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 '명륜 1 번가' 맛의 거리로 변신

입력 : 2009-06-11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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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음식점이 많이 생겼지?" 택시기사가 깜짝 놀라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부산의 지하철 동래역에서 메가마트를 거쳐 동래구청에 이르는 250m 구간. 여기가 부산의 신흥 유흥가인 동래구 명륜동 '명륜1번가'이다. 음식점만 300곳이 넘어, 부산에서 음식점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장지대이자 상습 침수지역이었다. 어느새 상전벽해가 되었다. 저녁시간 이 곳을 두어 번 둘러보았는데 집집마다 손님들로 넘쳐난다. 먹을 것 중에는 없는 업종이 없다는 명륜1번가의 대표적인 맛집을 소개한다.

① '논두렁 추어탕' 미꾸라지 듬뿍

   메뉴는 논고동무침과 미꾸라지추어탕 단 두 종류. 심플하다. 일단 논고동무침과 더덕막걸리부터 시켰다. 진한 더덕막걸리에 살얼음이 동동 떠 있다. 캬!~ 시원하다. 풍성한 논고동무침에 무쳐 먹는 국수가 또한 별미이다. 윤경화 대표가 10가지가 넘는 반찬을 가지고 오는데 하나하나 정갈해 보인다. 어디 맛을 좀 보자. 갓 담은 김치가 입맛을 돋우고, 오이김치는 아삭하다. 이윽고 기다리던 미꾸라지추어탕이 나왔다. 따끈한 국물이 속을 부드럽게 다스린다. 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지금까지 먹어본 많은 추어탕을 간단히 제압했다. 잘 먹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윤 대표는 맛의 비밀을 의외로 선선히 말해 주었다. "양념은 적게, 미꾸라지는 많이 넣는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영업은 오전 10시∼오후 10시. 명절 말고 쉬는 날은 없다. 논고동무침 1만원, 추어탕 5천원. 051-553-5769.

② '박대포 소금구이' 줄을 서시오
 
갈 때마다 자리가 없다. 번영회 회장님의 간청도, 이 집 사장님의 배려도 기다리는 손님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양복 입은 신사들이 비를 맞아가며 자리 나기를 기다린다. '박대포'의 벽은 낙서로 가득 차 빈칸이 없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이런 젊은 패기가 넘치는 집이다. 도대체 뭐가 나오기에 이 야단일까? 돼지목살 소금구이 200g에 7천원, 돼지껍데기 3장에 5천원. 여기도 딱 두 가지 메뉴이다. 살얼음과 함께 마시는 아이스 소주에 오던 더위가 도망간다. 이렇게 두꺼운 돼지목살은 처음 본다. 잘 익은 목살을 그냥 소금에 찍었다. 아니,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왜 쇠고기 느낌이 날까? 고깃집의 비결은 고기이다. 좋은 재료에서 맛이 난다. 올해 25세의 이보람 대표. 좋은 고기를 구하기 위해 하루에 8군데나 고기를 먹으며 다녔단다. 음식점 주인 아무나 못한다. 청양고추로 맛을 낸 된장, 목살과 잘 어울려 술이 술술 넘어간다. 왜 이름이 박대포냐고 물었더니 박씨들이 술을 잘 마셔서 그렇단다. 영업은 오후 5시∼오전 3시. 051-557-2292.

③ '일신초밥' 칼잡이 44년 외길로

이렇게 오래된 일식집이 여기에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알고 보니 일신초밥 대표 김재웅씨는 일식업계의 역사이다. 열아홉 살의 나이에 칼을 잡기 시작해 지금까지 44년째. 김 대표 밑에 있다가 개업한 요리사만 20명이 넘는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요리와 경영을 배우려면 김 대표에게 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꾸준히 맛을 이어오다 보니 3대째 계속해서 오는 단골도 많다. 김 대표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다. "회는 4시간가량 숙성시킬 때 가장 맛이 있습니다. 또 일식은 자칫 식상해지기 쉬워서 늘 메뉴를 바꾸어 줍니다." 이날 나온 코스 음식의 장미 장식이 아름답다. 참치뼈에 붙은 살을 발라먹으니 정말 맛이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기분좋게 만들어 준다. APEC 지정음식점이자 일본관광협회기자단 추천업소로 올랐다. '명륜1번가' 번영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이 지역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면서 후배들을 도와주는 선배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김 대표는 "명륜1번가가 더 잘되기 위해서는 관에서 도움을 받기보다는 시장 스스로가 커야 한다"고 말했다. 점심특선 1만8천원. 생선회 코스 3만원, 초밥 8천원부터. 영업은 낮 12시~오후 10시30분. 051-553-0303.

④ '통속으로' 맥주 맛이 좋다

동래역 앞에 160평이나 되는 큰 맥줏집이 있었다. 건물도 통 모양이고, 인테리어도 통 모양이어서 재미있다. 이렇게 통 속에서 술을 마시다 나가면 술통에 빠졌다가 나온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 집 맥주가 맛있다고 소문이 났단다. 생맥주 통을 하루에 20개 이상 팔아 회전이 빠르기 때문이다. '통속으로'의 대표 변창현씨는 '명륜1번가' 거리가 지금처럼 형성되기 이전인 2001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터줏대감이다. 변 대표는 쥐를 잡는 끈끈이를 발명해 돈도 많이 벌었단다. 변 대표는 "돈은 버는 것보다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진리를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오후 3시∼오전 3시 영업. 051-555-5425.



그 밖의 가볼 만한 곳

⑤ 참나무 장작구이 '뚱스'=롤삼겹, 가브리살, 목살, 주먹구이, 항아리양념갈비 등 특수부위 전문점. 051-555-8874.

⑥ 신사동돼지뽈살구이=살짝 양념된 졸깃한 돼지고기 뽈살을 특제소스에 찍어먹는 데 반해 줄을 서는 집. 051-558-8492.

⑦ 월천곰장어=양념맛이 좋아 곰장어를 못 먹는 사람마저 곰장어 팬으로 만들어 놓는다. 051-553-0790.

⑧ 미가샤브샤브=개인 불판을 사용하는 깔끔한 시설과 진한 육수 맛을 자랑한다. 051-557-5100.

⑨ 마포통연탄구이=항정살, 가브리살, 돼지껍데기 등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051-556-8946.

⑩ 조군황군=삼겹살 등 육류와 함께 해물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051-552-5008.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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