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한 국물, 허브 넣으니 "바로 이 맛이야!"

입력 : 2011-04-07 15:53: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베트남 현지의 쌀국수는 지역마다 맛이 다르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어디서나 손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음식점 '더 포' 이지용 대표에게 들어본 베트남 쌀국수


"처음에는 특유의 향 때문에 싫었다. 그런데 두세 번 먹으니 자꾸 생각이 난다. 특히 해장에는 최고인 것 같다."

베트남 쌀국수 이야기이다.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웬만한 뷔페에서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베트남 음식 하면 이름부터 낯설다. 제대로 알고 먹어주자.

마침 해운대 달맞이언덕에서 베트남 음식점 '더 포(070-7501-0055)'를 운영하는 이지용 대표가 지난 2월 베트남 음식 투어를 다녀왔단다. 역시 최근 베트남에 가서 '1일 4식'을 기본으로 현지 음식에 탐닉한 기자가 이 대표와 만나 베트남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지선 한 그릇 1천500원 '서민 음식'
북부, 중부, 남부 지역마다 다른 맛
호찌민에선 '향신료' 안 쓰는 곳도 있어


박=베트남 음식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현지 음식을 먹어본 소감이 어떤가.

이=베트남 음식하면 먼저 고수 같은 향신료가 떠오른다. 현지의 쌀국수는 향신료 때문에 부대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갈비탕처럼 밍밍해서 놀랐다. 베트남 음식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별도로 나온 숙주나물, 고수, 아시안 바질, 민트 같은 채소를 넣으니 그때서야 제맛이 나더라.

박=똑같이 느꼈다. 쌀국수 육수를 먹고 돼지국밥을 떠올릴 정도였다. 베트남 음식은 허브를 많이 쓰지만 모든 음식에 고수가 들어가지 않더라. 고수에는 벌레를 쫓는 효능이 있어 밀림처럼 벌레가 많은 곳에서 즐겨 넣어 먹는다고 했다. 호찌민에서는 고수가 아예 안 나오는 곳도 있어서 신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음식점들은 쌀국수를 어떻게 만드나.

이=쌀국수 면은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수입한다. 육수는 일반적으로 소고기 양지를 끓여서 만든다. 우리는 사골을 섞어 사용해 국물이 뽀얗고 깊은 맛이 난다. 여기다 고수, 팔각, 시나몬, 정향 등을 갈아서 향을 올린다. 숙주나물을 제외하고는 베트남처럼 생으로 된 향신료나 채소를 사용하기가 힘들다.

박=이 집도 그렇지만 베트남 쌀국수집 가운데는 '포(Pho)'라는 상호가 흔하다. 하지만 베트남인들 중에 쌀국수를 '포'로 발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퍼(Pho)'가 하노이에서 만들어진 베트남의 대표적인 쌀국수다. 베트남에서 들어온 쌀국수라면 '포'가 아니라 '퍼'라고 불러야 할 것인데.

이=베트남에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가게 상호를 '퍼'라고 하면 어감이 좀 이상하지 않나. '포'라고 부르는 이름으로 볼 때도 우리나라는 미국으로 건너간 쌀국수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베트남 전쟁을 전후해 미국으로 건너 간 베트남인들이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쌀국수를 만들어 팔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베트남 음식도 그렇고 한국에서 먹는 외국 음식은 대부분 퓨전이라고 보아야 한다.

박=좀 더 현지 음식에 가까운 베트남 음식을 해 볼 생각은 없나.

이=솔직히 우리나라 음식점들은 현지의 맛을 살리기보다는 우리 입맛에 맞게 퓨전화해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일주일이면 6번이나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점점 쌀국수 마니아들이 생겨서 반갑다. 이들 마니아는 고수를 가득 달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70∼80%는 고수에 손대는 자체를 싫어한다. 우리 육수는 처음보다 조금 더 강해져서 맛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순하게 할지, 마니아를 대상으로 진하게 할지 고민 중이다.

박=좀 먹어보고 이야기하자. 이 집의 베스트셀러와 추천 음식은 무엇인가. 또 맛있게 먹는 법이 있다면 알려 달라.

이=쌀국수 외에도 '퍼가이탑깜'과 월남쌈이 베스트셀러이다. '퍼가이탑깜'은 홍합과 조개 육수로 끓인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매콤한 쌀국수다. 점심시간이면 이미 하루 물량이 동이 난다. 해산물 가격이 워낙 올라 팔수록 손해이다. 월남쌈은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이지만 소스에는 칼로리가 상당히 있으니 알고 먹어야 한다. 새우 게살 볶음밥인 '꼼탐'도 잘 나간다. 오렌지 레몬으로 맛을 낸 크림소스를 곁들인 새우튀김인 '캠탐'도 추천하고 싶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해선장과 칠리소스를 반씩 섞고 레몬을 짜넣은 뒤에 면에 찍어먹으면 맛있다. 이걸 쌀국수 국물에 넣어도 좋다.

박=유감스럽지만 가격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에서 쌀국수는 한 그릇에 1천400∼1천5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쌀국수의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여기서도 쌀국수 가격이 최소 8천 원이다. 국내의 쌀국수는 왜 이렇게 비싼가.

이=쌀국수집을 하려면 가게의 목이 굉장히 중요하다. 당연히 임대료가 비싸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 음식점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노동집약적인 분야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탈리아 음식이나 관심을 가지지 제3세계 음식점은 별로 하려는 사람도 없다. 쌀국수집의 마진은 쌀국수에서 나온다. 쌀국수는 원가가 높지 않고, 월남쌈은 원가가 높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 다녀와 몇 가지 메뉴를 바꿨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가져온 라이스페이퍼를 사용했더니 '짜조'는 정말 바삭해졌단다. 베트남에는 쌀국수 종류가 참 많았다. 북부, 중부, 남부 지역별로도 맛이 달랐다. 북부에서는 사골국물 같았고, 남부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사용해 시원했다. 뚝뚝 끊어지는 굵은 면부터 질긴 쫄면까지 면의 종류도 다양했다. 얇은 면의 분(Bun)을 국물김치 같은 소스에 찍고, 숯불에 구운 삼겹살과 같이 먹는 분짜(Bun Cha)도 그립다. 좀 더 다양한 베트남 음식을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