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취급 받던 햄버거들의 반성

입력 : 2009-11-19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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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대명사였던 햄버거들이 당당히 웰빙·슬로우 푸드로 거듭나고 있다. 엣홈의 수제 햄버거.


잡동사니, 쓰레기라는 뜻의 영어 단어 '정크(junk)'가 음식을 뜻하는 '푸드'와 결합돼 '정크 푸드'라는 말이 탄생했다. 쓰레기 음식이라는 뜻인 정크 푸드의 대명사는 햄버거였다. 

햄버거는 정말 안 좋을까. 최근 햄버거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패스트 푸드, 정크 푸드가 아니라 당당히 웰빙 푸드, 슬로우 푸드로 탄생했다. '명품 버거'를 만나러 가보자.


·서비스까지 맛을 내는 버거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였던 햄버거들이 당당히 웰빙·슬로우 푸드로 거듭나고 있다.  파머스버거의 수제 햄버거.

 예전 부산 중구 유나백화점 맞은편 이면도로에 자리잡은 '파머스 버거'. 이 집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의 명물이었다. 테니스 선수로 장래가 유망했던 이훈 사장.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며 그가 올인한 것이 옷이었다. 타고난 친절함과 선수 시절 익힌 근성, 부지런함으로 20대 후반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 대박을 터트렸다. 그것을 기반으로 지금의 자리에 10여 년 전 빈티지 옷가게 '파머스 마켓'을 세웠다. 그렇게 20여 년 옷 장사를 잘했던 그가 갑자기 음식점에 올인하겠다고 나섰다.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특별한 주방장을 보유하고 있던 제게 음식점은 늘 도전 대상이었죠." 그 특별한 주방장이 바로 그의 부인이다. 재미교포인 아내는 음식 솜씨가 남달랐다.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싶어 수제 햄버거집, 파머스 버거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장을 봐서 야채를 다듬고 쇠고기 패티를 만들어요. 그날 판매할 양만 준비하죠. 하루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지거든요. 주말엔 재료가 없어 햄버거를 못 파는 경우도 많아요."

바비큐 소스가 매력적인 텍사스, 데리야키 소스가 기반인 일리노이즈, 크림치즈 소스를 사용한 뉴욕, 상큼한 과일이 들어간 호놀룰루 등 버거마다 특색이 있다. 오직 파머스 버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빵과 고기, 야채, 소스의 네 박자가 고루 맞아야 하죠." 이 사장의 말을 들으며 파인애플이 들어간 호놀룰루 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상큼한 과일맛과 진한 고기 맛이 부드러운 빵과 제대로 어울린다. 소스의 맛은 강하지 않아 더욱 맘에 든다. 수제 버거 세트 1만∼1만1천원. 낮 12시∼오후 9시. 둘째, 넷째 월요일 휴무. 051-244-5706.


·동화 같은 공간서 만드는 햄버거

엣홈의 수제 햄버거.
경성대앞 앞 큰 도로에서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걸어들어왔다. 갑자기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예쁜 집이 등장한다. 담장을 따라 야생화와 허브들이 피어있다. 수제 햄버거로 이름난 '엣홈(at home)'. "사실 이 곳은 카페인데 음료 외에 요깃거리로 햄버거와 와플을 준비했죠. 근데 햄버거가 인기를 끄는 바람에 이젠 햄버거집으로 불려요. 이걸 기뻐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집짓기부터 인테리어, 정원 꾸미기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해 냈다는 이래근 사장. 동화 같은 외관 이상으로 안쪽 공간의 구성 역시 독특하다. "버거 맛 보셔야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글 지글∼'. 햄버거 패티 익는 소리에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양파와 야채를 볶는 모습도 보인다. 어느새 두툼한 햄버거가 등장했다.

생야채를 내는 다른 집과 달리 이 집은 야채를 살짝 익힌 것이 특징이다. 좀 더 부드럽게 씹힌다. 고기 역시 좀 더 부드러운 편이다. 치즈가 패티에 적당히 녹아서 고기 맛과 치즈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도 '엣홈' 버거의 장점이다. 재주 많은 사장이 직접 개발한 디저트, 초콜릿 폰당과 이 집만의 특별한 양념이 가미된 감자 튀김도 꼭 추천하고 싶다. 수제 햄버거세트 9천원. 오전 11시∼오후 11시 30분. 연중무휴. 051-626-5404.

 
브리즈 번즈의 수제 햄버거.

·외국인들이 인정한 버거
 
광안리 해수욕장의 풍광을 그대로 안은 '브리즈 번즈(BREEZE BURN'S)'. 부산발 수제 버거로 전국을 강타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집이다. 지난해 10월 광안리점을 오픈한 이후 1년 만에 3호점까지 생길 정도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했던 성재현 사장은 원래부터 음식 솜씨가 뛰어났다. 음식을 한번 맛보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을 정도.

"한국에선 고기맛 보자고 하면 무조건 갈비집이나 삼겹살집으로 가잖아요. 이제 햄버거집으로 오셔야 할 겁니다." 자신만만한 그의 모습. 맛이 궁금해졌다. 버거 종류가 무척 많다. 베이컨 치즈 버거, 클럽 버거, 어메이징 버거, 더블리치 버거, 베지버거(콩패티 버거) 등. 이 중 주인이 추천하는 더블리치 버거를 맛보기로 했다.

손바닥 높이만 한 초대형 버거가 나온다. 제대로 맛을 보려면 한 번에 물어야 한단다. 꾸욱 눌러서 한입 먹으니 우선 진한 고기의 육즙이 터진다. 치즈 맛이 의외로 강하지 않고 타르타르 소스가 상큼한 느낌을 준다. 사각거리는 생야채의 질감도 그대로 느껴진다. 이 집의 손님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이 본토에서 즐겨 먹는 맛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단다. 오리지널버거 5천900원부터. 오전 11시∼밤 12시. 연중무휴. 051-754-4670.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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