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동래구 수안동 '유황오리타조마을'

입력 : 2009-07-16 15:28:00 수정 : 2009-07-21 16: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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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백숙에 시원한 국이 그저그만


이 집은 조용함을 즐길 수 있는 집이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유황오리타조마을'. 상가의 간판을 보니 '유황오리돼지마을'로 되어 있다. 그 간판이 달린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뜻밖에도 300여평 이상의 넓은 마당이 나온다. 벽을 따라서는 무화과나무 사과나무 감나무들과 주인 아주머니가 '해시계꽃'이라고 소개하는 특이한 꽃도 있다. 도심에서 마당 풍경이 난데없이 시원하다.

'유황오리 한방백숙'(사진)은 이전에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다. 한 은행의 지점장들이 이곳에서 자주 모임을 하는데 입소문이 나고 소개를 하고 해서 우연한 기회로 가보았던 것이다. 취재를 간 날은 복날이어서 분잡했다. 일행은 조금 화가 났는데 이 '…한방백숙'을 먹고서는 화가 풀렸다. '유황오리 한방백숙'의 맛은 깔끔했다. 국 맛이 시원하여 그저그만이다. 국만 먹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란다. 국과 오리고기에는 엉개나무 황기 당기 등의 한약재 향이 간간한 맛으로 배어 있다. 마늘 생강 대추 등속도 들어가 있다.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남편과 사이가 좋은'(?) 아내의 마음을 먹는 것 같다.

특이한 것은 한방백숙에 찹쌀을 넣어 같이 찌는 것이 아니라 찹쌀밥을 따로 낸다는 것이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찹쌀밥은 땅콩 따위가 들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약밥'이라고 했다. 여주인 신옥희(53)씨는 "여자 4명이 한방백숙 하나를 먹을 수 있지만 술을 드시는 남자들은 유황오리 훈제보쌈을 먹고서 한방백숙을 또 먹더라"고 했다. '유황오리 한방백숙'(3만5천원)은 1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유황오리 요리로서 훈제보쌈·훈제구이는 각 2만5천원, 황토진흙구이(3시간 전 예약)는 3만5천원, 소금구이·양념구이 각 2만5천원.

원래 이 집은 타조고기로 이름이 났다. 9년 전에 시작할 때 김해와 부산의 영도 하단 칠산동 등지에도 타조요리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이 집만 남았단다. "타조고기는 기름기가 없고 아주 담백하다. 마니아들이 있다"고 신씨는 말했다. "그러나 그 담백함이 부산 사람들 입맛에는 대체로 잘 안맞는 모양이더라고요." 상가의 간판이 '유황오리돼지마을'로 바뀐 이유다. 별미로 타조고기를 맛보겠다면 타조육회·타조샤브샤브(각 2만~3만원) 타조불고기(1인분 9천원)가 있다. 유황오리불고기정식 6천원, 육계장 된장찌개 청국장 각 5천원 등도 있다.

동래경찰서 길 건너편 새동래아파트 라동 앞의 상가 안쪽에 있다. 오전 10시~오후 10시 영업. 051-553-1695.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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