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전동 와인숍&바 '레드'

입력 : 2011-05-19 15:32:00 수정 : 2011-05-20 07: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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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종 저렴한 가격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와인이 점점 좋아진다. 와인만큼 자기 이야기를 해 오는 술이 없고, 와인만큼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술이 없다. 이렇게 좋아하지만, 마냥 좋아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 또 와인이다. 콧대가 높아 아무에게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탓이다.

직업군인으로 나라를 지키던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 이 몹쓸(?) 와인이 점점 좋아지더니 아주 죽고 못살 사이가 되버렸다. 이럴 바에야 대놓고 좋아하자 싶었다. 낮에는 나라를 지키고, 퇴근 후 밤에는 바텐더로 남의 술집을 지키는 이중생활을 일 년간 했단다.

결국 총을 놓고 와인 병을 든 이가 서면의 와인숍&바 '레드'의 이승용(33) 대표이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와인에는 싫증을 느낄 시간이 없더라. 죽을 때 죽더라도 와인에 빠져 살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와인숍&바'는 또 뭘까. 어찌 보면 와인창고 같은 실내에 있는 와인이 300여 종이나 된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가격이 확실히 싸다. 중저가대 와인이 꽤 많은 점도 특징이다.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 메를로'가 4만 원이면 대형마트 가격보다 싸다. 와인깨나 좋아하는 마니아들에 따르면 이 가게에는 부산에서 보기 힘든 와인수입업체 '비노비노'와 'CSR'의 와인이 많단다. 공급 단가 자체가 높아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와인이다.

이 가게는 먼저 와인을 매장에서 고른 뒤 1인당 5천 원을 내고 마시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배가 고프다면 준비한 음식을 가져오거나 외부에서 주문한 뒤 5천 원을 내면 함께 서비스 해 준다.

이날 향이 좋은 미국산 '와인스타'를 골랐다. 그 다음 순서는 4∼5명이 앉을 수 있는 바나 달랑 2개 있는 테이블, 혹은 유일한 방 중에서 골라서 앉으면 된다. 비스킷, 치즈, 올리브 절임 같은 기본 안주가 와인과 함께 나왔다. 방에 들어가 책상다리를 하고 와인을 마시니 독특한 재미가 있다. 술은 이렇게 편하게 마시는 것이다. 와인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손님으로 가던 와인바에서 돈 때문에 못 마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마진을 작게 해서 숍에서 편하게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우리는 박리다매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담백한 크림치즈와 싱싱한 올리브 절임 안주가 좋았다. 다리를 뻗고, 주머니 사정 걱정을 안 하고,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니 마냥 좋았다. 바이엔슈테판, 하이네켄, 산토리프리미엄몰츠 등 맛있는 맥주 몇 종도 비치해 두었다.

와인 2만 5천 원부터. 영업시간 오후 1시∼오전 3시(자정 이전 입장 손님에 한정).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490의 11. 서면 아이온시티 커피빈 맞은편. 051-816-1063.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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