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 찮은' 더위, 시원한 보양식

입력 : 2009-08-13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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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궁삼계탕'의 삼계탕에는 국물에 마늘이 많이 들어가 시원하다.

일년 중 가장 더운 때가 삼복 더위이다. 올해는 말복이 되도록 변변한 더위도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다. 여름은 여름답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 생각해보니 여름 보양식 먹으러 가자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쯤 먹어주던 음식있잖아? 삼계탕, 장어말야." 이게 누구지? 소중한 몸의 이야기이다. 보양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외침을 따랐다.


·장어 삼합에 원기 솟는 '청송집'

'청송집'의 민물장어구이는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소스 맛이 일품이다.
부산 사상구 '청송집'의 민물장어구이가 맛이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다. 집이 초라하다며 오지 마라는데도 굳이 찾아갔다. 집 근처에 도착하니 맛있는 냄새가 주변에 진동을 한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인데 빈자리가 없다.

혼자서 1인분에 1만5천원하는 민물장어구이를 시켰다. 혼자라 영 모양이 안 난다. 먹고살자니 어쩔 수 없다. 벽에는 여기저기 금이 무늬처럼 나 있다. 장어를 곤 진한 곰국을 한 그릇 훌훌 마셨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다." 피로에 찌든 몸이 고맙다고 신호를 보내온다. 배가 고파서인지 장어의 양이 적어보인다.

장어를 소스에 찍어 한 입 먹으려는데 말리는 사람이 있다. 청송집에서 먹는 방식이 따로 있다. 바로 '장어 삼합'. 장어, 백김치, 더덕무침을 함께 싸서 먹었다. 백김치는 산뜻하고, 더덕무침은 새콤하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곳에서만 41년째 장사를 하는 사장 권미대자씨는 "우리집 백김치가 다른 집보다 맛이 있다. 기름진 장어를 백김치에 싸서 먹으면 느끼한 맛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맛의 비결은 좋은 장어와 소스이다.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장어 소스가 입에 당긴다. 중독성이 있는 맛이다. 장어를 먹을 때는 생강은 많이, 물은 가능하면 안먹는 게 좋다. 고단백인 장어를 먹고 설사할 우려가 있어서 그렇다. 양이 적어 아쉽다고 했더니 음식은 아쉬운 마음이 생겨야 또 찾게 된단다.

식사로 나오는 재첩국이 시원해서 좋다. 좋은 재첩을 선별해 아침마다 2솥씩 직접 삶는다고 한다. 손님들 입맛을 속이지는 못한다.

권씨가 아들, 딸을 데리고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권씨는 "음식 장사해서 큰 부자 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이들 교육만 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엄궁농산물시장 입구.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051-322-3049.


·일본에도 소문난 '대궁삼계탕'

'대궁삼계탕'의 삼계탕에는 국물에 마늘이 많이 들어가 시원하다.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 삼계탕. 중구의 '대궁삼계탕'은 부산의 삼계탕집 가운데 맛이 있다고 이름이 난 곳이다. 한 열성 단골은 "서울에 가서 청와대 옆에서 먹어도 이 집만 맛이 못하더라. 서울 사람들에게 부산 가거든 꼭 여기 가라"고 권유한단다.

이런 집도 하늘을 비켜갈 수는 없나 보다. 올 여름 장사는 날씨도 덥지 않고 비가 와서 버려놓았단다. 이 집을 찾은 날도 마침 태풍 경보 속에 비가 주룩주룩 온다. 괜히 미안하다.

특별히 특삼계탕을 시켰다. 일반 삼계탕보다 특삼계탕의 육질이 더 부드럽단다. 인삼주부터 한 잔 걸쳤다. 어제도 마셨건만 비가 와서 그런지 술이 잘 들어간다. 인삼 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펄펄 끓는 삼계탕이 나왔다.

삼계탕 국물 맛이 다르다. 전정희 대표는 "국물에 마늘을 많이 넣어서 시원하고 잡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사실 닭을 삶는 방법은 비슷한데 국물이 포인트이다. 삼계탕의 배를 쭉하고 가르니 찹쌀이 터져나온다. 뜨거운 찹쌀이 속으로 들어간다. 속이 뜨끈하며 "아이고 죽인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27년째를 맞는 대궁삼계탕의 손님 3분의 1은 일본 사람들이다. 일본 잡지에 10여년 전부터 알려지며 수십 마리씩 포장해서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적게 먹는다는 일본 사람들인데 꼬마들도 한 그릇씩 거뜬하게 다 먹는다.

메뉴에 낯설어보이는 삼계치킨이 있다. 삼계치킨은 삼계탕용의 작은 닭을 사용해 고기가 연하고 맛이 있단다. 닭볶음, 닭찜은 술안주용으로 낮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저녁에 한번 와서 먹어봐야겠다. 삼계탕 1만1천원.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10시. 중앙동 40계단 앞. 051-463-9444.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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