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5g 더 넣었을 뿐인데…" 부산의 보석 같은 카페들

입력 : 2010-09-09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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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다 커피와 사랑에 빠진 '애드5그램'의 전세홍·김윤희 씨 커플. 그들은 커피도 음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커피는 '소통'이다

5g 더 나누는 따뜻한 마음 - '애드5그램'

요리를 하다 커피와 사랑에 빠진 '애드5그램'의 전세홍·김윤희 씨 커플. 그들은 커피도 음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요리에서 커피로…

남들보다 5g을 더 넣어서 커피를 뽑아준다는 의미를 아예 상호로 사용했다.

보통은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커피 가루 10∼15g이 들어가지만 여기서는 20∼25g을 넣는다. 마실 때 그 차이가 진하게 느껴진다.

서면 번화가에서 좁은 도로 하나만 건넜을 뿐인데 주변이 한적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언제 이런 커피집이 생겼을까. 지난해 8월 젊은 남녀 둘이서 비지땀을 흘리며 뚝딱거리더니 작고 예쁜 커피집이 생겼다. '애드5그램'이다.

전세홍(33)·김윤희(30) 씨 커플은 수수하다. 아직까지는 손님 대할 때 어색해 하는 표정도 엿보인다. 둘은 손님들끼리 하는 대화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이야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전 씨는 인테리어를 직접 하다 감전되어서 죽을 뻔했단다.

둘은 해운대의 한 호텔 주방에서 요리사로 만나 '눈이 맞았다'. 샌드위치 빵을 써는 솜씨를 보니 역시나 요리사가 맞다. 전 씨의 드립커피 내리는 모습을 구경하며 왜 요리에서 커피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는지 궁금했다.

"요리도 재미있지만 커피도 음식이다. 마음이 흐르는 쪽으로 선택했을 뿐이다. 커피에서는 신맛, 쓴맛, 단맛, 흙냄새, 풀냄새, 허브향이 난다. 요리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이 맛을 모르고, 또 못 내었을 것 같다."

커피에도 레시피가 따로 있다. 그는 커피를 내리면서도 계속해서 맛을 보고 있다. 가게 안에 써 붙인 '사장 입맛에 맞는 커피'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5g을 더해 쓴 맛이 더 맛이 있다고 나름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여기에 와서 커피를 마실까. "사람들끼리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가게 주인과 손님의 소통도 중요하다. 우리 둘이 없으면 여기에 오겠나?"

이 집과 어울리겠다며 소품을 가져다주는 손님들도 있다. 가게 위층에 사는 분이 옥상에서 키운 대추를 한 움큼 건네준다. 커피는 소통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1시. 매주 월요일에는 쉰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684의 2. 부전도서관 맞은편 던킨도너츠 골목. 051-818-9147.


커피는 '생활'이다

아날로그의 소중함 - '구름나무커피'

# 착한 소비 - 공정무역 커피

'구름나무커피'의 박재범 대표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시기만 하지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른다.

해발 2,000m 고지의 산등성이에 드리운 구름은 좋은 커피를 위한 최상의 기후 조건이 된단다. 고산지대에서 탄생한 아라비카 커피는 가난한 커피 농부 가족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희망이다.

삼성물산에 다니며 무역 일을 하던 박재범(42) 씨는 쓸데없이(?) 그런 일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지난해 9월 부산대 앞에 공정무역 커피가게 '구름나무커피'를 열고 말았다.

공정무역커피는 공정한 가격에 커피를 거래해 적정한 수익을 농가에 돌려주자는 '착한 소비' 운동이다.

공정무역커피는 몰라도 이 집 커피가 맛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웬만큼 알려졌다. 에티오피아산 이르가체프 커피 한 잔에 하루의 피곤함이 달아났다.

커피란 무엇인가. 박 대표는 "커피는 생활이다. 커피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를 열고 얼마 안 돼 신경질이 나서 가게 안의 무선 인터넷을 확 끊으려고 했단다. 서로 소통하라고 어렵게 만든 공간에 와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속이 상해서였다.

"여기는 아날로그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가는 공간인데 이곳마저 점점 디지털화되어 가는 게 정말 아쉬웠다."

6개월쯤 지나니 안심이 되었단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시키지 않아도 우산꽂이에 우산을 정리하고 들어왔다. 화장실의 두루마리 휴지도 누군가를 시작으로 보기 좋게 접어두고 나왔다. 소통이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바쁠수록 느린 음악을 틀어준다. 그래서인지 속도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여기는 편안하다. 주문한 지 1분만 지나도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모인 곳과는 다르다.

여기서 비로소 변화무쌍한 커피 맛을 알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화를 하며 주문을 받으면 손님들의 커피 구력이 보인단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389의 15. 부산은행 장전동 지점서 구서동 방향 첫번째 횡단보도서 좌측 70m.051-516-7179.


커피는 '중독'이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 '카페홀릭 이슬기 씨'
귀엽고 앙증맞은 분위기의 '커피살롱루이'
# "물 없이는 살아도 커피 없이는 못살아"

'카페홀릭' 이슬기(26·사진) 씨와의 대화는 카페만 2차를 가며 이루어졌다. 이 씨는 전날에는 카페로 3차를 갔단다. 커피 값만 드니 술 마시는 데 비하면 생각보다 돈도 많이 안 든다.

이 씨는 자신을 '카페 얼리 비지터(Cafe early visitor)'로 소개했다. 이 씨의 블로그(http://sagesselee.blog.me)를 통해 지금까지 소개한 부산의 카페만 260곳이 넘는다. 실제로 가본 곳은 300곳이 넘는단다.

이 씨는 직업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자주 옮겨 다니며 살았다. 20세 때부터 사는 도시 부산(최장 거주 도시)을 알아가는 게 정말 즐겁단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 케이크 데코레이션 공부를 하고 있다. '부산의 카페'라는 책을 출간할 준비도 다 마쳤다.

"물 없이는 살아도 커피 없이는 못산다. 나는 카페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아래는 이 씨가 권하는 부산의 '보석 같은 카페' 10곳이다.




◆ 부산의 보석 같은 카페 10곳 (카페명/위치/특징/전화번호)
여유로운 느낌의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드아름'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오아시스 같은 '인디고'
달맞이 언덕의 낭만이 함께 하는 '해오라비'

1.커피살롱루이/부산진구 전포동/예쁘고 사랑스런 카페, 커피를 정성스레 뽑는다/051-818-9893.

2.꺄뇽/중구 중앙동/고집이 살아있는 곳, 커피에서 불향이 많이 난다/051-248-0511.

3.스왈로우/해운대구 중동/공간이 예쁘다, 의자와 테이블에도 많은 투자/ 051-731-0900.

4.인피니/수영구 광안동/친절한 바리스타, 특화된 커피가 맛있는 곳/051-818-2259.

5.엘름/수영구 남천동/입구를 느릅나무가 감싸고 있다, 집같이 편안한 곳/051-624-1010.

6.인디고/사하구 괴정동/소탈한 주인이 하는 원맨숍, 커피가 제일 맛있는 곳/010-3634-1686.

7.카페드아름/연제구 연산동/룩셈부르크의 이미지, 여유로운 느낌이 좋다/051-754-2707.

8.인앤빈/중구 보수동/커피에 대한 투자를 열정적으로 했다/051-256-7801.

9.해오라비/해운대구 중동/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먹는 맛있는 커피가 좋다/051-742-1253.

10.디아트/중구 남포동/흡연실을 분리, 아이스크림 및 케이크까지 유명/051-256-7801.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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