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동래구 온천동 '웰빙 왕손짜장'

입력 : 2010-09-09 16:14:00 수정 : 2010-09-14 06: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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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안 나온다고 불평마라, 그게 비법이다

기자의 청소년 시절, 전교생 아니 전국의 자장면 애호가들 사이에 들끓었던 자장면에 대한 담론 하나. 바로 '왜 자장면을 먹고 나면 처음엔 없던 국물이 남느냐'는 것이다. 국물이 남지 않으면 체질이 산성이라느니, 국물은 지저분한 침이 흥건히 고인 거라느니, 온갖 '괴담'이 나돌았다. 남은 국물이 아깝다고 그걸 다 마시는 녀석도 있었고, 아예 밥 한 공기를 추가로 시키는 놈도 있었다.

뭔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서론이 장황하냐고? 바로 누가 먹어도 국물이 안 남는 특이한 자장면집이다. 그래도 국물이 좀 자작하게 남아야 맛있지, 국물이 없으면 그게 무슨 자장면이냐고? 그런데 맛있다. 바로 동래구 온천1동 금강공원 정문 맞은편 '웰빙 왕손짜장'. 그래, 맞다. 한글 맞춤법 때문에 '자장면'이라고 쓰지만 역시 '짜장면'이라고 해야 맛이 산다. 생긴 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은 '웰빙 왕손짜장'은 벌써 주변에 입소문이 퍼졌다. 바로 특이한 수타자장면 때문이다.

우선 앞서도 말했듯 자장 양념의 국물이 거의 없다. 비비기 전엔 몰랐다. 그런데 비비면 비빌수록 자장 양념은 면에 다 묻어 함께 비벼질 뿐, 따로 가라앉아 그릇 밑으로 고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혹자에게는 자장 양념이 적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전혀 싱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춘장 그 자체의 향은 더욱 그윽하다. 게다가 충분히 들어간 양파가 고소함을 더해준다. 다른 액체는 한 방울도 넣지 않고 오로지 양파를 볶아 생긴 액체에 춘장과 다른 재료를 섞어 자장 양념을 만든다. 크게 썬 양파와 감자, 고기도 충분히 들어가 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양념도 함께 씹어먹는 느낌이다.

면도 남다르다. 수타면이라 그런지 면이 두꺼우면서도 쫄깃쫄깃하다. 씹히는 맛도 여느 자장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수타면이라서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특별한 비결이라도?" 이용배(49) 사장에게 물어봤다. 역시 비결은 있었다. "보통 자장면에는 밀가루에 소다를 첨가해요. 기름진 색을 내기 위해서죠. 그러나 우리 가게에선 소다를 첨가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만의 비법을 사용하지요." 사장님만의 비법? 참기름과 일부 천연양념이라는데, 더이상은 엿들을 수 없었다.

한 그릇 다 먹고 나니 배가 한 가득이다. 면이 두꺼워서 그런가? 그러나 소화가 잘된다는 사장님의 말씀을 믿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면류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기자이지만 집에 가니 속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보통 중국집은 인근에 사는 '로컬' 손님이 대부분이다. 어디엘 가도 중국집은 다 있고, 그 맛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제 집 앞에 있는 중국집, 거기에 배달까지 빠르고, 군만두까지 서비스로 준다면 그게 최고다. 그런데 이 집은 멀리서도 한 번쯤 찾아와 먹을 만 하다. 자장면 4천 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 다음 화요일 휴무. 051-553-3665.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왜 자장면을 먹고 나면 없던 국물도 생기냐고? 그것은 자장 양념 속 전분이 입 속의 침과 만나 액체로 변하기 때문이다. 뭐, 이제는 다들 아는 이야기리라.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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