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솔레엔 슬로푸드가 있습니다"

입력 : 2011-03-10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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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이탈리아 레스토랑 낸 로돌프 파텔라 씨

'일 솔레'의 로돌프 파텔라 대표가 이탈리아 전통 술 그라파를 들어보이고 있다. 파텔라 대표는 "아름다운 해운대의 경치를 감상하며 이탈리아의 전통 슬로푸드를 여유있게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로돌프 파텔라(40) 씨를 처음 만난 건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서였다. 그는 절대 자기 이름이 '루돌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알았어 루돌프! 대목이 지나 요즘 한가한가 보지." 와인 잔을 부딪쳤다. 로돌프는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여러모로(?)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였다.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오해 없으시기를. 로돌프만큼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은 태어나서 처음 만났다. 그는 3개월 전부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사람이 하는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 그곳이 궁금했다.

"뷰 판타스틱(View Fantastic)! 이것 때문에 부산에 왔어요." '일 솔레(il sole)'에서 다시 만난 로돌프가 새삼 감탄을 했다. 여기서 본 해운대의 경치는 황홀했다. 배의 갑판을 본뜬 이 건물 옥상. 아찔해서 뱃멀미가 날 정도이다. 로돌프는 이탈리아 동남쪽 풀리아(Puglia) 출신.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의 발뒤꿈치 부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 아주 비슷한 위치이다. 이탈리아의 레드 와인 프리미티보(Primitivo)가 나는 지역.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진판델(Zinfandel)의 할아버지쯤 되는 와인이다. 술로 지역을 설명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저녁 식사 하려면 2시간은 잡아야죠"

로돌프는 서울 청담동에서 '안토니오'라는 이름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형 안토니오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일 솔레' 대신 '루돌프'라고 하면 더 쉽게 기억이 될 텐데…).

그가 고향을 닮은 부산에 반해 여기서 홈 메이드로 이탈리아 정통 슬로푸드를 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다 말렸단다. 그는 "원래 나는 파이오니어(개척자)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의 과거가 궁금해서 뒤를 좀 조사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특이한 이름을 넣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금방 다 나온다.

촉망받는 발레리노 로돌프는 18세 때인 1989년 한국의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탈리아에서도 잘한다는 칭찬이 끊이지 않았지만 새로움에 목말라 미칠 것 같았단다. 파이오니어 맞다. 그는 서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를 지내다 발레리나 전선영 씨를 만나 결혼했다. 전 씨는 처음에 그를 여자친구가 바글바글한 '이탈리아 날라리'로 여겼다. 그 날라리가 '루 서방(처가에서 부르는 호칭)'이 되었지만 타고난 사교성은 여전해 보인다. 형제는 용감했다. 피아니스트인 그의 형 안토니오도 동생을 보러 왔다가 역시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이들 형제는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예술과 요리에 대한 천성을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로돌프가 부산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아니나 다를까 '빨리빨리'이다. "미치겠어요, 슬로푸드를 어떻게 빨리빨리 해요?" 거 참. 일 솔레에 오면 저녁식사 시간을 최소한 2시간은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음식점 주인이 손님에게 제발 오래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건 처음 봤다. "이곳은 매일 오는 식당이 아니잖아요. 이탈리아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고 분위기를 즐기는 곳입니다. 음식이 전자레인지에서처럼 빨리 나올 수 없어요. 저는 음식의 품질을 높이는 대신 회전율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좀 먹어 보고 이야기하자. 수제 파스타 종류로 '볼로냐식 라구 소스의 후레쉬 딸리아뗄레'를 시켰다. 아이고, 제목도 길어라. '딸리아뗄레'는 칼로 잘라서 만들었다는 뜻. 파스타 소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볼로네즈(bolognase) 소스다. 다진 고기를 토마토퓌레와 함께 조리한 소스를 말한다. 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a)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져 지명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라구(ragu) 소스라고도 한다.

일 솔레는 주문하면 그때서야 주방에서 반죽을 시작해 만든다. 공장에서 생산된 건면을 뜨거운 물에 넣어 익혀 나오는 일반 파스타와는 다르다. 면발이 부드럽고 담백해 소화도 잘된다. 소스에는 소고기가 많이 들어 잘근잘근 씹힌다. 뉴질랜드산 새끼 양이 재료인 양고기는 풍성하면서 부드럽다. 간이 적당한 양고기를 치즈와 함께 먹도록 해 풍미가 더해진다. 양 특유의 냄새는 전혀 안 나니 걱정 마시라. 이탈리안 스타일 티본스테이크의 가격이 비싸(11만 원) 입이 벌어졌다. 대신 양이 많다. 800g이나 되었다. 4명은 거뜬하게 먹을 양이다. 여럿이 와인 안주로 하기에 좋겠다. 피자는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벽돌 오븐에서 바로 구워낸다. 전체적으로 음식을 간단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서울에도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300개가 넘지만 가짜 음식이 많아요. 한국도 김치가 지역마다 다르잖아요. 이탈리아도 여러 지역으로 나뉘는데 어떻게 스파게티를 다 똑같이 만드나요?" 로돌프, 참 입바른 소리만 한다.

생선 요리로는 올리브를 곁들인 농어 요리, 농어 소금구이, 와인으로 맛을 낸 도미 요리 등이 있다. 그는 부산에서는 생선 요리를 주로 하고 싶단다. 글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고집 센 이탈리아인의 소신이 드러나는 마지막 이야기. "나는 음식을 비즈니스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미국의 체인 레스토랑처럼 돈을 빨리 버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이탈리아에 안 가도 일 솔레에 오면 이탈리아가 있습니다. 여기서 할머니가 해주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탈리아 스파클링 워터, 이탈리아 맥주는 물론 40∼50도에 달하는 이탈리아 전통 술 그라파도 선보인다. 그라파는 식후 소화를 돕고, 콜레스테롤을 낮춘단다. 섞어 마시면, 물론 간다.

피자 1만 8천∼3만 원, 양고기 3만 원, 스테이크 4만∼ 4만 5천 원, 파스타 1만 8천∼2만 원. 영업시간 낮 12시∼자정. 매주 월요일에 쉰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1052의 2. 달맞이언덕 가구점 세덱(옛 코리아아트센터) 건물 5층. 051-747-4253.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영상=김채희 대학생 인턴 동영상 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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