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맛보고 싶은 '아! 그 집'

입력 : 2010-07-22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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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비아니·떡갈비 메뉴 저렴한 점심 세트 인기

황톳길의 너비아니와 냉면 세트

"그 때 그 집이 어디였죠?" 취재원과의 점심 약속이 많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 위해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종종 있다. 이 말은 두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 다시 찾아가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는 얘기. 둘, 그런데 다시 찾기가 쉬운 위치는 아니었다는 얘기. 

오늘 소개할 맛집은 둘 다 이같은 전화를 수 차례 받은 집들이다. 둘 다 너비아니 또는 떡갈비를 파는 집. 너비아니는 얇게 저민 연한 쇠고기를 양념장에 주물러 석쇠에 구워 내놓는 전통 궁중음식. 전통음식인 떡갈비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3년 여의 조사 끝에 지난해 발표한 '베트남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20선'에서 최고 인기있는 음식으로 꼽히기도 했다. 두 집 다 점심 때는 너비아니와 쇠고기국밥, 또는 냉면을 세트메뉴로 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내어놓으므로 점심 찬스를 이용하면 좋다.


구수하고 인정 넘치는 집 '황톳길'

황톳길의 너비아니와 냉면 세트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벌써부터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진한 양념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이집 대표메뉴 너비아니(석쇠불고기)의 감출 수 없는 뒷자태다. 점심 때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 너비아니를 시켜먹는데 테이블마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채 사그라들지 않아 서로 아우성을 친다. 생김새로 볼 것 같으면 육즙의 소행인지 간장양념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윤기가 좌르르 흘러 또 한 번 보는 이로 하여금 침샘을 자극한다. 중량 210g에 파, 양파, 간장, 과일 등 갖은 양념은 물론 오가피, 감초, 당귀 등 한방소스까지 몸에 넣으신 쇠고기 목살'님'의 귀하신 행차다. 석쇠에 그대로 올려져 나오는 너비아니는 조금씩 떼어내 파무침이나 새콤한 무쌈, 상추쌈에 싸먹으면 더욱 달콤한 맛이 난다.

오랫동안 이 가게 대표메뉴로 자리잡아온 이 너비아니의 값은 1인분 9천 원. 고기는 호주산을 쓴다. 점심특선을 시키면 같은 가격에 쇠고기국밥이 딸려나오며 2천 원을 더하면 아삭아삭 씹히는 얼린 동치미 육수의 냉면이 따라나온다.

"처음엔 고기 양을 180g으로 했었는데 구우니까 구멍이 듬성듬성 생기는 거예요. 10g씩 늘려서 구워보다 210g이 제일 맛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210g이 됐어요. 양이 조금 많나요?" 고기 양이 많아서인지 점심 때는 같이 시킨 쇠고기국밥을 남기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같이 나오는 쇠고기국밥의 양은 많지 않은 편인데 먹성 좋은 손님이 양을 많이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더 퍼준다. 인심 좋고 마냥 친절한 사장 김민주(56·여) 씨의 태도에 "개업한 지 얼마 안 됐나?"는 의심이 들만도 한데 벌써 가게 문을 연 지 12년이 됐단다. 남동생이 황토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IMF 위기 때 실패하게 되면서 평소 음식 솜씨를 자랑하던 그가 그 자리에 식당 문을 열게 됐다고. 가게는 그래서 포근한 황토방 분위기가 난다.

점심 세트메뉴는 명절 쉬는 날을 제외하고는 주말·공휴일 가리지 않고 연중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평일 손님들 중에 주변 직장인들이 많은데 맛있게 드시고 주말에 가족들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한테 똑같이 대접 못해드리면 섭섭하시잖아요." 주인장의 배려다.

부산 연제구 연산2동 776의 17. 망미교차로에서 시청 방면으로 가는 연산로에서 신리삼거리 지나 첫 신호등에서 우회전, 연산2치안센터 앞 왕복 2차로를 따라 100m 가량 내려가면 오른쪽에 위치. 주차장은 도로 건너편. 051-862-2232.


고급스러운 한우 떡갈비의 맛 '다원정'
다원정의 떡갈비와 쇠고기국밥 세트
"사실 우리집은 꽃등심, 생갈비살, 안거미, 안창살이 전문이에요. 점심 떡갈비는 서비스 메뉴라고 할 수 있죠."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방방마다 손님이 가득차 있다. 깔끔하고 정갈한 가게 내부, 고가구와 조각보, 생동감 넘치는 꽃과 돌화분의 조화가 고풍스럽고 또 고급스럽다. 좌석은 모두 홀 형태가 아닌 방으로 돼 있어 조용히 얘기를 나누기에도 그만이다. 주인장 노영자(62·여) 씨 말처럼 이들 방은 저녁 식사 무렵이면 각종 생고기 손님들로 가득찬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사들도 이 집 단골손님들.

하지만 점심 때는 얘기가 다르다. 상당수 손님들이 '떡갈비+쇠고기국밥'(1만 2천 원), '언양식불고기+쇠고기국밥'(1만 2천 원) 메뉴로 한 상 가득 푸짐한 식사를 한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인테리어와 고급 한우를 즐기는 체리피커(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족이랄까.

30여 년간 쇠고기 음식점을 해온 주인장 덕분에 한우 떡갈비의 품질 하나 만큼은 믿을 수 있다. 

떡갈비에 들어가는 고기는 등심과 설도 부위를 쓰는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 집 떡갈비에서는 고기 고유의 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양념장에는 양파와 마늘 등 야채가 듬뿍 들어간 것이 가장 큰 특징.

떡갈비를 다 먹어갈 때쯤엔 얼큰한 쇠고기국밥이 더해져 나온다.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힐 정도로 시원한 국물 맛 때문에 밥 한 공기가 어느새 뚝딱 비워진다. 쇠고기국밥의 시원한 맛의 비밀은 '쇠고기 갈빗살과 갈비 고은 국물'이라고.

"우리집이 좀 찾기가 어렵죠? 그래서 단골손님들만 많이 와요." 주인장의 푸념 아닌 푸념이다. 그래도 한 번 맛을 들이면 20년, 30년 단골이 되는 것은 예사라고.

노 씨는 경남 통영에서 34년 전, 부산에서는 25년 전 지금의 서면 사미헌 자리에서 쇠고기 음식점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474의 31.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영광도서 앞 복개도로 영광주차장 옆길로 5m. 4층 130석 규모. 051-808-3800.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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