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상차림, 더 화려한 맛의 향연

입력 : 2010-08-26 16:04: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마리솔 뷔페는 몸에 좋은 차를 음식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시푸드 뷔페와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각각 한 곳을 다녀왔다.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능하면 다루지 않으려던 소재. 뷔페는 장점도 많지만 '맛집'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또한 한때의 인기를 뒤로 하고 웰빙 바람에 밀려 점차 사양길로 접어드는 추세. 하지만 이번에 찾은 두 곳은 달랐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현장을 소개한다.

도심에 핀 연꽃 같은 '마리솔 뷔페'


뷔페에만 다녀오면 늘 배가 더부룩했다. 그래서 "뷔페에는 가짓수만 많았지 제대로 먹을 음식은 없다"고 생각했다. 지인의 손에 이끌려 방문한 연제구 연산동 마리솔 뷔페는 뭔가 달랐다. 도심의 고층 빌딩 꼭대기에 느닷없이 핀 연꽃 같은 존재라고 할까.

자리에 앉자 물이 아니라, 시원한 녹차가 나오는 점부터가 달랐다.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아예 없다. 굳이 콜라를 마시려면 별도로 돈을 내야한다. 뷔페에서 야박하다는 생각도 잠깐. 대신에 오미자차, 연꽃차, 황차 같은 전통차를 비롯해 복분자 원액으로 만든 주스를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아예 무시한, 이 편파적인 차와 콜라의 대결 구도는 바로 마리솔 뷔페 조정미(사진) 대표의 작품이다. 이 분 약력을 살펴보니 그럴 만도 하다. 부산전통문화원 이사장으로 동서대 교양교육원 등에서 전통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음식 장사는 처음.

조 대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우리 차를 많이 먹을까 늘 고민해 거리에서 캠페인도 여러 번 해봤다. 그러다 아예 직접 음식점을 차려서 차 문화와 친숙해지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한다.

시푸드 뷔페답게 각종 해산물이 많다. 농어에 먼저 손이 갔다. 여름철 농어는 아주 졸깃졸깃해서 최고이다. 알고 보니 회를 써는 도마까지 녹차에 살균했단다.

몸에 좋은 차를 어떻게 음식에 활용해볼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새우를 비롯해 각종 튀김에도 녹차가루를 입혔다. 녹차와 섞여 기름기가 홀라당 빠진 날씬한 피자는 난생 처음 구경한다. 수육이 언제 한 번 값비싼 보이차에 목욕을 할까. 녹차와 LA갈비의 만남은 '한미(韓美)의 조화'라는 이름 그대로이다.

음식 하나하나에 붙은 설명이 실감나 재미도 있고 맛도 있다. 여기서는 롤초밥을 '만선의 기쁨'으로 부른다. 훨씬 싱싱하고 활기찬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다. 돼지고기 요리 중 하나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꽃돼지'. 다소 낯선 요리법을 제시하는 조 대표와 주방 요리사들 사이에 처음에는 신경전이 치열했었다. 지금은 주방에서도 "내일은 뭘 해볼까." 즐거운 고민 중이다.

차는 처음에는 쓴 듯 하지만 삼키고 나면 달다. 디저트로 무지개떡까지 먹었는데도 개운하다.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시원하다.

주중 점심(낮 12시∼오후 3시) 2만 원, 저녁(오후 6시∼9시 30분) 2만 7천 원. 주말 2만 9천 원. 부산 연제구 연산동 4번 출구 더 웰 빌딩 19층. 1599-9080.

·마리솔 뷔페
각종 해산물에 전통차 활용 요리
먹을 게 없다는 고정관념 깨뜨려

·불고기브라더스
한식으로 승부 건 패밀리레스토랑
한국 전통술 알리는데도 앞장



얄미울 정도로 잘하는 '불고기브라더스'


"불고기브라더스가 뭐야?" 아웃백스테이크, TGIF, 베니건스가 모두 몰려있는 한 건물에서 이 낯선 간판을 처음 만나고는 의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불고기가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과 한판 떠보자는 자신감이었다.

처음 찾은 해운대의 불고기브라더스에는 한식당 답지 않게(?) 재즈 음악이 흘렀다. 분위기도 뭔가 호텔 양식당 같고…. 주문하고 바로 나온 김치를 포함한 대여섯 가지의 반찬이 다 괜찮았다. 고기를 먹고 나서 강된장에 비벼먹으니 꿀맛이었다. 체인점에서 사용하는 반찬은 다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불고기브라더스의 이재우(사진·전 아웃백스테이크 부사장) 대표를 만나 이것부터 물어봤다. "김치나 된장은 안 담근다. 나이키가 언제 신발 공장 가지고 있는 걸 봤나? 우리는 판매만 잘 하면 되는 유통, 마케팅, 서비스, 판매회사이다. 우리는 한마디로 장사꾼이다."

뻔뻔하지만 일리가 있다. 김치나 된장을 직접 만들어도 봤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제품보다 못하더란다. 그래서 그냥 제일 잘하는 곳에서 만든 것을 가져다 쓰기로 했단다.

이 회사는 신경을 다른 데 쓴다. 고기를 구워도 연기가 나지 않고 냄새가 배이지 않는다. 고가의 하향식 배기 로스터를 사용한 덕분이다. 모든 음식에는 일반 소금보다 20배 가량 비싼 토판 천일염을 사용한다. 비용이 많이 들겠다고 했더니 소금을 먹으면 얼마나 먹냐고 태평이다. 다른 재료를 가공하는 도마는 각기 다른 색깔로 구분한다.

한식당인데 취급하는 술의 종류가 많아서 마음에 든다. 막걸리 5종 세트를 비롯해 설화, 화요, 화랑, 한산소곡주 같은 전통 한국술이 19가지(레드와인 12가지, 화이트와인 4가지 별도)나 된다. 우리 음식에 어울리는 전통 우리 술을 알리는데 앞장서겠다는 기특한 생각이다.

메뉴에는 동래 해물파전과 언양식 불고기까지 있다. 이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청와대 조리팀장이었던 정찬부 메뉴개발팀 본부장이 부산에 와 밀면 같은 부산 음식까지 메뉴에 첨가시키기 위해 맛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이 대표는 "한식당이 깨끗하면 사람들이 더 자주 갈 거라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다. 한식당을 아웃백스테이크보다 고급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5일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새로 연 불고기브라더스는 올해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에 진출한다. 불고기브라더스, 얄미울 정도로 잘하는 집이다.

해운대점. 서울식 불고기 세트 1인분 1만 6천900원(300g), 한우불고기 세트 1만 7천9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해운대구 우동 627의 1 하버타운 1층. 051-743-2581∼3.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