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김밥·주먹밥? 천만에! 색다른 맛에 반했다

입력 : 2010-08-12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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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김밥계에 도전장 내민 새로운 간편식

'∼세상, ∼천국, ∼나라' 등 김밥 프랜차이즈 업소들의 등장은 김밥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일 년에 딱 두 번, 아니 운 좋으면 동생 소풍까지 기껏해야 일 년에 네 번 정도 맛볼 수 있었던 김밥을 라면과 짝을 이루는 대표 간편식으로 바꿔놨으니 그 업적이 크다고 할 만 하다. 하지만 한 줄 1천 원 김밥이 '저렴한 간편식'으로 인식되면서 오동통하고 터질 듯한 김밥을 내놓던 집들마저도 저마다 가격을 낮추고 볼륨감을 줄여나갔다. 김밥이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 것. 

'뭔가 새로운 간편식은 없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기존 김밥계에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간편식 형제들을 만나봤다.

고봉 김밥人

용호동에 본점 1년 만에 8호점까지 확장
터질 듯 오동통한 김밥 "침 넘어가네"

·부산에서 시작된 김밥 바람, '고봉김밥人'


"고봉김밥, 안 드셔보셨어요? 요즘 뜨는 김밥인데…." 기자의 레이더망에 특이한 김밥 이름이 걸려들었다. '고봉김밥人'이라. 주인 이름을 따서 지은 상호라는데 생긴 지 1년여 만에 벌써 부산·울산 지역에 8호점까지 생겨났단다.

부산 남구 용호동 본점의 경우 인기가 많아 점심시간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테이크아웃을 하려 해도 미리 전화를 건 뒤 최소 20~30분은 기다려야 한다더니 역시 전화 연결조차 쉽지가 않았다. 드디어 주인과의 만남. 주인을 보고 두 번 놀랐다. 고봉이란 이름에서 자연스레 남자를 떠올렸으나 실제 주인은 여자였고 상호에 자신의 이름을 턱하니 내걸 정도면 제법 나이가 있으려니 생각했지만 실제 주인 고봉민(32) 씨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김밥 프랜차이즈 가게를 6년 정도 했었어요. 하지만 김밥이 점점 사양길로 접어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길로 고씨는 가게를 접고 남편의 재주를 살려 수제돈가스집을 열었다. "돈가스만 팔 수는 없으니까 곁들임 메뉴로 김밥을 넣은 거죠. 근데 수제돈가스를 넣은 김밥이 사람들 입맛에 맞았나봐요. 김밥 먹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서 분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진거죠."

기자라고 예외가 없다. 순서대로, 주문한 지 20분여가 지나자 드디어 김밥이 나왔다. 이 집의 인기메뉴인 돈가스김밥과 매운김밥, 고봉김밥의 등장.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어야 하는데 어른들 말처럼 '꼬신내'가 나서 참고 있기가 힘이 든다. 터질 듯 오동통한 김밥 위로 참기름이 좌르르 흐르는데 그만 침이 꿀꺽 넘어갔다. 오는 손님들마다 빠뜨리지 않고 시키는 메뉴, 돈가스김밥을 맛봤다. 쫄깃하게 씹히는 수제돈가스와 향긋한 깻잎, 마요네즈가 어울려 진한 맛을 만들어내는데 양이 많아 김밥 하나가 꽤 오랫동안 씹힌다. 매운 고추와 쇠고기고추장볶음이 들어간 매운김밥은 꽤 매웠지만 함께 곁들여 나온 미소된장국과 함께 먹으니 금세 젓가락이 또 갔다. 고봉김밥은 7가지 재료가 들어간 기본김밥. 양념 맛이 깊게 밴 우엉과 다른 재료들과의 적당한 배합이 과하지 않은 깔끔한 맛을 냈다.

"김밥 맛의 비결은 신선한 재료에 있어요. 매일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두 번 재료를 준비하고 데쳐요. 재료가 남으면 버리고요. 일찍 떨어지면 그날은 오후 9시 전에 문을 닫죠."

고봉김밥은 미리 김밥을 말아두고 손님이 오면 썰어만 주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김밥을 말기 시작한다. 김밥 마는 사람만 3명. 고씨는 "전화 주문이든 가게 내 주문이든 무조건 주문이 들어온 순서대로 김밥을 내주기 때문에 가끔 줄을 서 20~30분씩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볼 때 제일 미안하다"고 했다.

5가지 김밥 메뉴 1줄 1천500~2천500원. 수제돈가스 6천500원. 본점 부산 남구 용호동 197 GS하이츠자이 상가 1층. 오전 8시~오후 9시. 051-611-9557. 그 외 나머지 7곳 고봉김밥人:구서점, 반여점, 센텀점, 정관점, 화명점, 명지점, 울산 화정점.

공씨네 주먹밥

아·점, 점·저, 간식 먹는 이들도 즐겨찾는 곳
밥알 속 참치김치나 스팸 '환상의 조합'

·한국식 주먹밥 프랜차이즈 '공씨네 주먹밥'


그릇 크기에 맞게 오목하게 올라온 주먹밥. 검은색 김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머리 위에는 제 속에 든 재료를 이름표 붙이듯 올려놓았는데…. 고것 참 맛있게도 생겼다. 그리고 예쁘게도 생겼다.



'공씨네 주먹밥'이란다. 전국에서는 41호점까지 차려졌지만 부산에서는 아직 경성·부경대점 한 곳 밖에 없다. 삼시 세끼는 물론이고 아·점, 점·저, 간식을 먹는 이들도 즐겨찾는 곳. 특히 커플들이 많다.

인기 메뉴인 참치김치, 구운스팸 주먹밥을 맛봤다. 숟가락이 김 고물을 헤치고 다시 밥알을 헤치고 들어가자 지구의 핵처럼 놓인 참치김치가 빨간 속을 내놓는다. 편의점 삼각김밥의 차가운 내용물, 부실한 소에 질린 이들이라면 가히 감탄할 만한 맛. 풍성하게 들어간 소 덕에 참치김치의 맛이 밥맛을 압도하며 오랫동안 입에 남는다. 여기다 500원을 더 주고 달걀후라이까지 하나 얹으면 웬만한 김치볶음밥 한 그릇 부럽지 않을 영양 만점 주먹밥이 된다. 구운스팸 주먹밥은 전국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 구운 스팸이 굵직굵직하게 들어가 있는데 짭짤한 스팸의 맛과 밥맛, 두 맛만이 만났는데 의외로 조합이 좋다.

손님들 중에는 이 집 어묵육수에 반한 사람이 많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육수인데 김과 어묵 등을 넣어 맛을 내니 자꾸 숟가락이 간다. 무한리필이 가능하다고 하니 국물맛에 반한 사람은 국물로만 배를 채울 수도 있겠다 싶다.

대학가에 자리한 집답게 인심이 후하다. 주머니는 가볍지만 배가 큰 남학생들을 위해서는 커다란 주먹으로 만들어주고 밥을 더 달라고 하면 더 내어주기도 한다. 부산에 떡하니 주먹밥 프랜차이즈 1호점을 차린 주인, 알고보니 남편과 함께 주먹밥 맛에 반해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스스로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인 윤정인(38) 씨는 "우선 저부터가 맛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내용물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게 돼요"라며 푸근한 인심을 드러냈다. 15가지 주먹밥 개당 1천~2천500원. 경성대·부경대점은 부경대 맞은편에서 경성대 쪽으로 70m. 오전 10시~오후 10시. 051-624-1103. 이달 중순께 부산대점도 새로 문을 열 예정.

오니기리와 이규동

게살·오삼불고기 등 다양한 한국식 소
일본 조미료 후리가케로 고소한 맛 더해


·한국에 착륙한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와 이규동'

"왜 하필 오니기리를 주메뉴로 정했어요?" "왜나하면 오니기리야말로 일본인의 '소울(soul)푸드'이기 때문이죠. 일찍 어머니를 여읜 저는 가사일을 도맡아야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꼭 1년에 두 번 저를 위해 오니기리를 만들어 주셨어요. 그리고 오니기리는 자기가 만든 것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게 훨씬 더 맛있다고 하셨어요."

일본 영화 '카모메식당'에 나오는 주인공의 얘기다. 자기가 만든 것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게 훨씬 맛있다는 얘기. 이는 오니기리 뿐 아니라 모든 요리에서 통하는 얘기다.

일본의 소울푸드 오니기리가 한국에도 착륙했다. '오니기리와 이규동'. 일본의 대표음식인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와 규동(쇠고기덮밥) 등을 파는 집이다. 규동앞에 이이(ぃぃ)는 좋다라는 뜻. 오니기리를 찾는 이들 중에는 일본에서 맛본 오니기리를 못 잊어하는 이들과 편의점에 파는 삼각김밥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한국식 소를 넣은 오니기리다. 참치샐러드는 물론이고 게살샐러드, 오삼불고기, 달콤숯닭 등이 삼각형 오니기리에 소로 들어가 있다.

오니기리의 맛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보다 후리가케(깨, 김가루, 소금 등이 들어간 일본 조미료). 삼각형 모양 주먹밥은 마지막으로 후리가케에 굴려주는데 후리가케가 발린 오니기리를 입에 넣으면 깨소금의 고소함이 입 안에서 통통 튄다. 오니기리는 특히 20~30대 여성들과 어머니층에서 인기가 높단다.

카레우동은 일본에서 먹었던 것과는 맛이 조금 달랐다. 일본의 카레우동이 걸쭉한 카레에 밥 대신 우동만 바꿔넣은 느낌이라면 오니기리와 이규동에서 맛보는 우동은 기존 우동 육수에 카레 소스와 쇠고기를 곁들여 좀 더 쇠고기 맛이 많이 난다.

'오니기리와 이규동'은 부산에서만 벌써 18호점을 냈다. 부산 1호점인 부산대점의 윤춘희(36·여) 사장은 "요즘 학생들의 단체 주문이 많은데 햄버거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몸에도 좋아 웰빙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16가지 오니기리 개당 1천~2천500원. 부산대점 부산대 파리바게뜨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구서동 방향으로 10m.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051-512-2000.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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