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바삭+부드러움 타르트(프랑스식 파이) 매력에 빠지다

입력 : 2011-06-02 15:27:00 수정 : 2011-06-03 10: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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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카페 휘고의 블루베리 타르트, 무띠의 피칸 타르트, 노란 비행기의 애플 타르트

쌉싸래한 커피를 마시면서 뭔지 모를 아쉬움으로 마음이 허할 때, 달콤함의 유혹은 늘어나는 뱃살의 공포도 잊을 만큼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한두 번쯤 먹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무릎 꿇고 만 경험이, 돌이켜보니 대부분이다. 차라리, 디저트의 황홀함을 맘껏 누리기로 했다. 

얇게 편 반죽 위에 과일이나 초콜릿, 치즈 등을 채우고 위를 덮지 않은 채 그대로 구워낸 과자, 디저트 천국 프랑스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프랑스식 파이 '타르트(tarte)'에 빠진 뒤부터다. '달콤+바삭+부드러움=타르트'라는 공식이 걸맞게 식감이 다채로운데다가 영양가도 높아 식사 대용으로도 거뜬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먹는 타르트에서 인생의 여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맛난 타르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 3곳을 찾아봤다.

카페 휘고 무려 16종… 눈과 입이 즐겁다
무띠 유기농 재료 웰빙까지 챙겼다
노란 비행기 애플·호두 '달콤한 인기'




·맛 좋은 타르트가 무려 16종 '카페 휘고'

'부산지방검찰청 인근에 맛있는 타르트 가게가 있다'는 입소문만 믿고 무작정 달려갔다. 검찰청 맞은편 골목 한 귀퉁이에서 파란 지붕을 발견했다. '카페 휘고(Figo)'. 독특한 가게 이름이 머리에 콕 박혔다. 무슨 뜻인지 궁금해하며 문을 열고 가게 안을 들어섰다.

먹음직스러운 타르트의 행렬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얀 카망베르 치즈부터 블루베리, 청포도, 딸기, 발로나, 티라미수, 마카롱 타르트에 이르기까지 종류만 16종에 달했다. 옆 쇼케이스에는 롤케이크와 샌드위치, 쿠키 등이 보기좋게 진열돼 있었고, 수제 아이스크림도 먹어 달라는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모조리 맛보고 싶었으나, 다음을 기약하며 제일 좋아하는 블루베리 타르트를 주문했다. 점심 시간인데도 타르트와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들로 가게 안이 북적였다. 테라스를 포함한 130여㎡(약 40평) 남짓한 공간 한쪽에는 색종이로 장식된 나무가 무게 중심을 잡듯 서 있었다. 옆 가림막에는 가게 손님들이 맡겨놓은 쿠폰들과 음식 사진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테이블 아래와 위쪽 벽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꾸며져 있었다. 주인장의 애정이 묻어있지 않은 곳이 없는 듯했다.

주문한 블루베리 타르트가 나왔다. 타르트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블루베리 필링이 눈을 즐겁게 했다. 블루베리의 상큼함이 입안에서 '톡'하고 번졌다. 필링 아래로는 진한 크림치즈가 가득 차 있었다. 과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입안을 감쌌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신기하게도,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바삭거리는 식감을 기대했던 타르트지를 입에 문 순간. 묵직하면서도 고소한 것이 부드럽기까지 하다니! 이 맛깔스러운 타르트를 만든 이는 20년 제과제빵 경력의 베테랑 이연승(39) 씨. '휘고'만의 타르트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 개월간 매달린 끝에 얻어낸 것이란다.

수년간 제과점을 운영해 오다가 커피에 빠져 지난해 3월 카페 문을 열었다는 주혜윤(32) 대표는 남편 이 씨가 휘고에서 파는 모든 빵을 손수 만든다고 강조했다. 최고급 재료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만들기 때문에 항상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게 문을 연 초창기에는 '타르트'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에는 점심 대용으로 타르트를 찾을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가게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다. 이탈리아어로 '짱'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법조계 손님들이 '피고'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놀린다며 웃음지었다. 나에게는, 그저 '최고'라고 들렸다.

타르트 8천~9천 원. 테이크 아웃 가능.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 연제구 거제1동 1492의 3. 부산지방검찰청 맞은편 첫 번째 골목 모퉁이. 051-502-9151.



·어머니의 손맛 가득 '무띠'

독일어로 '엄마'라는 뜻 때문이었을까. 가게를 들어선 순간 따뜻한 느낌이 마음 깊이 전해졌다. 벽에 적힌 '늙은이의 고집스러움으로 최고의 제품만 만들겠다'는 문구가 눈에 아른거렸다. 테이블이 둘 뿐인 아담한 '무띠(Mutti)'는 유기농 타르트 전문점답게 우리밀과 유기농호밀, 유정란 등 신선한 재료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쇼케이스에는 피칸, 치즈, 블루베리, 초코, 호두 등 5종류의 타르트가 맛좋은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한쪽에는 유기농 호밀빵과 곡물 쿠키가 장식품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피칸 타르트를 시켰다. 먹기 좋게 삼등분으로 나눠진 타르트가 식욕을 자극했다. 은근한 맛이 입 안에서 번져나갔다. 씹히는 피칸 필링이 대단히 신선했다. 타르트지 역시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서울 등지에서 타르트 전문점이 새로 생길 때마다 찾아가 먹어보는데 직접 만든 타르트가 제일 맛나다며 웃음짓는 이현숙(62) 대표의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2년 전 타르트 전문점을 연 이 대표는 제2의 고향인 남천동에서 맛있는 타르트를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단다. 그래서일까. 테이크 아웃 행렬이 줄을 이었는데, 오랜 이웃인 듯한 손님들이 많아보였다. 이 대표는 30년간 남천동에 살면서 음식을 많이 나눠오다 보니 타르트도 믿고 사 가는 이웃이 많다고 전했다.

이 대표에게 타르트는 '멋을 아는 사람들의 음식'이다. 배고파서 먹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온전히 맛에만 집중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란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타르트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느냐고 물었더니 차게 먹는 것이 제맛이라고 강조했다. 냉장 보관은 필수란다. 특히 커피와 함께 먹으면 타르트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치즈 타르트는 차 종류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타르트 1조각 5천 원. 타르트 1판 3만 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부산도시철도 2호선 남천역 1번 출구에서 코오롱하늘채 방면. 수영구 남천동 코오롱하늘채 상가 1층. 051-624-3454.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덤 '노란 비행기'


다소 촌스러운 노란 간판이 눈에 띄었다. 2층 입구에 들어서자 예쁜 화분 사이에 놓여있는 앙증맞은 글씨판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60여㎡(약 20평)되는 가게 안은 몹시 아기자기했다. 입구 옆 책장에는 사진과 책, 각종 소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창틀과 테이블 위에는 키티 인형과 레고 장난감 등 각종 소품이 늘어서 있다. 벽 한쪽에는 세계지도가 여러 장 붙어있고, 천장 곳곳에 조그마한 비행기와 장식물, 전등이 각양각색으로 매달려 있다.

소품에 정신이 팔려 주문도 잊을 뻔했다.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맛나다는 애플 타르트를 주문했다. 조그마한 나무 접시에 맛깔스럽게 보이는 애플 타르트 조각이 담겨 나왔다. 냉큼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함과 사과 맛이 어우러져 깔끔했다. 씹는 맛 또한 유쾌했다. 여기서 파는 타르트 역시 모두 가게에서 직접 만든 것들이다. 타르트지 반죽을 하루 꼬박 숙성시켜 고소함과 바삭함을 더했다. 특히 호두 타르트는 가볍게 한 번 구운 뒤 다시 구워내 씹는 맛과 호두 본연의 맛을 풍부하게 했다.

제과점에서 수년간 빵을 만들다가 자신이 만든 타르트를 커피와 함께 내놓고 싶어 카페를 열었다는 이미선(29) 대표는 만들 수 있는 것 중 가장 자신있는 것만 내놨단다. 애플과 호두, 두 종류가 있다. 맛만큼은 자신있다는 이 사장의 눈빛이 부드럽지만 강인해 보였다. 창문 그림과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타르트와 커피 7천 원. 테이크 아웃 가능.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금정구 부곡동 298의 20.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2번 출구 맞은편 2층. 051-515-7192.

글·사진=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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