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만 칭찬하면 육질이 섭섭해해요

입력 : 2010-02-04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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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식당]

형제식육식당의 한우 특수부위 한 판.


사람들마다 제각각 집착하는 먹을거리가 있다. 라면엔 묽게 풀어진 반숙 달걀을 꼭 띄워야 직성이 풀리고, 냉면은 가위로 자르지 않고 입으로 끊어먹어야 제 맛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계시다. 지인 중 한 분은 "고깃집은 무조건 식육식당"이라고 고집하신다. 그런데 그 분의 집착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적절하다. 식육식당이란 말 그대로 식육점과 식당을 겸하는 가게를 일컫는다. 식육식당에서는 양질의 고기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도매를 없앤 유통 과정 덕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으로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송동 형제식육식당

선홍빛 고기에 새겨진 '마블링'이 굽기도 전부터 군침을 돌게 한다. 형제식육식당 주인 김용갑씨가 정성껏 고기를 굽고 있다.
부산에도 유명한 식육식당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그나마 덜 소개되고 주변보다 더 맛있는 식당 두 곳을 골라봤다. 한 곳은 한우 전문이고 한 곳은 돼지고기 전문이다.

해운대구 재송동 형제식육식당을 찾은 미식가들은 이렇게들 이야기한다. "이제 더이상 육질 좋은 한우를 먹으러 기장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고기 육질 만큼은 부산 어느 고깃집에도 뒤지질 않는다.

'육질'만 칭찬하면 '가격'이 섭섭하다. 다른 유명 고깃집에 비해 4분의 3 정도로 싸다. 물론 식육식당이기에 가능한 가격이다. 거기에 또 하나의 원군이 있다. 바로 가족 경영. 식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형제가 고기를 썰고 그들의 부인들이 홀을 맡는다. 그러다보니 인건비가 줄고, 줄어든 인건비 만큼 좋은 고기를 싸게 판매한다.

식당이야 음식 맛만 좋으면 입소문 타는 것은 시간 문제. 지난해 9월 오픈해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써 마니아층이 생겼다. 인근 지역에 사는 분들 뿐만 아니라 부산 반대편 멀리서도 고기맛을 보러 일부러 찾아온다고.

형제 중 동생인 김용갑(35)씨가 모듬 한 판을 들고 나왔다. 등심, 낙엽살, 갈비살, 제비추리, 갈비살, 치마살이 고루 나온다. 100g에 1만4천원. 플러스 등급 이상의 한우 가격이 이정도면 '착하다'.

소위 '마블링'이 화려하다. 굽기도 전에 시각부터 침샘을 자극한다. 좀 더 기름진 등심은 고소하고, 덜 기름진 치마살과 낙엽살은 담백하다. 안거미나 안창살 등 특수부위는 조금 더 비싸진다. 그 밖에도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모든 부위를 맛 볼 수 있다고.

"어떤 쇠고기가 맛있는 고기입니까?" 정신 없이 고기를 집어먹다 문득 궁금해졌다. "3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기본 육질이 좋아야 하고, 알맞게 숙성되어야 하며, 제대로 구워먹어야 합니다." 숙성이 덜 되면 사후경직이 풀리지 않아 맛이 떨어지고, 숙성이 지나치면 육즙이 빠진단다. 또한 센 불에 고기 겉만 살짝 구워 육즙을 가두어 먹는 것이 굽기의 기본 원칙이라고.

참, 하나를 빠뜨릴 뻔 했다. 바로 선지국. 재료를 듬뿍 넣어 국물이 자작하다. 그냥 선지국밥집을 차려도 되겠다. 게다가 공짜다. 거기에 무한리필까지. 인심 한 번 후하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을 지나 금호아파트 맞은편 도로변에 위치. 연중 무휴. 051-755-5558.

아무리 가격을 낮추어도 한우는 한우. 서민들이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맛에 취해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었다간…, 흐흐 지갑 거덜난다. 벼르고 별러 모처럼 목구멍을 호사시키기 위해 먹는 게 한우라면, 그저 생각날 때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아무래도 돼지고기일테다.


구서동 농심가식육식당

선홍빛 고기에 새겨진 '마블링'이 굽기도 전부터 군침을 돌게 한다.농심가식육식당의 주인 조용석씨가 정성껏 고기를 굽고 있다.
금정구 구서동의 농심가식육식당은 바로 돼지고기가 전문인 식육식당. 물론 국내산이다. '농심'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혹시 직영이냐고? 아니다. 주인인 조용석(52)씨가 예전 농심가슈퍼마켓 식육코너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식당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고기 가격은? 역시 싸다. 250~300g짜리 한 판이 부위에 관계 없이 무조건 5천원. 먼저 항정살을 구웠다. 조씨가 가장 자신있게 내놓는 부위란다.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어본다. 이건 쇠고기의 차돌박이처럼 쫄깃쫄깃하다. 아니, 심지어 사각사각거린다.

다음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부위. 이 집의 특징은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돼지고기라고 하면 삼겹살(오겹살은 어차피 삼겹살에 껍질이 붙어있는 것), 목살, 항정살, 가브리살 정도다. 그런데 이집에선 미묘하게 맛이 다른 고기들이 나온다. 조씨의 설명에 따르면 부위가 다르다는 것.

"보통 삼겹살이나 목살 등에 보태어져 같은 부위인 것처럼 팔리는 부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따로 떼어 먹어보면 분명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돼지고기 부위만 해도 20개가 넘었다. 이 중 이곳에서는 10여 가지 부위를 맛 볼 수 있다. 물론 조씨 역시 정확한 부위명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깨죽지 옆에 붙어있는 부위', '목살 아랫부분' 이렇게 알고 있는 정도. 그런데 정말 맛이 다르다. 미묘한 맛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지하철 두실역 2번 출구 앞 골목길 안쪽에 위치. 일요일 휴무. 051-516-5859.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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