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진구 부전동 '마당집'

입력 : 2010-07-22 15:51:00 수정 : 2010-07-27 1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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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차린 생일상처럼 정 듬뿍

선물을 받으면 즐겁다. 힘들거나 외로운 처지에 있을 때,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면의 '마당집'이라면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이곳을 다시 찾아간 이유는 얼마 전부터 생일상을 차려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생일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알고 보면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겉으로 볼 때는 좋은 직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타향인 부산에 혼자 있는 사람들도 많다. 기러기 신세인 단골손님 중 한 분이 "내일이 생일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단다. 마당집 윤경숙 대표가 "그러면 우리집에서 생일상을 해드릴게요"라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마당집은 집밥같다. 객지에서 맞은 생일날, 집밥같은 미역국과 찰밥을 받은 손님은 너무너무 감동을 했다.

일단 생일상 차림부터 보자. 상 위에는 금방 끓인 미역국에 찰밥, 조기, 간장게장, 콩나물, 무채나물 등이 가지런히 놓였다. 구운 김을 간장에 찍었다. 맛있다. 집에서 직접 김을 구워보았지만 이 맛이 안 났다.

마당집은 간장, 된장, 김치, 장아찌를 다 직접 담근다. 된장찌개만 가지고도 충분히 밥 한 그릇을 먹겠다. 고등어구이와 고등어찌개도 맛이 특별나다. 좋은 고등어를 쓰지 않으면 이런 맛이 안 난다.

직장 선후배가 생일을 맞은 날, 여기로 데려와 생일상을 사주면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생일상은 기본 식대인 1인당 5천 원을 받는다. 주로 고기를 먹는 예약손님에 한정하고, 일정 금액 이상 고객에게는 생일 케이크도 선사한다.

귀찮아 보이는 생일상 서비스를 왜 시작한 건지 궁금해졌다. 윤 대표는 "맞다, 귀찮다. 하지만 장사는 종업원을 귀찮게 해야 손님에게 좋다. 이렇게 안 하면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 장사는 베팅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철학이 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한두 번 남을 도운 게 아니다. 그는 "내가 도와주니 다른 이가 나를 돕더라. IMF 시절 늘 돕던 어르신들을 찾아가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주변에 잘하는 게 종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도 없이 종업원 20명과 매일 지지고 볶는데 다들 10년씩 있었단다. 한우 생등심 120g 3만 2천 원. 영업시간은 오전 8시∼오후 10시30분. 부산진구 부전2동. 서면 롯데호텔 옆. 051-806-8602.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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