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줄 서는데 고급 식당 뭐 부럽겠어

입력 : 2011-02-10 15:51: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길거리 별미 3총사

줄 서서 먹는 길거리 별미들. 바삭함이 한눈에 느껴지는 해운대 좌동재래시장의 붕어빵.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이제 막바지다. 너무 추웠던지라 가는 겨울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 겨울철이라 더욱 맛난 길거리 음식들이다. 추운 날에 입김을 호호 불며 한 입 먹으면, 입 안 온기에 온 몸이 따뜻해지는 그 맛이란!

그래서 겨울철 대표 길거리 음식인 호떡, 붕어빵, 찐빵을 찾아 나섰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줄 서서 기다리는 고행도 자처할 정도로 맛나다는 부산의 유명 '길거리 별미 3총사'를 만났다.

남포동 '원조 찹쌀호떡'
겉은 바싹 속은 쫄깃 피프광장 명물

좌동 재래시장 '붕어빵집'
달콤하면서 담백… 주민 쉼터 역할

일광 '호찐빵'
달지 않은 옛맛 그대로 가격도 저렴



#부산 명물, '남포동 원조 찹쌀호떡'

부산 중구 남포동 피프광장에 즐비한 여러 군데의 씨앗호떡 집 중에 유독 길게 줄을 늘어선 집이 하나 있다. 20년 넘은 이 집은 웬만한 부산 사람은 다 아는 호떡집이다. 바로 전상렬 씨가 운영하는 '남포동 원조 찹쌀호떡'집.

이 집의 호떡을 처음 만났던 날, 호떡 하나 먹는데 무슨 1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느냐고 투덜대다가 호떡 한 입 베어 물고는 다시 줄의 맨 끄트머리에 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호떡은 우선 반죽 맛이 놀랍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쫄깃하다. 약간 짭조름하면서 간간이 검은 깨가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인근의 다른 호떡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이 맛이다. 눅눅한 기름 맛도, 떨떠름한 밀가루 맛도 나지 않는다. 대부분 호떡을 꾹 눌러서 굽지만 이 집은 도톰함을 유지하면서도 제대로 익었다. 거기에 해바라기씨, 아몬드, 건포도 등 각종 재료가 들어간 속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더한다.

전 씨는 맛의 비결로 좋은 재료, 반죽 재료의 비율, 구울 때 불의 세기 조절 등을 꼽았다. 집에서 먹고 싶다며 반죽을 사가는 손님도 더러 있다. 반죽을 사서 다른 곳에서 장사하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반죽을 가져간다고 해도 이 호떡 맛이 안 난다"는 자신 있는 대답이었다.

워낙 줄을 길게 늘어서 다른 집에 피해를 줄까 봐 일요일에는 쉰다. 그리고 목요일에도 쉰다. 일주일에 두 번을 쉬어도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호떡이 겨울철 별미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이 집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팔리는 반죽 양은 비슷하단다. 찹쌀 씨앗호떡 1개 900원. 오전 11시부터 반죽 떨어질 때까지(대개 오후 8시 전후). 중구 남포동 피프광장 씨너스극장 구관 앞.


#동네 사랑방, 좌동 재래시장 붕어빵집

취재 중에 마침 붕어빵 반죽이 다 떨어졌다. 마지막 손님은 '로또 맞은 셈'이라며 기뻐했다. 바다의 밍크고래를 잡았을 때나 어울릴 법한 찬사를 이 작은 붕어빵에 붙이다니….

우선 가게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범상치가 않다. 대여섯 개의 간이 의자에 무료로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 붕어빵 굽는 자리 옆에는 번호표가 가득하다. 이 모두가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을 위한 것이란다. 젊은 사장 내외는 귀에 블루투스 전화기를 꽂고 있었다. 손이 바빠 일일이 전화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 집 붕어빵의 가장 큰 특징은 속 재료가 풍부하다는 것. 빵 부분은 바삭하면서 달짝지근하지만 속에 들어가는 팥은 담백하다. 10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쑥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본 끝에 지금의 맛을 완성했다.

그런데 붕어빵 맛을 더욱 좋게 만드는 것은 사장 내외의 유쾌함이었다. 붕어빵을 굽고, 봉지에 담아주는 내내 손님들과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고 보니 한편에 '수다방'이라는 액자가 걸려있다. 어느 손님이 즐거운 수다가 있는 집이라는 뜻에서 직접 액자를 만들어 걸어 줬단다.

"부부싸움 하고 나와도 손님들 만나면 금방 기분이 좋아져요. 손님들에게 받는 게 너무 많아요. 붕어빵집이라기보다 동네 주민들의 '쉼터'가 되었으면 해요." 이곳 붕어빵이 더 달콤한 것은 이들의 행복 바이러스 덕분인 것 같다.

붕어빵 4개 1천 원. 오전 11시부터 반죽 떨어질 때까지(대개 오후 6시 전후). 해운대구 좌동 대림아파트 2차 201동 앞에서 재래시장 들어가는 골목.


#지나가는 차도 세우는 일광 '호찐빵'

부산 기장군 일광의 일명 '찐빵거리'에는 대여섯 곳의 찐빵 집이 나란히 있다. 그중 '호찐빵'에 손님이 가장 붐빈단다. 찾아간 날은 평일 저녁이라 다행히 줄을 길게 늘어서야 하는 고생은 피했다. 대로변이라 쌩쌩 차들이 달리는데, 5분에 한 대꼴로 차들이 멈추어 섰다.

인심 좋은 가격이 눈을 먼저 끈다. 큼지막한 찐빵 다섯 개가 3천 원이었다. 빵을 두 손으로 잘라 보니 팥 색깔이 진하다. 전분을 많이 타면 팥 앙금 색이 연해지고 흘러내리는데, 이 찐빵은 그렇지 않았다. 팥 양도 넉넉하다. 옛날 찐빵 맛이 그리운 이들에게 이 찐빵이 반갑겠다.

맛은 달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다. 밋밋하다고 느낄 정도로 담백한 팥 그대로의 맛이다. 이 집은 '찐빵 먹으러 왔는데, 만두가 더 맛있더라'는 평도 있다. 만두 역시 소의 재료 맛이 순하다. 고기 냄새나 첨가물 맛이 나지 않는다. 왕만두 역시 5개에 3천 원. 1만 5천 원 이상이면 배달도 가능하다. 택배비 4천 원은 본인 부담. 찐빵 1인분(5개) 3천 원. 고기만두 1인분(7개) 3천 원. 김치만두 1인분(10개) 3천 원.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이천교 옆. 051-722-7025.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