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전포동 '정가네 샤브샤브'

입력 : 2009-10-08 15:36:00 수정 : 2009-10-10 09:37:3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단돈 6천원에 푸짐한 상추쌈 샤부샤부


날씨가 선선해지며 따끈한 국물이 생각 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딜 갈까 고민했다. 회, 고기를 두고 저울질하다 국물이 좋은 샤부샤부집으로 가기로 했다. 이젠 속이 편한 게 좋다. 그 곳에 가면 왠지 친구 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질 것 같았다.

부산 서면에서 가까운 전포동의 '정가네 샤브샤브'를 찾아 갔다. 서울에 사는 친구는 메뉴를 보더니 부산으로 내려오고 싶다고 하소연이다. 서울에서는 못해도 부산보다 몇천원씩 더 비싸단다. 아닌 게 아니라 가격이 참 저렴하다. 가장 즐겨 찾는 상추쌈 샤부샤부가 1인분에 6천원이니 점심 메뉴로도 훌륭해 보인다. 전북 고창에서 가져와 직접 담갔다는 복분자 술을 한 잔씩 했다. 술도 괜찮지만 안주 삼아 집어먹은 갓김치의 맛이 특별나 자꾸만 손이 간다. 제철에 담은 갓김치를 1년간 잘 숙성시킨 뒤 다시 된장으로 양념했단다. 새콤달콤한 맛에 게 눈 감추듯 없어지고 말았다.

상추쌈 샤부샤부는 일단 색깔에서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녹색의 상추쌈 안에 빨간색 날치알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쇠고기를 살짝 데친 뒤 예쁜 상추쌈 위에 걸쳐 한 입에 집어 넣었다. 맛있다! 내 몸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끈한 육수는 힘들었던 속을 훌훌 풀리게 만든다. 그런데 지난번과 육수 맛이 좀 다르다. 육수만 따지면 해물 샤부샤부가 더 시원하다는 설명이다. 쇠고기, 야채에 해물까지 들어가면 국물이 오묘하게 시원해진다. 술꾼에게 이 이상 좋은 국물은 없다. 돈을 좀 더 내면 계절별 별미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새조개, 여름에는 하모(갯장어), 가을에는 전복과 송이(냉동) 샤부샤부가 1인분에 2만5천원이다. 바다와 육지의 보약이 합작으로 뿜어내는 향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정가네'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메뉴는 갈비찜이다. 고기는 풍성하고 국물은 맵사하다. 이 맵사한 국물이 사람의 혀를 잡아 끈다. 맵다 맵다 하면서 자꾸 먹게 된다. 여기다 밥을 비벼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땀이 줄줄 흐른다. 잘 먹었다는 신호이다. 각각 6천원하는 해초비빔밥과 성게 미역국이 메뉴에 보인다. 각종 별미만 모아 놓은 걸 보니 주인장 입맛 한번 까다로운 모양이다.

정순일 대표는 돈을 벌어서 행복한 이유로 먹고 싶은 음식을 실컷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을 첫손에 꼽았다. 죽을 때까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어, 맛이 없는 음식을 먹을 때는 화가 난단다. 좋은 음식이란 첫 번째가 제철 음식, 두 번째는 좋은 재료라는 지론을 가졌다. 성격이 급한 부산 사람들이 샤부샤부에 야채를 통째로 쏟아넣을 때는 가슴이 아프단다. 천천히 음미하며 드시면 좋겠다. 소갈비찜 중(2∼3인용)이 2만5천원. 전포동 적십자회관 맞은편.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1시. 051-808-1238. 박종호 기자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