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김해시 구산동 '산정'

입력 : 2010-11-25 16:11:00 수정 : 2010-11-29 07: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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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좋고 물 좋은 곳… 음식까지 좋더라

잘 아는 요리 연구가가 김해의 '산정'이라고 이야기할 때 "아, 그 집 가 봤어요"라며 아는 체를 했다. 김해에 사는 누나 내외에게 지금 아내가 된 사람을 처음으로 소개시킨 곳.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때 하필이면 왜 이 집을 택했느냐고 물었다. 공기도 좋고 조용해서 좋은 사람을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었단다.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았다. 그때와는 느낌이 또 새롭다. 나무가 많은 넓은 정원, 잉어가 노니는 연못은 그대로이다. 장독이 즐비한 정도가 달라진 모습이다.

그때의 우리처럼 상견례를 하러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고운 단풍을 배경으로 야외 결혼식이 열린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분성산 기슭. 주변에는 다른 집도 절도 없다. 탁 트여 시원한 곳에 3천 평으로 넓게 자리를 잡았다. 주방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단다. 여기서 김치를 담그면 확실히 맛이 좋다. 비결은 공기 좋고 물이 좋은 데 있는 것 같다.

입구에 들어서니 지난 6일 2010년 전국가야음식개발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영업을 한 지 4년째가 된다는 이광옥 대표에게 왜 힘든 한정식을 하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자연과 한정식이 잘 맞다. 김해에 고깃집은 많지만 한정식을 제대로 하는 집은 없어 어르신들이 한정식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고 말한다. 한정식집 하다 고깃집으로 바뀌는 곳은 봤어도, 고깃집에서 한정식집으로 변해 가는 집은 처음이다. 화장실에는 비데까지 설치해 놓았다.

이 대표의 열심히 배우는 자세가 이채롭다. 이날 동행한 요리 연구가의 한마디 한마디를 빠짐없이 수첩에 받아 적는다. 지난 2007년에는 해외 바이어 350명을 초청한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김해가 생기고 가장 많은 바이어가 몰렸단다.

한정식을 시키니 상 위에 각종 음식이 깔린다. 신선로가 따끈하게 끓었다. 갈비찜도 아주 맛있다. 이게 다 좋은 고기를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김치는 확실히 시원했다.

단호박 유황오리 구경도 했다. 새까맣게 변한 호박 껍질 안에서 황금색의 호박 마차가 문을 열고 나온다. 호박 맛이 밴 유황오리는 맛이 좋은 보약이다. '산정'은 아직 최고는 아니지만, 뛰어난 인프라와 열정으로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산정 상차림' 3만 5천 원(1인), 정식 1만 5천 원, 단호박 유황오리 4만 5천 원(2인). 등심·갈빗살(100g) 2만 9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경남 김해시 구산동 373. 055-324-660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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