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서면 '동원참치회'

입력 : 2009-12-17 15:41:00 수정 : 2009-12-19 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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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게 하는 無味의 참치살

참치 살 중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흔히 뱃살(오도로)이라고 한다. 뱃살은 입에 넣으면 파란 바다 위에 떨어지는 흰 눈처럼 흔적 없이 녹아버린다. 핑크빛 뱃살이 붉게 데워진 혀 위에서 그대로 녹아버리는 것이다. 그때 미각세포는 산소를 들이킨 듯 활달하게 살아난다. 그런데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동원참치회'의 김영길(42) 실장은 "지금 서울과 일본에서 속살(아카미) 열풍이 불고 있다"고 했다. 참치의 붉은 속살은 감칠맛이 적다며 맛에서는 둘째 셋째로 밀어놓는 부위. "무(無)의 맛이 속살의 맛이에요. 강한 맛은 사로잡는 맛이지만 덤덤한 속살은 나를 관(觀)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맛이지요. '철학적인 맛'이라고도 하지요." 참치 속살이 입속에서 덤덤하게 녹는다. 나를 볼 수 있는 맛이라고? 맛의 부질없음이여, 끝없음이여.

9년 된 이집에서 김 실장은 8년을 근무했다. 부산에서 요리를 좀 한다는 '일본요리발전연구회' 60여 명 회원 중 참치회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서울의 현장에서 12년간 근무했지만 처음 부산에 내려와서는 월급 70만원을 받으며 2년간 부산요리와 일본요리를 배웠다. 김양미 대표는 "김 실장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고집은 대단하다"고 했다. 이 집에서는 재료비가 다른 집의 2배 가깝다. 특급과 1급의 참치만 사용하기 때문. 뱃살 배꼽살 속살이 붉은 색색의 변주로 혀 위에서 미끄러져 목구멍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참치 살점에서 날카롭고 섬세한 칼 맛이 스친다. 메카참치의 뱃살은 살짝 그을려 또한 불향을 가미했다. 이는 또 무엇인가. 음식이 하나의 격(格)을 이루었다.

초밥은 특이한 구운초밥이다. 불의 향을 가미한 이른바 '아부리스시'다. 복어, 참치, 광어 날개 살, 고등어 초밥의 각 살점을 살짝 그을린 것이다. 장어초밥 위에는 장어가 보통 길이보다 2배쯤 길게 드리워져 있다. 양념된 장어 또한 살아있는 맛이다. 생사의 경계를 칼과 요리, 맛으로 넘나드는 이것은 현란하다. 참치 속살을 한 점 집어먹고 다시 무덤덤해질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절정이 고등어초밥이다.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통고등어에 밥과 고추냉이 잔파 초생강를 넣고 김밥 말듯이 말아 썰어낸 초밥이다. 비릿하면서도 향긋한 질감의 맛. 이른바 '밧데라스시'. 대포 모양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여하튼 혀가 다른 경계를 이미 넘어서 버렸다. 오키나와 바다의 국수같은 해초 요리(모즈꾸), 생계란에 우동을 비벼먹는 계란우동처럼 새로운 맛들이 꽤 있다.

점심특선 중 2만 원짜리 동원정식은 참치회 몇 점, 계란찜, 야채샐러드, 일본식돈가스, 초밥 한 점, 튀김, 구이, 알밥, 매운탕. 사시미 5종 1인분 3만5천~15만 원, 초밥 2만,4만,5만원, 복어 2만 5천원, 생대구·계절매운탕 각 2만 원, 점심특선 9종 1만~2만 원. 서면복개천 챔피언나이트클럽 맞은편. 051-808-0382.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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