 요즘 아이들은 몸에 좋은 야채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김밥에 깻잎과 쑥갓을 넣었다. 김씨가 아이들에게 "깻잎은 시금치에 비해 철분이 2배나 많아요" 했더니 "꼭 먹어야 되겠네요"라며 잘 먹는단다. 깻잎이 들어간 김밥은 맛이 상큼하다. 오이는 소금간을 한 뒤 살짝 볶으면 색깔이 예쁘고 아삭하다. 쑥갓도 향이 강하지 않아 풍미를 더한다. 김씨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집에서 김밥을 만들어 먹는다. 이제 밖에서 먹는 김밥은 맛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현미찹쌀로 김밥을 싸면 밥이 더 졸깃하고 부드러워진다. 흔한 오뎅 대신 유부를 넣어 김밥을 만들면 김밥은 아삭하게 씹힌다. 김씨의 또 다른 장기는 '멸땡김밥'이다. 아이들이 칼슘이 많은 멸치를 싫어하자 분쇄기에 잘게 갈아서 김밥에 넣었다. 청량고추는 너무 매워 꽈리고추를 대용으로 넣어 덜 맵게 하고 있다. 새싹채소를 넣어서 만든 김밥도 맛이 있다. 검정쌀을 넣으면 김밥이 예뻐진다. 어릴 때 먹었던 김밥, 그 맛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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