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서면 '지라시 즈시'

입력 : 2011-06-02 15:58:00 수정 : 2011-06-13 08: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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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르 녹는 차슈 … 음식 맛에 모두들 조용 …

서면에서 맛난 '지라시 즈시'를 판매하는 곳을 발견하고는 참 반가웠다. 가게 이름도 '지라시 즈시'. 이 가게 덕분에 번화가의 수많은 음식점 중에 어느 곳을 가야할지 방황하는 시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라시 즈시는 밥을 손으로 쥐어 만드는 스시와 달리 밥 위에 여러 가지 찬들을 올려 놓은 것이다. 덮밥처럼 생겼는데, 스시처럼 밥에 식초 등을 쳐서 맛을 낸 것이 덮밥과는 다른 점이다.

함께 간 지인들과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메로와 차슈, 그리고 '도리오야꼬 벤또'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20분쯤 기다렸을까?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신나게 수다를 떨던 일행은 각각 주문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상차림이 깔끔하네, 생각보다 양이 많다, 카메라로 먼저 찍어" 등등 수선을 부렸던 것도 잠시, 젓가락질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모두 음식 맛에 빠져 먹는데에만 집중한 것이다.

일행의 수다도 잠재운 이 맛을 설명하자니, 침부터 꼴깍 넘어 간다. 제일 맛났던 것은 '차슈 벤또'(사진). 차슈는 일본식 돼지고기 수육을 말하는데, 이 집은 돼지 삽겹살 부위를 자체 개발한 소스에 하루 정도 재운 후 삶아 데리야키 소스를 바르고, 먹기 직전에 불로 살짝 그을려 불향을 더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다. 돼지고기 고유의 맛에 데리야키 소스가 더해져 입에 착 감겼다.

밥 위에는 삶은 달걀, 새우 튀김, 게살 무침, 계란말이 등이 올라와 있다. 특히 게살을 찢어 소스로 버무린 찬의 맛이 산뜻하다. 후리가케가 살짝 뿌려진 밥은 간이 적당해 이들 반찬과 잘 어울린다. 대체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도리오야꼬 벤또'는 차슈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닭다리 살이 올라가 있고, '메로 벤또'에는 48시간 특제 소스에 재운 메로가 올라가 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25살의 석상진 씨와 28살의 정민태 씨다. 음식이 늦게 나온 점을 지적하자 정 씨는 느긋하면서도 당차게 설명했다. "슬로 푸드는 요리사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반찬을 직접 만들어,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준비합니다. 만들어진 것을 데우기만 하는 그런 음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미리 주문을 하면 테이크 아웃이 가능하다.

차슈 벤또 8천500원, 도리오야꼬 벤또 7천500원, 메로 벤또 9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4시, 오후 5~10시(월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49의 18. 서면 밀리오레 맞은편. 051-819-6020.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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