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해운대구 우동 '담은정'

입력 : 2009-11-19 15:52:00 수정 : 2009-11-23 07:42:1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옛날 어머니가 해주던 밥, 하도 그리워"

"아침에 와서 반찬 준비를 끝내고 첫 손님이 들어올 때까지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부산 해운대구 동부올림픽 아파트 지하 상가에 위치한 녹차음식 전문점 '담은정'. 50대 후반의 김재홍, 강숙희 부부는 이곳을 운영한지 4개월째 되는 초보들이다. 이들은 4개월 전만 해도 식당업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인 강씨의 이름을 걸고 대형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했다. 인테리어 공사까지 맡고 있어 하루 3끼를 밖에서 해결했단다. 김씨는 10여 년 이상을 집 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맘에 드는 집을 찾기 힘들더라구요. 늘 예전 어머니가 해 주셨던 가정식이 그리웠죠. 결국 그 같은 식당을 제가 하겠다고 나섰어요."

마침, 인테리어업을 할 때 이들 부부와 인연을 맺었던 녹차 음식 전문가가 도우미를 자청했다. 몇 개월 연수를 각오했는데 10여 일 가르치더니 강씨 보고 직접 해도 되겠다는 말을 하더란다.

김씨는 '부인의 재발견'이라고 표현했다. 부인이 이렇게 음식 솜씨가 좋은 줄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담은정'의 음식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어 만만치 않은 강씨의 내공이 느껴졌다.

손빠른 강씨가 어느새 한상 가득 차려낸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인 '녹차돼지보쌈 정식'과 '들깨 추어탕'이다. "제가 30여 년 차를 배웠는데 이렇게 사용할 줄 몰랐죠. 근사한 찻집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배운 걸 써 먹으니 좋죠."

녹차를 넣고 삶은 돼지 고기가 간장 소스에 담겨 있다. 소스는 진하지 않으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좋다. 고기에 고추냉이(와사비) 절인 무와 삭힌 고추지를 넣고 쌈을 쌌다. 새콤한 야채와 묵직한 고기 맛이 조화를 잘 이룬다. 녹차 보쌈은 벌써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들깨를 넣은 추어탕은 고소한 들깨 맛이 추어탕의 비린 맛을 잡아준다. 평소 추어탕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이 집의 추어탕을 부담없이 좋아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주방에서 일을 돕는 아줌마가 불쑥 나온다. "이 집 언제 망할지 모르는데…." "네?" "아니, 사장님들이 장을 보면 항상 제일 좋은 국산 재료만 사요. 몇 가지 반찬은 사도 되는데 모든 반찬을 매일 새롭게 만들어요. 이런 사람들 처음이에요. 장사는 남는 게 있어야 하는데…."

"손님은 왕이 아니라 귀신이에요. 맛에 대해서는 금방 아시거든요." 강씨의 표현이 재밌다. 아직은 장사꾼의 마음보다는 자신의 솜씨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란다. 강씨의 초심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녹차돼지보쌈 정식 7천원, 들깨 추어탕 5천원, 해물녹차수제비 6천원. 월요일 휴무. 오전 9시∼오후 9시. 051-731-6878. 김효정 기자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