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피로 얻은 깨달음, 나누고 싶어요"

입력 : 2010-08-31 10:46:00 수정 : 2010-08-31 10: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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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스타 커피' 양현오 씨

나이 마흔에 '인생 반전'을 이룬 양현오 사장은 요즘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송지연 기자

'반전.' 부산 동구 수정동 우체국 옆에 자리 잡은 커피숍 '티노스타 커피'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단어다. 낡은 골목 풍경과 동떨어진 세련된 외관의 가게. 가게 안에는 은은한 커피향과 영국의 한 라디오 음악 채널 방송이 퍼져 묘한 매력을 풍긴다.

'하필 낡은 골목에 이런 가게를?'이라는 질문에 가게 주인 양현오(40) 씨는 "이런 곳이니 '티노스타 커피'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좋은 커피의 맛과 여유를 즐겨야 마땅한(!) 소중한 존재라며, 어디에 살든 커피가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단다. 자못 심오한 그의 커피 철학에는 나이 마흔에 새로운 삶을 전개하고 있는 '인생 반전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영국 억대 연봉 IT업체 대표
우연히 마신 한 잔의 커피
진정한 행복 자문하게 해
귀국 뒤 수정동 골목에 카페



석 달 전 이곳에 가게를 열기 전까지 그는 영국 런던에서 13년 동안 살며 IT 컨설팅 업체를 경영했다. 20대 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후 계속 그곳에 머물며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힘들게 생계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 한국서 익힌 컴퓨터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작은 업체를 세우게 되고, 수년 간의 노력 끝에 억대 연봉을 받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한국 대통령들이 영국을 방문할 때면 양 씨 회사에 컴퓨터 네트워크 업무를 맡길 정도로 업계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여기까지가 양 씨의 인생 전반부로, 자수성가한 한 사업가의 이야기였다.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자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이 자주 찾아 왔단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이 공허하다는 느낌이 일상을 짓누를 때 '진짜 커피'를 만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커피에 대한 기호가 특별하지 않았던 그였다. "우연히 좋은 커피를 마시게 됐어요. 맛도 훌륭했고, 커피만 마시면 불편했던 속도 편안했어요. 순간 커피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죠. '내 존재는 소중하다. 그러니 이런 좋은 커피를 마셔 마땅하다'라고."

그 깨달음의 영향으로 당시 100kg에 육박하던 그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들과 과감히 이별을 했더니 60kg대의 몸무게로 체중이 줄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복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당시 영국에 있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등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생의 진정한 성공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2010년 현재, 그는 좋은 커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다짐과 장사로 번 돈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하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해 초 한국에 돌아오긴 했지만,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 부산에서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저는 맥스 루케이도의 동화책 '너는 특별하단다'를 좋아해요. 우리는 어떤 이유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요,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어머니가 가게 안의 그 책을 우연히 읽고 큰 감동을 받은 듯했어요. 제가 커피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이웃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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