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에 "우와 맛나요~ 우와 많네요~"

입력 : 2010-05-06 16:27:00 수정 : 2010-05-07 0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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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1만원대 한정식 부담없이 즐기세요

어린이날부터 시작해 어버이날, 스승의날, 어떤 이들은 부처님에게도…. 감사할 일 많아 좋은 5월이지만 따뜻한 햇살에 이끌려 나들이까지 몇 번 다녀오고 나면 어김없이 가계부에는 '마이너스'가 찍히고 마는 '지출의 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잘~먹었다" 소리 나오게 하는 소박한 한정식집은 없을까. 배 부르게 잘~먹었다 소리 나오고 속까지 편한 우리 음식집들, 1만원 초반대 한정식집을 소개한다.

정갈한 20가지 약선 밑반찬 '보약'

옹달샘

·꽁꽁 숨겨두고 싶은 집, '옹달샘'

단골 맛집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 심리를 알겠지만, 맛있는 집은 소문 내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꼭꼭 숨겨두고픈 마음이 있다. 장사가 잘 돼 오래 있어줬으면 하지만, 내가 갔을 때만은 북적거리지 않아 제대로 대접받고 오고 싶은 '심보'랄까. 그런 점에서 이 집은 단골들이 주로 찾는 집이다. '다행히' 대로변이 아닌 골목을 한 번 돌아가야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 명륜동 '옹달샘'의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화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보다 더 많은 화분들 때문에 화초를 잘 가꾼 가정집에 식사 초대를 받은 기분이 든다

1만 2천원짜리 약선정식을 시켰다. 먼저 파인애플소스, 매실소스가 뿌려진 샐러드가 입맛을 깨우더니 눈을 즐겁게 하던 구절판과 꽃잎이 붙은 찹쌀부꾸미도 입맛을 돋운다. 전, 감자샐러드, 수육 등 9가지 음식을 모두 맛보자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요령 피우지 않고, 정석을 지킨 맛이랄까. 어느 것 하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음식들 덕분에 말할 새도 없이 접시들이 하나하나 비워졌다. 이제 슬슬 국과 밥으로 속을 정리할까 하는데…. 어랏, 이게 웬일. 만만치 않은 두 번째 상이 차려지기 시작한다.

사실 이 집 요리의 진수는 정갈한 이 20가지 약선 밑반찬. 식사가 나오기 전 특선요리들이 뭔가 잘 꾸며진, 화장한 얼굴이라면 밑반찬은 이집의 '쌩얼'과 같다고나 할까. 화장을 한다고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닌 근본 바탕이라는 말이다. 간장, 된장 등 몇 안 되는 양념들로 어떻게 이렇게 제각각의 조합들을 이뤄내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매실, 유자 등으로 초장을 만들어요. 몸에 좋은 약선으로만 재료들을 선택하고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드는 거죠." 주인장 이미애(52·여) 씨 얘기다.

주먹만 한 반찬 접시에 나물, 묵은지, 다시마부각 등 온갖 밑반찬이 나오는데 젓가락으로 한번 순회를 끝내고 나면 몸이 보(補)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주머니들 입맛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반찬 보약'들이다.

1만 2천원, 1만 8천원, 2만 5천원 코스가 있고 점심 특선 7천원 코스도 있다. 1만 8천원 코스에는 1만 2천원 코스에 인삼튀김, 황태무침, 복어탕 등이 추가된다. 동래구청 앞에서 기상청 방향으로 30m. 기상청 맞은편 골목길 안 위치. 051-552-5424.

소문난 맛집 외국 손님도 밀물
바우덕이

·드라이브 맛집, '바우덕이'

"아직 거기 안 가봤어?" 서로 공통분모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몇 번이나 추천을 받은 곳이니만큼 궁금도 했다. "다음에 바람 쐬고 싶을 때 한 번 가봐." "어딘데?"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용궁사 방향으로 5분쯤 달리면 나오는 '바우덕이'. 도심에만 있기 아까운 5월 어느날, 여름에 부쩍 가까워진 날씨를 핑계 삼아 바닷바람도 쐬고 맛난 음식도 먹을 겸 기장 해변가 맛집을 찾았다.

1인 1만 1천원(3인 이상, 2인 2만 5천원) 코스를 시키자 샐러드, 양장피, 가오리, 소불고기 등 9가지의 든든한 요리가 나온다. "이렇게 잘 나오는데 진짜 1만 1천원밖에 안 해?" 옆 테이블에서 여성 4명 중 한 명이 친구들을 데려와 맛을 보인 것 같다.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나온다. "진짜 이래도 돼?"
바우덕이

손님이 많아지고 소문이 나면 반대로 음식의 질이나 맛이 떨어질 법도 한데 이 집은 아니다. 5년째 유지되는 맛 덕에 고정팬들도 많다. 조미료 없이 천연재료만으로 맛을 내는 것도 인기 비결. 한국 전통 음식을 맛보려고 온 외국 손님들도 많아 주말에는 하루 평균 5~6팀 정도가 외국인 손님이다. 예쁜 초가집과 연못이 있는 뒷마당, 바다 풍경은 덤.

사실 이집 부창전(60) 사장 내외도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이다. 얼마 전에는 본보에 소개된 여수 맛집에 가본 뒤 정말 감동해 이후로는 일부러 그 집에 가려고 여수까지 가곤 한단다.

"손님이 많아서 좀 시끌벅적하기도 하고 신경을 많이 못 써드리는 게 늘 죄송하죠." 주말 피크타임인 오후 1~3시에는 30분 정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긴 한데 그때만 피하면 대접과 관심을 좀 더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지금의 식당 자리는 동부산관광단지 사업부지에 포함돼 7월이면 이곳에서 2㎞ 떨어진 해광사 옆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가볍게 먹고자 할 때는 주로 바우(1만 1천원) 코스를, 부모님이나 손님을 모시고 올 경우에는 덕이(2만원) 코스를 많이 찾는다고. 바우덕이(3만원) 코스까지 있고 황토오리구이와 오리바비큐도 손님들이 즐겨찾는 메뉴 중의 하나다. 부산에서 갈 때 기장 용궁사 진입로 약 500m 앞. 051-722-3636.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그 외 추천할 만한 1만원대 한정식집

△정림 : 약선요리로 유명한 집. 약초 양념으로 만든 상큼한 소스가 특징. 메뉴 1만 5천원, 2만 5천원, 3만 5천원 코스.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 수안파출소 옆. 051-552-1211.

△풀내음 : 버섯탕수, 버섯초밥 등 채식요리가 유명한 집. 범어사 하행길에 있어 경치를 즐기며 드라이브 하기에도 그만. 1만원, 1만 6천원 코스. 051-508-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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