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니 자꾸 생각나네… '그대'의 국물과 면발

입력 : 2010-10-21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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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이야기

찬바람이 불면 외로워진다. 찬바람이 불면 또 그대 생각도 난다. 우동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우동은 서기 806년 당나라에 유학했던 일본의 승려 고보(弘法) 대사가 만드는 법을 배워 가가와(香川)현으로 돌아오면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우동은 단어 자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일본에서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국물, 일본은 면을 더 중시하는 차이가 있다. 국물과 면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우동집을 각각 한 곳씩 소개한다. '면이냐 국물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다다우동
국물맛으론 부산 최고 명성

'다다우동'의 달착지근한 국물 맛이 먹고 나서도 한참 동안 남아 있다. 온기가 오래가는 냄비우동
우동 국물이 맛있는 집을 찾으니 '다다우동'이 첫손에 꼽힌다. 장소를 몇 번 옮기기는 했지만 줄곧 조방앞에서만 27년째. 대로변에서 장사를 할 때는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정신이 없었단다. '먹자골목'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우동 좋아하는 단골들 위주로 은근히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이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이곳 국물이 생각난다. 비라도 내리면 더 그렇다"고 이구동성이다.

둘이 가서 새우튀김우동과 냄비우동을 각각 하나씩 시켰다. 반찬은 깍두기, 단무지, 간장. 달랑 세 개. 길쭉하게 썬 빨간 깍두기의 때깔이 참 좋다. 단무지도 싱싱해 새콤달콤하다. 맛있는 느낌이 밀려온다.
새우튀김우동

냄비우동, 이 얼마만인가. 우선 국물부터 한 숟갈. 캬! 국물은 달착지근하다. 우동에 든 어묵, 오징어, 생 새우, 표고버섯이 다 맘에 든다. 쑥갓 향도 좋다. 퇴근 후에는 새우튀김에 따끈한 청주랑 한 잔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냄비우동의 냄비는 다 먹을 때까지 온기를 잘 지켜주었다. 여성들은 유독 새우튀김우동을 좋아한단다. 단맛을 쏙 빨아먹은 새우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안분선(62) 대표에게 끝내주는 국물 맛의 비밀을 물어봤다. 아침마다 멸치, 다시마, 가츠오부시, 야채, 파를 넣어서 국물을 만든단다. 안 대표는 "일본식과 한국식이 섞였는데 국물은 우리 입맛에 맞추었다. 그래서 국물을 먹으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다. 안 대표의 남편이 우동을 좋아하고 또 일본에 사는 친척과 자주 왕래하다 보니 우동집을 하게 되었단다. '다다우동'의 '다다'는 공짜라는 뜻. 저렴하면서 맛있다는 의미이지 물론 공짜는 아니다.

맛집 블로거 '무비'는 "남포동 '종각집' 우동이 맑고 순박한 맛이라면, 다다우동은 진하고 까진(?) 맛이다"라고 표현했다. 까진 맛은 대체 어떤 맛일까. 진하고 달착지근한 국물 맛이 밀리는 퇴근길 내내 입 안에서 이어졌다.

다다우동 3천 500원, 새우튀김우동 4천 원, 냄비우동 5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9시30분. 일요일에는 쉰다. 부산 동구 범일2동 622의 2. 국제호텔 건너편 먹자골목. 051-645-1300.



다케다야
'사누키 우동' 계승 탄력적인 면 고집
'다케다야'의 우동 면은 굵으면서도 아주 쫄깃하다. 사진은 냉덴푸라우동
사누키 우동 전문점 '다케다야'의 면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찾아갔다. 전문점답게 가케, 유부, 새우튀김, 가마아게, 닭튀김, 자루, 붓가케, 냉, 냉덴푸라 등 우동 종류가 많아서 마음에 든다.

냉덴푸라우동과 유부우동을 시켰다. 냉우동 면발의 굵기가 나무젓가락 수준이다. 이 우동 면은 심이 살아있다. 쫄깃하다. 이 쫄깃한 면을 꼭꼭 씹었다. 누구는 젓가락으로도 잘 안 끊어져 칼을 찾았다고 했다. 또 누구는 씹다 보니 턱이 아팠다고 했다. 면발을 맘껏 즐기기에는 냉우동이 특히 좋다.

대체 우동 면발이 왜 이럴까. 일본은 전통적으로 우동의 목 넘김을 중시해서 그렇다. 이걸 두고 맛집 파워블로거 '맛객'이 "한국 사람들은 우동을 이로 먹고, 일본 사람들은 입술로 먹는다"고 표현했다. 입술을 오므리고 빨아들여 우동 면의 부드러움과 탄력을 느끼는 것이 일본식이다. 뜨거운 한국식 우동을 그렇게 먹으면 사달이 난다. 유부우동의 국물은 좀 밍밍하다. 이걸 두고 깔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유부우동.

이 집 민현택(43) 대표는 2007년부터 3년간 일본 가가와현에 가서 밑바닥부터 우동을 제대로 배웠다. 회사원 시절 가가와현 출신의 일본인이 만든 붓가케우동에 맛을 들인 게 단초였다.

쫄깃한 면을 만드는 비결 중 하나는 면을 오래 밟는 것이다. 그러면 반죽의 탄력이 높아지고 밀가루 속에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많이 생겨난다. 주방에는 '기술은 정성을 이길 수 없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사누키 지역에서도 점점 면이 얇아져 간다니 아쉬운 노릇이다. 민 대표는 "국물을 시원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면 사누키 우동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힘들게 배워온 사누키 우동 기술을 전수받을 사람도 찾고있다. 나중에 우동 학교를 짓는 게 그의 꿈이다.

냉우동·가케우동 6천 원, 냉덴푸라우동 8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시∼10시. 매주 일요일은 쉰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3의 58. 051-611-5711.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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