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한 살점 밥 위에 척… 보기만 해도 군침

입력 : 2010-12-30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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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 맛집

생선구이는 물론 오징어 가라아게부터 갖가지 반찬, 미역국까지 정성이 가득 들어간 어부야의 밥상

개인적으로 생선구이를 먹을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아니, 엄마가 그리울 때면 동시에 생선구이가 먹고 싶어진다. 결혼을 하고 나니 더 그렇다. 집에서 생선을 구워 먹는 일도 쉽지 않을 뿐더러 '빛의 속도'로 가시를 발라주던 엄마의 손길이 그리워서다. 생선 굽는 정성은 또 보통 정성인가. 바싹하게 잘 구워진 노릇노릇한 생선구이를 보면 그래서 정성 가득한 엄마 밥상이 생각난다.


어부야

가자미 빨간고기 삼치. 어부야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일식집에 갔다 와서 자주 느끼게 되는 미묘한 감정 하나.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속 없는 공갈빵을 먹은 것처럼 뭔가 허전하다.'

배가 부르긴 한데 곁들이음식(츠케다시)만 먹은 것 같고 주요리는 얼마 먹지 못한 것 같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이 집은 다녀온 이들마다 "푸짐하게 잘 먹었다"며 배를 두드리는 집이다. 까놓고 말해 주요리의 양이 많아 만족스럽다. 생선구이 1인분을 시키면 1인당 1접시씩 생가자미, 아카무스(빨간고기), 삼치 등 3종류의 생선이 구워져 나오는데, 삼치 외에는 각각 한 마리씩, 고기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많이 나온다. 맛도 괜찮다. 간은 심심하지 않고 고기는 살이 탱탱하게 달라붙어 젓가락을 꽂자마자 금 가듯 고깃살이 터져나온다.

그렇다고 곁들이음식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생굴, 오징어 가라아게, 호박전, 죽과 갖가지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 오징어튀김의 일종인 오징어 가라아게는 바삭바삭하고 쫄깃해 나오자마자 금세 접시가 비워진다.

미묘한 감정 둘. '구이보다 회를 먹어야 비싼 음식, 잘 먹은 것 같다?'

아니다. 날생선을 회로 내지 않고 구우니 시간은 더 많이 걸리고 정성도 더 들어간다. "1만 5천 원이 싼 가격은 아니잖아요. 평소 많이 못 드시는 고급 생선 위주로, 꼭 생으로 된 걸로 구워요." 이홍재 사장의 얘기다. 밥을 다 먹고 나자 속을 달래줄 매실차와 깔끔한 양갱도 후식으로 나와 고급스러운 마무리를 도왔다. 주인이 직접 모은 각종 소품들에다 은은한 조명, 잔잔한 음악까지 더해져 점심 때 조용히 얘기 나누며 식사하기에는 그만이다 싶다.

그런데도 솔직히 이 집을 소개할까 말까 몇 번이나 망설였다. 이유는 생선구이가 점심특선메뉴이기 때문. 독자들이 신문 보고 저녁에 갔다 퇴짜라도 맞으면 '대략난감'이다. 근데 주인장 한마디로 고민이 해결됐다. "어떡해요. 우리집에 오신 귀한 손님인데 내쫓을 순 없잖아요. 저녁에도 찾으시는 분들 계시면 점심 메뉴, 가격 그대로 내어드려요." 정갈하고 고급스러워 한 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가게 이미지지만 주인장은 푸근하고 인정스럽다.

"요즘 집에서 생선 구워 먹는 사람이 잘 없어요. 냄새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네요." 주인이 요즘 손님들이 생선구이를 즐겨찾는 이유를 설명하다 냄새 없애는 비법을 살짝 알려준다. "귤껍질을 채로 썰어 생선 위에 뿌려주면 냄새가 90% 이상 없어져요. 귤향도 향긋하게 나고요."

생선구이는 보통 15~20분 정도 걸리므로 미리 예약하면 좋다. 점심특선 생선구이정식 1만 5천 원, 참가자미미역국 1만 원.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설날과 추석 전날과 당일은 휴무.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엔젤호텔 옆 건물 2층. 051-818-3566~7.


어부야
1인분에 삼치 등 세 종류 생선 푸짐
곁들이 음식과 후식도 일품

금농
'갈치 정식'에 두툼한 갈치 두 토막
밑반찬·된장찌개도 훌륭



금농

'국민생선' 고등어와 '귀족생선' 갈치의 만남. 금농에서다.

갈치가 먹고 싶어 식당에 갔다 '쩍'하고 입이 벌어질 때가 많다. 값은 엄청 비싼데 나오는 것이라야 갈치 한 토막, 두 토막이 다인 경우가 많기 때문. 아니면 등가죽과 뱃가죽이 딱 달라붙은 부실한 놈이거나.

그러다 시장에 가보면 이해도 된다. 먹을 만 하다 싶은 제주생갈치 한 마리에 2만 원은 보통이니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겠다 싶다. 그런데 이 집, 가격 대비 꽤 괜찮다. 1만 원짜리 제주갈치구이 정식을 시키면 갈치 두 토막이 나오고 생선구이쌈밥을 시키면 고등어와 6~7가지 쌈채소가 함께 나온다.

밑반찬의 내공이 만만치 않고 '금농'이란 가게 이름,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싶었는데 경남 함양의 유명한 맛집 '금농'을 이 집 사장이 7년간 하다 동생에게 넘겨주고 왔단다. 3년 전까지 함양에서, 많을 때는 하루 500인분 이상 손님을 치르다 부산이 좋아 부산에 왔는데, 지금은 그 때만큼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오랜 주말부부 생활을 접으려고 부산을 택했는데 솔직히 부산이 함양만큼 생선구이를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게 권숙이 사장의 생각. "부산 사람들은 구이보다는 날생선, 회를 더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횟집도 많고요." 권 사장의 얘기를 듣고 나니 부산에서 생선구이 전문점을 찾기 어려운 이유를 알 것 같다.

위치가 찾기 쉬운 편이 아닌데도 부산 곳곳에서 물어물어 이 집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이들 상당수는 생선구이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 하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

맛깔스러운 된장찌개와 전, 나물 반찬들을 먹고나니 속이 편안해져 온다. 전체적으로 음식들이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이 오면 사장이 버선발로 달려갈 정도로 손님이 우선이고 요리도 사장이 직접 한다.

제주갈치구이 1만 원, 생선구이쌈밥 8천 원. 공기밥 또는 돌솥밥 별도. 오전 8시~오후 10시. 매월 마지막 일요일은 휴무. 부산 수영구 남천동 수영구청 맞은편 골목으로 50m. 051-612-5982.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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