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이면 어떻고, 호빵이면 어떠랴

입력 : 2009-11-19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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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생각나는 내 친구!

1 먹음직스러운 '앙꼬'을 드러낸 찐빵.

찐빵, 찐빵…. 따끈한 찐빵의 계절이 제격으로 돌아왔다. 오빠와 언니가 돌아오듯 찐빵이 돌아왔다. 7080에게 찐빵은 옛 생각이 나는 맛이다. 옛 학창시절 볼 살이 볼통한 선생님 혹은 친구의 별명이 찐빵이었지, 문득 떠오르는 그 시절…. 호빵이라고 있었다. 호호호 뜨거워라~ 루루루~, 그렇게 이어지는 CM송이었다. 호빵은 찐빵의 상표 이름에 불과하다.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던 호빵, 뜨거운 김을 호 호 불어대며 먹었던 찐빵. 신세대들도 찐빵을 좋아라 한다. 찐빵을 쪼갤 때 드러나는 분명한 흑백의 대비처럼 팥소의 맛은 분명하니 달콤하다. 이 달콤한 팥은 '앙꼬'라 해야 제 맛이다. 실제 앙꼬는 붉은 것도 검은 것도 아닌 묘한 색깔이다. 거기서 묘한 맛깔이 나온다. 그 맛깔처럼 입에서 입김이 나오기 철, 이때 찐빵이 르네상스를 제멋대로, 제맛대로 구가한다. 희한하게 만두와 찐빵은 궁합이다. 궁합이 아니라 구색이다.

2 찐빵을 빚고 있는 모습.

 
· '미니 찐빵'이 여기 있소

보통 찐빵 크기의 절반 혹은 3분의 1크기다. 여하튼 작다. 작아서 한 입에 쏙 들어간다. 작아도 달콤함은 그대로다. 아서라, 단 것은 미덕이 아니다. 그래 적당하게 달다. 맛있다.

팥은 적당하게 달아야

맛은 대·소를 가리지 않아

만두와 찐빵 궁합도 괜찮아


△기장손만두=간판에 '옛날찐빵'이 깨알같이 써져 있다. 그래서 이 집 찐빵은 작다(?). 서병구(53) 사장은 찐빵 만두를 만든 경력이 30년. 부산에서 처음 일을 배워 장가들어 통영서 3년, 다시 부산에 와서 찐빵을 만들고 있다. 이곳 기장시장에서 찐빵 만두를 만든 것은 13년째. "왜 미니 찐빵입니까?" "큰 찐빵을 만들어봤는데 사람들이 작은 것만 찾아요. 그래서 한 일주일 만들다가 집어치웠지요." 미니 찐빵 10개 2천500원. 먹기에 참 만만하다. 꼴깍꼴깍 넘어가는 게 맛 있다. 밀가루는 국산이고, 찐빵에 넣는 팥은 직접 삶는다. 여주인 황일년씨는 "팥을 삶을 때는 팥물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찐빵의 팥이 착 하고 잘 앉는다"고 했다. 삶은 팥물을 버려야 속도 안 부대낀다고. 고기야채만두 10개 2천500원. 기장시장 안. 갈치구이·조림으로 유명한 '못난이식당' 바로 옆. 쉬는 날 없음. 051-721-7367.

3 피가 얇아 속이 들여다보이는 미니 찐빵들.
△보라찐빵=간판도 보라색이다. 딸 이름이다.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남성수(51) 김선애(46) 부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새벽 4시부터 일하기 시작해 오후 6시께 끝낸다. 네댓 가지를 팔다가 지금은 찐빵과 도너스, 2가지로 특화시켰다. 값이 무척 싸다. 미니 찐빵 8개에 1천원, 도너스(꽈배기·빵·찹쌀·생 도너스 4가지) 4개에 1천원. 주말 사람들이 줄을 설 때는 1인 1만 원어치 한정 판매. 반여1동 일대에서 24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하루 2번 밀가루 반죽을 하는데 찐빵의 색깔이 노릇하고, 피가 얇다. 43번 버스종점 인근, 태광산업 맞은편. 일요일 쉰다. 051-528-8525.
4 찜 솥 안에서 부풀어오른 찐빵.


· 찐빵은 커야 제맛이지

△옛날찐빵왕만두=범어사 올라가는 초입, 경동아파트 입구 훨씬 못미친 곳.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택시 잡는 줄? 아니 찐빵 만두 사먹으려는 줄이다. 이 집, 이곳에서 20년 됐다. 할머니 어머니 아들, 3대가 대를 이어 하는 집. 할머니와 어머니는 방에서 재료를 다듬고 있고 아들은 찐빵과 만두를 쪄내고 있다. 한 입에 찐빵은 기분좋게 쫄깃거린다. 이어 터지는 팥소. 팥은 팥알이 짓이겨진 가운데 살아있는 팥알들이 식감을 톡톡 자극한다. 맛나다. 이 일대 사람들과, 범어사를 드나드는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널리 알려진 집이다. 분주하다고 주인 아주머니 왈. "우리집은 기사에 안 써도 좋아요." 이 집 만두는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지경, 크다. 찐빵 6개 3천원, 만두 1개 1천500원. 오전 11시~오후 11시, 쉬는 날 없음. 051-508-0771.
5 앙증맞은 미니 찐빵.

△일광 이천마을 찐빵거리=31번 국도, 일광역을 등에 지고 이천교 지나면 바로 서너 집의 찐빵집이 있다. '호찐빵만두나라'(051--722-7025), '바로손만두찐빵'(051-724-7071), '일광당찐빵손만두'(051-724-0039) 등. 일요일 오후, 사람들이 줄 서는 집도 있고, 차 한두 대가 서는 집도 있고, 일하는 사람만 보이는 집도 있다. "무슨 차이냐?"고 한 집에 물었다. "피의 식감과 두께, 팥소의 맛이 찐빵의 맛을 좌우해요. 우리집 것이 최고지요." 그래서는 알 수 없다. 그 말 중 "찐빵의 팥은 무조건 달아서는 안되며 적당하게 달아야 한다"는 게 다가왔다. 그 적당선을 찾는 것이 찐빵의 묘다. '호찐빵…'과 '바로손만두…' 집의 찐빵을 맛봤다. 다 맛났지만 팥소의 달콤한 정도가 달랐고 피의 맛과 찜의 정도가 다 달랐다. 찐빵 5개 3천원, 각종 만두는 10개 3천원.

△명당만두=수정시장 안의 이름난 만두집. 18년째 장사를 하는 곳이다. 백형진(47) 사장은 "찐빵 반죽을 할 때는 밀가루에 물만 섞는 것이 아니라 달걀 흰자위와 우유를 섞는다"고 했다. 이 집의 특징은 우유를 많이 섞는다는 점. "그래서 우리집처럼 부드러운 식감의 찐빵이 없을 겁니다." 팥소도 직접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은 백 사장이 철저하게 연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 것. "죽도록 미쳐야 하나의 맛을 만들 수 있어요." 찐빵의 피가 아주 쫄깃하다. 찐빵 1개 500원, 김치·고기·군 만두 각 1인분 10개 2천500원. 지하철 부산진역 5번출구, 수정시장1길 4거리. 일요일 쉰다. 051-469-6326.

△흥부네만두=50대 초반의 조학정 사장이 부평시장에서 꾸리고 있는 찐빵 만두집. 남항동시장에서 4년, 여기서 9년째, 총 13년째 찐빵 만두를 만들고 있다. 찐빵이 아주 부드럽다. 팥은 알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짓물러져 편하게 달콤하다. 또 팥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팥이 적기에 적당하게 달아 먹기 좋다는 이들도 있다. 옛맛이 나는 찐빵이다. 이 집의 고기만두 김치만두도 감칠맛, 꽤 맛나다. 부평시장의 활기 속에서는 모든 것이 맛있다. 찐빵 1개 500원, 만두 1인분 8개 2천원. 부평시장 대영호텔 옆. 일요일 쉰다. 051-248-1910.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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