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금정구 남산동 들깨이야기

입력 : 2010-03-25 16:11:00 수정 : 2010-03-30 0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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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쭉한 들깨와 쫀득한 면발의 만남

들깨와 칼국수의 만남. 혹자는 불륜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지극히 아름다운 만남이다. 맛과 영양소가 골고루 겸비된 음식이야 말로 최고의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건강도 챙기고 맛도 즐기는 음식이 날로 늘어나는 요즘. 웰빙 식단을 찾는 사람에게 꼭 걸맞은 것이 들깨칼국수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금샘로 먹거리타운의 '들깨이야기'는 들깨칼국수와 팥칼국수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이다. 구차순(61) 대표는 대대로 이어지는 손맛의 주인공. 구 대표의 할머니는 고향 경남 마산 삼진 지역에서 알아주는 손맛이었다고 한다. 그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 받았다는 구 대표의 음식 솜씨는 어련할까?

들깨를 곱게 갈아 까칠한 느낌을 없앴다. 걸쭉한 국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요리이다. 그래서 들깨칼국수는 곱배기가 없다. 대(大)자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정 양이 모자라는 대식가라면 공깃밥을 추가하면 된다. 물론 밥은 공짜다. 아직까지 밥을 추가로 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단다.

들깨는 간 기능을 도와주고 당뇨나 고혈압,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들깨를 칼국수와 결합하여 요리를 만들어냈으니 보양식이 따로 없겠다. 예로부터 들깨가루는 봄철 먹는 쑥국이나 경상도 지방에서 만들어 먹는 나물찜에 널리 쓰였다. 원기를 회복하는 데 으뜸이다.

들깨이야기 칼국수의 또다른 맛의 비결은 반죽이다. 1등급 밀가루만 사용하는 반죽은 하루 이상 충분히 숙성을 시킨다고. 오랜 시간을 숙성 시킨 반죽을 주문받은 즉시 꺼내 직접 손으로 썬다. 그래서 수제비든 칼국수든 현장에서 바로 만든 음식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팥칼국수에 쓰이는 팥은 100% 국산이다. 재래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삶아 앙금을 낸다. 국물이 하도 진해 손님들이 비결이 뭐냐고 묻는단다. 비결은 따로 없다.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풍부하게 쓰는 것이 비결이다. 구 대표는 "이 나이에 돈을 벌기 보다는 손님들에게 그동안 받은 성원을 보답한다는 봉사 정신으로 가게를 운영한다"고 한다. 부산 전역에서 오랜 동안 요식업을 해 온 내공이다.

저녁 술 손님을 위한 보쌈 메뉴도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삼겹살 만을 사용한 보쌈으로 봄동 겉절이가 일품이다. 무채를 썰어 물기를 쪽 뺀 뒤 무친 나물이 보쌈과 궁합이 맞다. 들깨이야기(051-513-9953)에는 항아리수제비(4천원) 칼국수(4천원) 들깨칼국수(5천원) 팥칼국수(5천원) 보쌈(2~3인분 1만5천원·3~4인분 2만5천원) 등이 있다.

이재희 기자 ja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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