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중구 남포동 전통다원 '다해정'

입력 : 2009-06-11 15:34:00 수정 : 2009-06-15 15: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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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정 깊이 느낄 수 있는 '차의 바다'


일과 술에 지칠 수밖에 없는 아무개씨는 항상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어째 그리 좋으냐"는 시큰둥한 말을 듣는다. 술 먹은 다음날에도 영판 그 소리를 듣는단다. 그는 공개하기 싫은 내색을 하면서 비결을 말했다. "실은 술 마신 다음날 차를 마시지요." 앉은 자리에서 2L는 마신단다. 그야말로 속을 목욕 세척시키는 것이다. 따뜻한 차를 마시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까지 하는데 그러면 몸의 땀구멍이 열리는 것이라고 한다. 열렸다는 것은 한 번 순환했다는 말이다. 그것이 희번득한 안색의 비결이라는 게다.

그 이야기를 그는 부산 중구 남포동 전통다원 '다해정'에서 그의 말대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하는 것이다. 한복 차림에 쪽찐 머리를 한 이 집의 사장 김혜숙(54·사진)씨가 앉은 카운터 뒤편의 선반에는 중국의 보이차들이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의 녹차와 중국의 보이차는 생산되는 나라와 그 이름이 다른 것처럼 아주 다르다. "녹차는 덖어서 열로 그 맛을 포착시켜 놓은 것이고 보이차는 발효시킨 것"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또 대별하건대 한국의 녹차는 살아 있는 잎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가 깊고, 중국의 보이차는 부드럽고 넓다고 할 수 있어요."

다해정(茶海亭)의 말 속에는 바다가 들어 있다. 그녀는 "바다는 가장 낮은 자리로 모두가 다 모여 편안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게 차의 바다를 이루고 싶다는 뜻을 새긴 이름이라는 것. 이곳의 분위기는 대체로 편하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기보다는 헙수룩한 빈틈이 보여 편한 그런 분위기다. 5년 동안 꾸려와 시간의 더께도 어느 정도 앉아 있다.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도 한 칸 있다. 음력 보름날의 오후 7~10시 이곳에서는 15명 안팎이 참석한 가운데 달빛차회가 열린다고 한다. 가야금과 대금, 혹은 시낭송 소리가 달빛에 뒤섞이는데, 차를 즐겨하는 일반 손님들도 달빛차회의 그럴듯한 분위기에 뒤섞인다고 한다. 차를 따를 때 잔을 가득 채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7할은 차, 3할은 정"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차는 향이에요. 오래된 차일수록 깊고 부드러워요. 차와 마음이 다를 바 없겠지요." 보이차 대홍포 황차 등을 마셨다. 지하철 남포동역 1번 출구 나와 남포길(서울깍두기 골목) 두 번째 블록 오른쪽 모퉁이 2층. 모퉁이에 서면 용두산공원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051-242-7211. 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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