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식당은 별로…" 이 말 역전 시킨 맛집

입력 : 2010-03-11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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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뿌려진 고슬한 밥과 된장찌개, 푸짐한 반찬이 한 세트.

  맛집에 관한 여러 속설들이 있다. '허름할수록 맛있는 집'이라는 둥, '메뉴가 많으면 맛이 없다'는 둥, '주인 할머니 입이 걸수록 손맛이 좋다'는 둥 하는 것들이다. '역전(驛前)에서 맛집 찾지 마라'는 말 또한 그 중 하나다. 아무래도 역(驛)이라는 공간이 어딘가를 향해 이동하는 사람들의 통과점이다 보니, '바쁘다'는 이미지에 '다시 볼 일 없다'는 이미지까지 더해져 생겨난 말이리라. 대충 만들고 대충 때운다. 그러나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일수록 속이 든든해야 하는 법. 대충 허기나 채우려 들어간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 끼의 식사를 만날 땐 정말 반갑다. 이번 주의 주제는 '역전 맛집'이다. 속설에도 예외는 있는 법. 역전에도 맛집은 있다. 부산역과 구포역, 김해공항 인근의 맛집을 각각 한 곳씩 찾아갔다. 이쯤되면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겠다. "김해공항은 역이 아니잖아요?"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는 '역'은 굳이 '열차가 발착하는 곳'이라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부산을 드나드는 관문'이라는 확장된 의미다. 업무 또는 나들이로 부산을 떠날 경우 혹은 용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이제 대충 허기나 채우는 일 따위는 없도록 하자.


구포역 '금룡'의 만두

손님들 주문은 자장 아닌 만두

보기만 해도 바삭한 군만두.
화교 출신의 가족이 3대째 40여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뼈대 있는' 중국집이다. 중국집이라면 으레 자장면부터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만두를 시킨다. 군만두, 물만두, 찐만두, 게다가 만두국밥까지 있다.

특히 군만두가 일품이다. 맛있게 바삭거리면서도 육즙을 잃지 않았다. 사실 평소 탕수육을 시키면 따라나오는 군만두는 한 점 이상 먹질 않는다. 텁텁한 느낌 때문이다. 만두소에 생강을 넣어서일까? 전혀 텁텁한 느낌이 없다.

유국광(53)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다른 만두와는 달리 유독 군만두만은 하루 전 만두를 쪄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식힌단다. 그런 후 구우면 먹을 때 바삭거림이 더해진다고. 정말? 그 외 다른 비기(秘技)가 더 숨어있는 것 같지만 더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뭐, 굳이 알 필요 있나? 가게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와서 먹으면 그만인 것을. 아니, 포장해 열차 안에서 먹는 것 또한 별미일 듯.

시원한 국물의 만두국

만두국에 공기밥이 곁들여 나오는 만두국밥도 허기진 여행자들에겐 반가운 메뉴. 만두국밥이 있는 중국집 찾기 쉽지 않다. 먼 길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매달 첫 번째, 세 번째 일요일 다음 화요일 휴무. 051-332-1261.








부산역 '문출래 된장' 된장찌개


얼큰하고 시원…메뉴 하나로 승부

앞서 말한 여러 속설들 중 하나. '메뉴가 많으면 맛이 없다.' 이 말이 꼭 들어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이렇게 바꿔보자. '메뉴가 하나 밖에 없는 집은 맛집이다.' 이 말은 꼭 들어맞는다. 하나로 승부를 보는 데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부산역 인근 문출래된장이 바로 그렇다. 메뉴는 된장찌개 하나다.

특별히 별난 맛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다시 찾게 만드는 집. 된장찌개라는 메뉴 자체가 그렇다. 너무 평범하다. 그래서 된장찌개 하나로 맛집이 되기가 더 힘들다.

우선 해물이 가득 들어간다. 얼큰하고 시원하다. 양파가 약간의 단맛까지 더한다. 찌개의 걸쭉함에서 국의 맑음으로 한 발을 걸쳐 있는 듯한 느낌이다. 김경숙(48) 사장에게 비결을 물었다. "뭐, 된장찌개에 특별할 게 있습니까? 그저 정성이지요." 너무 뻔한 대답이랄까, 아니면 '우문현답'이랄까, 감을 잡지 못하겠다.

김이 뿌려진 고슬한 밥과 된장찌개, 
푸짐한 반찬이 한 세트.

어묵무침, 부추, 미역무침, 콩나물무침, 무채, 열무김치 등등 반찬도 많다. 대부분 손님들이 다양한 반찬을 밥에 얹어 비벼 먹는다. 그러고보니 밥도 밥공기가 아니라 대접에 담아 나온다. 비벼 먹으란 말이다.

'문출래'의 뜻이 궁금했다. 누군가의 이름인가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한자로 '門出來', 손님이 많이 드나들란 의미란다. 이름대로 될 듯 하다. 아니, 이미 이름대로 되었다. 설 연휴 외 연중 무휴. 051-469-9609.




김해공항 '시장분식' 칼국수

선짓국 곁들여 한끼 식사로 그만

김해공항이 무슨 '역'이냐고? 앞에서 분명 설명했는데도 재차 이러시는 분들, 항상 있다. 넘어간다. 공항 인근 대저동 덕두마을에 위치한 시장분식. 한 때 바로 옆에서 5일장이 서 가게 이름이 '시장분식'이 됐다.

비빔칼국수 위에 올려진 풍성한 나물들과 양념.
이곳의 주메뉴는 칼국수, 그 중에서도 비빔칼국수가 가장 인기다. 인근 사람들에게는 '공항 칼국수'로 불린다. 이곳 비빔칼국수의 특징은 선짓국이 딸려나온다는 점. 그런데 제가 주인공도 아니면서 주인공 이상으로 인기가 좋다. 진하지 않고 삼삼하면서도 선지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다른 양념을 진하게 해서 비린내를 가리는 것은 쉽지만, 삼삼하면서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아! 순서가 바뀌었다. 주인공을 뒷전에 두고 선짓국만 소개했다. 하루 종일 면을 미시는 김우만(76) 사장이 섭섭해한다. 비빔칼국수의 면발은 두툼하면서도 쫄깃하다. 흔히들 면 음식은 부실하다고들 하는데, 콩나물 등 각종 나물을 듬뿍 올려 비벼 먹으면 웬만큼 푸짐한 한 끼 정찬 못지 않게 배가 부르다. 이때 선짓국이 소화를 돕는다.

일반 국물 대신 선짓국물에 면을 넣어 만든 선지칼국수도 특이하다. 그러나 비빔칼국수의 포스가 너무 강해서 다소 밀리는 분위기. 충분히 그럴만하다.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051-973-8735.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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