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 왜 이리 싸죠?" 제발 묻지마세요

입력 : 2010-12-02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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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고 질 좋은 식육식당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조만간 한 번 보자"고 약속했던 사람들과 서둘러 약속을 잡느라 바쁘다. 한국 사람들에게 만만한 회식 장소로 고깃집을 이겨낼만 한 곳이 없다. 

저렴한 가격, 질 좋은 한우 고깃집 2곳을 발견했다. 비싸서 한우 구경 못했다는 이들에게 행복한 소식일 듯하다. 이 집 주인들은 제발 "진짜 한우 맞아요?" "한우가 왜 이렇게 싸요?"라고 묻지 말란다. 하루에도 수백 번 듣는 질문이란다.


푸줏간 주인에서 부산 대표 정육기업으로

초원농원
싸고 질 좋은 한우고기를 만날 수 있는 '초원농원'의 기본 상차림.

부산시 사상구 삼락동에 자리잡은 국제식품 본사. 두 달 전 완공된 최첨단 사옥에는 120여 명의 직원들이 육고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질 좋고 가격 착한 한우 전문 식육식당 '초원농원'이 이 건물 4층에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고기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니 대뜸 국제식품 회장실로 안내를 한다.

국제식품은 6개의 정육백화점, 3개의 직영 식육식당(초원농원), 도축장, 회사와 학교 급식 전문업체 등을 갖춘 기업이다. 직영 식당에 취재왔다고 회장과 인사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정창교 회장, 너무 소박하다.

"고깃집 주인입니다. 30여 년 전 정육점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 마음이죠. 정육점이 커지면서 산지에서 경매를 받고, 물량이 많아지며 직접 도축을 해서 전국의 대형마트, 백화점에 납품하게 됐죠. 그런데 산지 가격이 내려가도 이익을 얻는 건 중간 유통업자들이더군요. 결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팔기로 했어요."

정 회장은 부산에서 한우 고기 가격파괴를 처음 시도한 사람이다. 한우전문점보다 30~50% 싼 가격에 고기를 선보였다. "맛있는 고기는 어떻게 숙성을 하느냐도 중요하죠. 특수한 조건에서 숙성을 시키고 산소를 주입한 팩으로 보관을 하면 고기의 맛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초원농원은 기존의 식육식당처럼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입하고 식당에서 구워먹는 식이다. 한우 1등급인데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다. 등심 1인분(120g 정도)이 1만 2천 원 꼴이다. 인테리어가 멋진 식당에 앉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렸다. 육즙이 배어나오는 것이 군침이 돈다. 기본으로 나오는 밑반찬과 샐러드류가 한결같이 먹음직스럽다. "1인당 4천 원의 반찬값을 받고 있어요.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안되죠. 그 돈보다 대접을 더 받는다고 생각이 들게 해야죠."

고기의 질이야 말할 것 없고 식사 메뉴도 훌륭하다. 식육식당임에도 냉면을 담당하는 면장, 반찬을 담당하는 조리사, 갈비탕과 식사류를 담당하는 조리실장 등 3명의 조리실장을 두고 있을 정도이다. 점심특선 갈비탕 6천 원, 우거지탕 4천 원. 초원농원은 삼락점과 해운대점, 김해점이 운영되고 있다. 상차림비 1인 4천 원 별도. 연중무휴. 오전 11시~오후 10시. 삼락점 051-304-4477~8.


초원농원

저렴한 '1등급'에 식사메뉴도 훌륭 삼
락·해운대·김해점 등 운영

누렁소

저온숙성 통해 참맛 느끼게 해
소고기국밥, 매생이 갈비탕도 일품



서민들도 저렴하게 한우 먹게 할랍니다

누렁소
싸고 질 좋은 한우고기를 만날 수 있는 '누렁소'의 기본 상차림.

부산 사하구 하단시장 중간에 위치한 식육식당 '누렁소'. 1층의 정육 판매점에서 인상 좋게 생긴 사람이 작업복을 입고 나온다. "만나기로 했던 기자님이시죠?" 누렁소 식당과 누렁소 유통의 허중민 사장이다.

"부산 전역 130여 곳의 식육점과 식당에 고기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13년 정도 되었네요. 좋은 고기들이 많이 나올 때가 있는데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못 받더라고요. 그래서 소비도 같이 겸해야겠다 싶어 누렁소 식당을 시작하게 됐죠."

하루 1t 이상의 육고기 거래를 하고 있으니 신선한 고기를 자주 회전시키는 건 당연하다. 신선한 고기도 중요하지만 허 사장은 숙성 관리 기술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고기 진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저온숙성법을 고민했죠. 그 결과 같은 고기라도 우리집에선 한 차원 높은 고기맛을 찾을 수 있을겁니다. 예를 들어 2등급 고기라도 숙성을 잘 시키면 기존 식당의 1등급 고기맛을 낼 수 있답니다."

좋은 고기야 말할 것도 없고 이 집의 식사 메뉴에 대한 칭찬을 꼭 해야 할 것 같다. 시장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저렴한 가격에 정직한 맛을 전달해주고 있다.

한우의 진맛을 제대로 우려낸 한우 소고기국밥이 3천 원이고, 시원한 매생이와 진한 갈비탕 국물이 조화로운 매생이 갈비탕(6천 원)은 일품이다. 신선한 고기로 만들어내는 육회 역시 이 집의 별미이다.

"서민들도 한우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으니 좋고요. 저희 집은 특히 명품 돼지고기가 아주 좋아요. 사실 소고기보다 한 단계 질 높은 돼지고기도 맛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식당 자랑을 해 보라는 얘기에 굉장히 서먹해하던 허 대표가 용기내서 했던 말이다. 우직한 사장의 스타일을 보며 이 집 고기가 더욱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한우 등심 2등급 1인분(100g 정도) 5천500원 수준. 상차림비 1인 2천 원 별도. 연중무휴. 오전 10시~오후 10시. 051-293-6914. 글·사진=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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