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맛… 그 '손맛' 한번 보실래요

입력 : 2010-02-25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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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특별한 맛집


얼마전에 배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오며 바라본 해운대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바다를 끼고 펼쳐진 현대식의 고층 빌딩들이 눈부셨다.

해운대 말고는 어디를 가서도 이런 장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층 아파트도 많고, 사람도 많이 사는 해운대. 해운대에서 맛있는 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곤혹스럽다.

맛집들이 많이 몰려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운대에서 괜찮은 맛집 가운데에서 특별한 세 곳을 골랐다.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는 다 있다.



기다리는 마음 생각하는 마음

손님을 생각하는 삼겹살집 누룽지


이 집 소개하면 기자의 아버지가 뭐라고 한마디 할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 친구분의 아들이 싸고 맛있는 삼겹살집을 개업했다며 은근히 강조했다. 하지만 '쌩깠다(무시하다는 뜻의 신조어)'. 굳이 해운대 좌동 신시가지의 별로 싸지도 않은 고기집 '누룽지'를 소개하는 이유는 있다.

일단 고기부터 먹어보고 이야기하자. 이날 생돼지모듬(3∼4인용 3만5천원)을 시켰다. 생삼겹, 항정살, 생목살이 골고루 나오는 모듬은 모두 고기 질이 좋아 보인다. 삼겹살을 두고 동행이 "고기 맛이 폭신하다"고 표현한다. 육즙이 적당히 배겨있다는 말이다. 고기집에는 무조건 고기가 맛이 있어야한다. 누룽지 홍창훈(39) 대표는 음식점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1남5녀의 다섯째로 자랐단다. 둘 빼고는 모두 다 음식업에 종사한다니 어머니의 영향이 큰 모양이다. 홍 대표가 말하는 맛있는 고기를 내는 비법은 단 한 가지다. 좋은 고기를 가져와 숙성을 잘 시키면 된다. 관리만 잘 하면 고기는 맛이 난다.

줄 서 기다리는 대기손님에게 5% 할인

찌개·게장·나물이 맛있는 집

고기도 좋지만 딸려나오는 음식은 더 좋다. 깻잎 절임은 새콤해서 자꾸 손이 가고, 게장은 달짝지근해서 밥반찬에 그만이다. 나물 3종류를 넣은 비빔밥은 몸이 좋아한다. 캬~ 시뻘건 김치찌개 맛은 예술이다(김치찌개 전문점을 심각하게 고려할만하다).

문 앞에서 받아든 대기번호표를 다시 보니 감동이다. '여러분의 시간은 저희에게는 금입니다.' 대기번호표를 내면 5% 할인을 해준다. 홍 대표는 "음식은 기분 좋게 먹어야 하는데 기다리다 보면 누구나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기다리는 손님에 대한 사과의 표시다"고 말한다. 손님 줄선다고 자랑만 했지 깎아주는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3명이 와서 고기 2인분만 시켜도 별 말이 없다. 손님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맙다. 진짜 누룽지 맛은 좀 들쭉날쭉한 것 같아 아쉽다. 생삼겹 1인분에 8천원. 점심특선인 찌개 누룽지 정식이 6천원. 부산에 몇곳 안되는 국산 돼지고기 판매 인증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오전 1시. 장산역 9번 출구에서 200m 올라오면 된다. 051-701-2489.


치자색깔처럼 마음 환해져요

고기의 스트레스를 줄인다 해운마루



해운대에는 횟집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연희가 하는 횟집(영화 '해운대'의 하지원이 나왔다)이 있으면 모를까, 단 한 집을 추천하기는 '초난감'이다. '해운대'의 촬영지인 미포 끝자락에 위치한 '해운마루'에 갔다. 연희가 없어도 마음에 든다. 일단 전망이 시원하고 파도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테라스까지 갖춰 깨끗하게 단장하고 있으니 횟집이 이래도 되나 싶다.

두번째 가서는 처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수저는 전부 유기(놋쇠)이다. 주인장의 정성이 유기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게 느껴진다. 여기서는 치자 잎을 우려내 노랗게 물들인 밥을 초밥처럼 먹을 수 있게 내놔서 마음에 든다. 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렇게 주면 맛있게 먹는다. 빈속에 술만 먹게 될 염려도 없다. 노란 치자밥 위에 회 한점, 그 위에 삼삼한 김치가 썩 잘 어울린다.

어종별로 적정온도 맞춰 수족관에 보관

노랗게 물들인 밥, 초밥처럼 먹을 수 있어


홈페이지(www.haeunmaru.com)에 '자연친화수족관'이라고 소개돼 그게 어떤 건지 물었다. 김수봉 대표는 "바다고기는 어종별로 적정온도가 다른데도 우리나라 횟집들은 수족관 한 곳에 고기를 함께 넣어둔다. 스트레스를 받은 고기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한다. 도미 섭씨 15도, 참가자미 4도, 광어 6∼8도라는 식으로 고기를 분류해서 수족관에 넣어 두었다. 일본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등 수산업에 30여 년간 종사한 노하우를 살렸다.

채소가 유난히 싱싱해 맛이 고소하다. 김 대표의 고향인 남해군 가천리 다랭이 마을에서 가져왔다. 횟감은 고향 인근 평산리 마을에서 직접 구매한 자연산을 일주일에 2∼3회 가져온다.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 하나도 없고, 매운탕은 덜 자극적인데도 시원하다. 손님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단다. 일하는 분들이 한결같이 표정이 밝고 친절해서 인상적이다. 치자 색깔 같은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집이라고 할까.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2시. 한국콘도 삼거리에서 300m 안쪽. 모듬회 소 6만원, 자연산 활어모듬 소 9만원. 051-743-4222.



뜨겁고 달콤한 유혹에 빠져~

사천자장·탕수육이 맛있는 신흥관


오늘 아침 출근길 신호등 빨간불 앞에서 어제 맛본 사천자장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불같은 맛이라니. 사천자장의 빨간 면발에서는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아이고, 신선한 해물은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침이 꿀꺽하고 넘어가는 순간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린다. 중독성 강한 맛은 이렇게 위험하다!

해운대 '신흥관'의 사천자장(5천원)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새콤, 달콤, 매콤한 3박자를 갖추었다. 자극적이지 않게 달콤한 매운맛이라고나 할까. 부산 사람들 입맛에는 아주 안성맞춤이다(원래 사천자장과는 맛이 약간 달라졌다). 춘장, 양파, 돼지고기가 트리플악셀로 뛴 이 집 간자장을 극찬하는 손님들도 있다. 김연아 혹은 아사다 마오, 취향대로 좋아하시면 되겠다. 

새콤·달콤·매콤 3박자 부산사람 입맛 안성맞춤

맛의 비결? 모든 음식 즉석에서 만들어


일행이 둘 이상이라면 탕수육(중 1만7천원) 맛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달착지근한 소스에 졸깃한 고기가 반신욕을 하고 있다. '소스탕'에서 나온 고기는 탱탱하다. 냉동에서는 절대 이런 맛이 안 나온다. 바삭한 느낌이 참 좋다. 해운대 구청 등록 1호 음식점인 신흥관. 지난 1954년부터 지금껏 한자리를 지켜왔다.

자장면은 이렇게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에서 먹어야 더 맛이 있다. 탕수육에 고량주를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잘 어울리는 집이란다. PIFF기간이면 유명 영화인들로 넘쳐난다. 가게 모습을 담은 오래된 흑백 사진 속의 다섯 살 꼬마가 화교 출신 윤영호(48) 대표이다. 주방에서 나온 그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다. "모든 걸 즉석에서 만든다. 아무리 많이 팔려도 즉석에서 하나하나 만든다"고 강조한다. 비결은 간단했다. 윤 대표는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출신의 선친 윤무림씨로부터 이어받은 '무림의 비전'을 오늘도 이어간다. 중국 영화배우 홍금보의 사인과 사진이 걸려있다. 홍금보는 이 집 간자장을 좋아해 몇 번이나 다녀갔단다. "요즘은 신흥관 간자장 생각안나요?" 코스요리는 귀찮아서 안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9시. 매주 월요일에는 쉰다. 해운대 시장 앞 농협 옆. 051-746-0062.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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