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직접 볶는 곳…"편하게 한잔 어때요"

입력 : 2009-10-15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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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리 커피숍 2곳-모리 커피,아로테스


원두커피 문화가 퍼지면서 곳곳에 커피 전문점이 생기고 있다. 로스터리 커피숍은 직접 원두를 볶아 핸드드립한 커피를 제공하는 곳. '스페셜 티 숍'이라고도 한다. 부산에서는 부산대 앞, 경성대 앞, 해운대 신도시 등지에 커피 전문점이 많이 생기고 있다. 특히 부산대 앞의 경우, 효원굿플러스를 비롯해 이 일대에 45~50곳의 커피점이 성업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커피의 시대가 열린 듯 하다. 그중 로스터리 커피숍 두 곳을 소개한다.


커피 원두 직접 볶는 곳…"편하게 한잔 어때요"

모리 커피

그는 낭만주의자였다. 커피 향기처럼 스쳤다. "10여 년 하던 장사를 때려치우고 유럽에 놀러갔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걷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것이다. 설마 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아는 선배였다." 그렇게 이탈리아에 3년을 죽치면서 하루 에스프레소를 5잔 이상 마시는 이탈리아 인들의 커피 문화를 넘보았는데 전혀 젠 척하지 않는 얘기였다.

커피 원두를 직접 볶는 곳이 로스터리 커피숍. '모리 커피'가 그렇다. 김옥영 대표, 동대신동의 로스터리 커피숍 '휴고' 김호영 사장의 형이다. 그가 핸드드립한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못사는 나라의 커피는 투박하고 거칠다. 외려 거기에 최고의 향과 맛이 있다." "커피의 매력이 뭐죠?"라는 말에 단답이 나올리가 만무했다. "…어려운 이야기다…." 그는 우회했다. 같은 원두라도 볶는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덜 볶으면 신맛, 중간은 신맛+쓴맛, 많이 볶으면 쓴맛이 난단다.

그는 얘기를 덜어냈다. 뭇 음식처럼 커피 역시 원료가 가장 중요하다. 원두에서 결정된다. 생두가 80%, 볶는 기술이 15%. 커피 맛의 95%는 원두로 좌우된다. 커피를 추출하는 실력은 2~3%, 물맛과 잔의 온도 그리고 주변 여건은 2~3%에 불과하다. 2~3%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대하게 극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과대함이 처음엔 몰라서 열심히 배우고, 중간엔 조금 알면서 건방져지고, 나중엔 진짜 알면서 겁나는 그 과정의 어디쯤에 있다는 말.

널찍한 '모리 커피'에는 바도 있고, 편한 자리들도 있다. 두 번째 핸드드립은 도미니카 커피였다. 에스프레소도 마셨다. 정신이 팽팽해졌다. 다음날 또 가서 말라위 커피와 볼리비아 커피를 마시면서 잡지와 책을 봤다. '커피가 편했다.' "커피의 향미에 대한 평가는 115가지가 있다." 놀라웠다. 비린내도 있고, 매운 맛도 있다. 또 감자 훈제 오이 가죽 후추 와인의 향미…. 커핑(cupping), 원두를 갈아 물에 그냥 불린 뒤(건져낸다) 그 커피의 온전한 향미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주인은 그 2~3%의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는 부산여대 커피 강의에 출강하고 있다. '모리'는 삼(森)의 일본말. "'커피의 숲'이란 뜻인가요?" 부산대 앞 부산은행 사거리에서 장전동 방향 50m 왼쪽. 051-517-5127. 최학림 기자


작지만 편한 분위기…"커피 맛 진수 느껴보세요"

아로테스


로스터리 커피숍 '아로테스'는 자그마하고 편한 분위기다. 대표 박영승씨는 한국에 원두커피를 소개한 부산 '가비방' 출신이다. 가비방 공채 1기. 또한 '커피'를 논제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부산의 원두커피 세대를 따지면 1세대 정동웅('가미' 레스토랑) 임남현 이후 3세대에 해당한다(2세대는 지금 해운대와 송정에서 '나나이모' '솔베이지' '해뜨는집' '오페라'를 운영하며, 4세대는 '인피니' '디아트' '노스에스프레소(부산대앞)'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에스프레소 몇 잔을 뽑아줬다. 양과 시간이 초과됐다면서 못 먹는다고 한쪽에 치워놓기도 했다. 그래도 맛을 봤다. 썼다. 원두 분쇄도, 원두를 담는 양, 누르는 힘, 시간, 물의 온도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에스프레소는 20~30초 사이에 7~9g의 커피를 9기압의 압력으로 추출한다." 맑은 날과 비오는 날의 커피 맛도, 대기의 습도 때문에 달라지는 것이 커피란다. 예민하고 섬세하고 갸날픈 변덕쟁이 같은 것이 커피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것이 커피의 맛이다.

그는 "커피 맛의 진수는 부드러움에 있다"고 했다. 넘길 때 목에 걸려서는 안된다는 말. 부드러운 통각(統覺). 진해도 부드러워야 하며, 쓰면서도 부드러워야 하고, 시면서도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부드러워야 한다." 그 부드러움이 입안에 커피의 향미를 깊고도 오래 남긴다고.

그는 앞으로 로스터리 커피숍이 점차 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두커피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두 200g을 놓고 마트에서는 2만원, 백화점에서는 3만원에 팔고 있다. 그리고 그 원두는 언제 볶았는지도 잘 알 수 없다. 볶으면 곧 먹어야 하는 것이 커피다. 그런데 로스터리 커피숍에서 금방 볶아 100g을 평균 4천~5천원에 팔고 있다. 로스터리 커피숍의 잇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지금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커피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바리스타는 현재 전국적으로 1만여명을 헤아리고 있다. "사람들의 커피 상식도 깊어졌고 입맛도 섬세해져가고 있다. 웬만한 커피를 막 팔던 시대는 갔다." 그 요구에 맞춰 자그마한 로스터리 커피숍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아로테스에서는 커피 아카데미도 열고 있다. 051-517-6620. 최학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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