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잘 어울리는 레스토랑 3선

입력 : 2010-11-11 15:50:00 수정 : 2010-11-11 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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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잘 어울리는 레스토랑 3선

누가 와인에 대해 말하면 잘 모른다고 했다. 사실은 애써 좋아하지 않으려고 했다(와인 좋아하다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그런데 점점 그게 잘 안 된다.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며,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와인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말이 맞나 보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그 느낌! 그 느낌에선 와인을 따라갈 만한 술이 없다. 이번 주는 와인을 한 잔 곁들이기에 좋은 레스토랑 순례이다.


피카소의 식탁

'천재화가'의 식탁에 앉은 듯
어느 날 생긴 낯선 가게가 보면 볼수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피카소의 식탁'. 가구점은 아닌 것 같은데….

천재화가 피카소는 음식을 탐닉한 미식가였단다. 이곳은 갤러리(보고갤러리)를 겸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유리창을 통해 밖에서도 레스토랑과 갤러리 안쪽의 작품까지 살짝 엿볼 수 있다. 14개의 대형 모니터가 전시 중인 작품 이야기를 식사 중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문득 피카소가 고마워졌다. 해운대도, 광안리도 아닌 사하구에 자리를 잡아주다니.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고 자리에 앉았다. 다음부터는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천천히 구경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가격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해 보인다. 가족끼리 와서 기분 좋은 외식이 가능할 것 같다.

골고루 먹어 보기로 하자. 해물덮밥, 피자, 파스타를 주문했다. 분위기를 돋우는 와인 한 잔도 곁들였다. 다대포는 풍부한 해산물이 값싸기로 소문이 났다. 요리에는 이 같은 지역적인 장점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풍성한 해물덮밥은 의외로 맵싸해 땀 좀 흘렸다. 피자는 담백해서 맘에 든다. 파스타도 가격 대비 합격점을 줄만하다. 5명이나 되는 요리사들의 작품이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김자원 대표는 사하구에 문화공간이 부족한 점을 늘 아쉬워했다. 그래서 임대를 주던 1층 160평을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단다. 미술을 사랑하는 공예학교(현 부산디자인학교) 출신답게 멋과 맛이 공존하는 공간을 추구했다. 음식에 사용하는 기물도 계절별로 따로 있단다. 김 대표는 "작가를 돕는 게 나를 돕는 것이라 생각해 거래처에 선물할 일이 있으면 작품을 사서 한다"고 말한다. 입구의 아트숍에서 도자기나 공예 작품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멋진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파스타 6천∼1만 2천 원, 피자 9천∼1만 2천 원, 해물덮밥 8천 원. 영업시간 오전 8시∼자정(일요일은 오후 10시까지). 부산 사하구 당리동 321의 1. 당리역 5번 출구에서 50m. 070-7728-1888.


The 비빔채

비빔밥+와인=환상의 마리아주
비빔밥에 와인을 곁들이는 레스토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벼락같이 머리를 스쳤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비빔밥과 캘리포니아 와인을 즐겼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였다.

퓨전비빔밥 카페인 'The 비빔채'. 밖에서 신기한 듯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식을 먹고 싶은데 한정식집에 가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너무 가볍고. 뻑적지근한 술자리는 싫지만 간단하게 한 잔은 먹고 싶고. 카페같은 분위기에서 한식도 먹고 술도 한 잔 하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곳이 안성맞춤이다.

메뉴판을 보다 어떻게 이렇게 찰떡같이 메뉴를 붙였는지 존경스럽다. 막걸리 한 잔과 비빔밥이 '화이트세트'(1만 원), 아사히 생맥주 한 잔과 비빔밥이 '브라운 세트'(1만 1천500원), 레드와인과 비빔밥은 '레드세트'(1만 2천 원), 기네스 생맥주와 비빔밥은 '블랙세트'(1만 2천500원). 버니니(스파클링 와인)와 비빔밥은 '옐로우세트'(1만 3천500원)이다.

비빔밥과 스파이스 시푸드찜, 그리고 와인 한 잔을 시켰다. 비빔밥과 와인의 궁합은 환상적, 아니 '판타스틱하다'는 영어가 어울릴 것 같다. 비빔밥에는 12가지 천연재료로 끓인 된장 육수가 들어갔단다. 해물이 통째로 다량 투하된 스파이스 시푸드찜은 참 먹을 만하다. 안주로는 그만이다.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곳.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식을 먹으러 오기에 좋은 곳이다. 전통의 비빔밥도 변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봉선(39) 대표는 "비빔채는 비빔밥과 사랑채의 합성어이다. 고유 음식인 비빔밥으로 건강한 한끼를 대접하는 사랑채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젊은 감각에 높은 점수를 준다. 할머니가 해주던 깊은 맛을 기대하기는 조금 무리.

비빔밥 4천500∼5천500원, 하우스와인 7천 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30분(주말은 11시까지). 셋째 주 일요일에 쉰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16의 6. 롯데백화점 서면점 후문 놀이터 쉼터서 50m. 051-805-1151.


몽뜨레죠르

와인 대신 '비노'로 주문할까?
'몽뜨레죠르'란 이탈리아어로 '나의 보물,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뜻이란다. 하지만 왠지 '몽(夢)'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지인의 손에 끌려 늦은 시간에 처음 갔다. 생각보다 요리가 훨씬 괜찮았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아갔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단골들만 알고 찾아가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자부심이라고 할까 고집 같은 것도 묻어난다.

테이블이 불과 6개. 음모를 꾸미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음모는 별 게 아니다. "오늘은 어떤 와인을 마실까?" 아니다, 순서가 틀렸다. 음식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게 순서다. 팁 하나.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때는 이탈리아 와인이 잘 맞다.

식전빵에 이어 이탈리아 중북부 로마냐의 요리인 '피아디나'가 나왔다. 토마토, 야채, 프로슈트 햄을 넣고 만들었단다. 모양은 피자인데 한국식 쌈을 닮아서 아주 담백하다. 이탈리아 와인과 만난 피아디나가 입 안에서 서로 깊은 포옹을 한다. 싱싱해서 통통 튀는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이 든 마레 파스타가 다음 선수. 파스타가 상당히 졸깃하다고 했다. 건면이 해산물과 잘 어울렸다.

그래도 이날의 주인공은 레드와인소스를 곁들인 안심스테이크였다. 스테이크 한 조각을 질 좋은 소금에 찍었다. 소금까지 맛이 달고, 육즙까지 와인으로 보인다. 정신 차리자.

이날 요리를 마련해 준 강승희(29) 셰프는 중학교 때부터 이탈리아에서 유학했다. 강 씨는 "이탈리아 음식이 처음에는 화려해 보였지만 재료에 중심을 두고 심플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요리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까지 맛이 있다.

샐러드 2만 5천∼3만 5천 원. 파스타 2만∼2만 5천 원. 한우안심스테이크 4만 원.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2시.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우1동 마린시티 트럼프월드 마린상가 2층. 051-747-2022.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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