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요시노스시'

입력 : 2010-10-14 16:05:00 수정 : 2010-10-18 07: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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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해드릴게요" 그의 자신감에 모두 맡겼다

다음날이었다. 갑자기 뻘건 참치 살이 눈앞에 나타나 잡으려니까 사라졌다. 다음에는 뽀얀 고래 고기…. 먹는데 환장하면 꿈에서도 나타난다더니 아주 생고생을 했다.

그 전날 이야기이다. 서면 뒷골목을 걷다 옛 포토피아 옆의 '요시노스시'에 들어갔다. 며칠 새 두 번째 걸음. 처음에는 특색도 없이 배짱장사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보니 예쁘면서도 특이한 그릇이 눈에 들어온다.

오너셰프 김영길 씨가 기물도 같이 감상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 양반, 서면 '동원참치회'의 김 실장이었다. 부산에서 요리를 좀 한다는 사람들의 모임인 '일본요리발전연구회' 회원 중 참치회 전문가로 첫손에 꼽는 이다. 사고 싶은 식자재로, 하고 싶은 요리를 하려고 칼 한 자루 차고 강호로 나왔단다.

어떤 요리가 자신 있느냐고 물었다. '오마카세(おまかせ·맡김)요리'란다. 그는 "물 좋은 학꽁치가 들어왔고, 요즘 송이가 철이다"는 말만 남긴 채 문을 닫고 나갔다. 오늘 하루를 그에게 맡겼다.

해삼 내장으로 만든 일본식 젓갈 '고노와다'는 술을 부른다. 고래 고기는 무슨 고래이기에 속살이 아이스크림처럼 뽀얀 색일까. 주둥이를 하늘로 뾰족하게 치켜세운 학꽁치는 은빛 나는 속살을 자랑한다.

고등어 초회는 입안에서 그냥 살살 녹는다.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참치 뱃살에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군더더기 없는 칼 솜씨이다. 이 식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나는 못해. 난 못해.

'창작초밥' 코스 요리로 나온 걸 하나 입에 넣었다. 입에서 불이 난다. 쓰촨고추를 볶아서 만든 소스를 넣은 녀석이란다. 실험정신이 펄떡이는 집이다. 김 대표는 이곳에 문을 열며 300을 치던 당구마저 끊었다. 가게 안의 화장실이 어째 시원하다고 했다. 화장실에까지 에어컨을 설치해 놓았다.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생신날 제대로 한 번 대접하는 게 사치는 아니지 않느냐. 여기는 밥을 먹으러 오는 집은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손님들이 음식을 안 남기게 하고 싶단다. 비빔밥 곱빼기 정도의 포만감을 목표로 한다. 버려지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아직도 꿈을 못 깨었다고 나무란다. 모르겠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웃게 만든다고 했는데 이날 참 많이 웃었다.

코스요리 1인분 6만 원부터. 점심특선 초밥정식 2만 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1시. 매주 일요일에는 쉰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25의 2. 051-808-7774.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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