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 자글자글… 밥도둑이 따로 없네

입력 : 2011-06-09 15:39:00 수정 : 2011-06-09 16: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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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 정식 2곳

가정식 백반의 꽃은 생선구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계란말이나 빨간 소시지구이를 꼽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선구이 하나만으로도 '뭔가 차려진 듯한' 느낌을 주는 포스는 다른 찬들이 쉽게 따를 수 없을 것이다. 

음식점 중에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내세운 집은 흔치 않다. 주로 이색적인 맛을 찾아다니지만, 한 번 씩은 잘 차려진 생선구이 밥상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최근에 가 본 생선구이 집 두 곳은 그럴 때 가면 좋겠다 싶었다.


'등푸른 생선의 황제' 입안 가득 번지는 싱싱함

■기름기 뺀 고등어구이 별미-센텀시티 '남도'

몇 달 전 한 독자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센텀시티나 해운대 쪽에는 음식값만 비싸고, 그에 걸맞은 맛집을 찾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센텀시티 내의 '남도'를 발견하고 그 독자가 생각났다. 생선구이 점심특선 1인분이 7천 원. 센텀시티에 위치한 가게임에도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게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는 놀라운 맛은 아니어도, 은근한 맛이 인상적이다.

가격 때문에 상차림이 엉성한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됐지만, 나온 것을 보고는 걱정이 싹 사라졌다. 생선구이 말고도 밑반찬 10여 가지가 풍성하게 나온다. 삼삼하게 간을 한 것이, 밥을 다 먹은 후에도 계속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꼬막 무침, 죽순 들깨 무침, 깻잎 무침 등 전라도 순창이 고향인 강원옥(46) 사장의 손맛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러고 보니 간판이 '남도' 였다.

점심특선 1인분을 주문하면 중간 크기 간고등어 1마리나, '빨간고기'이라 불리는 눈볼대 2마리 중 선택할 수 있다. 고등어구이는 그릴에 구워 기름기가 쪽 빠졌다. 겉은 바삭한데, 속살은 촉촉하면서 부드럽다. 고등어의 싱싱한 맛과 구이 특유의 맛이 잘 살아있다. 눈볼대는 기름을 두르고 살짝 튀겼다. 간이 좀 심심했지만, 생선 살 자체의 맛은 더 잘 느껴졌다. 소금 간이나 양념장에 파묻힌 구이 맛이 아니어서 마음에 든다.

맛나게 먹으면서 이 맛에, 이 위치에서 어떻게 가게 수지를 맞추는지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점포세를 따로 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게다가 생선구이 재료는 인근 백화점에서 구해서 쓴단다. 강 사장은 "업종 특성상 좋은 재료를 써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생선구이처럼 특별나지 않은 메뉴일수록 좋은 재료를 써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사장의 장사 원칙 덕분에 단골손님이 꽤 많다. 최근에는 어느 임신부가 한 달째 매일 식사를 하러 온단다. 친정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껏 차린 상차림 때문일 것이다.

생선구이 점심특선 7천 원. 생선구이 8천 원. 고등어구이 1만 2천 원. 영업 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58 인텔리움 2층. 051-905-9292.



삼치·조기·고등어… 집 나간 입맛 대령이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초량 '덕미'

초량동의 '덕미'는 주변에서 '괜찮은 집'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6년째 영업을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 보다. 이 집 손님의 대부분은 단골손님이다. 김미애(52) 사장은 별스러운 상차림도 아닌데. 한 번 이 집에 오면 누구를 데리고 꼭 다시 오더라고 소개했다.

푸짐하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 식사량이 많지 않은 3명이 '생선 모듬구이' 2인분을 시켰다.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하며 무조건 사람 수대로 주문해야 된다고 했다. 좀 야박하다 싶었지만 장사 수지를 맞추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조였던 허리띠를 좀 넉넉하게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나오는 데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생선을 굽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윽고 상이 차려졌다. 이 집도 밑반찬이 풍성했다. 집 반찬의 정석이라 불릴 수 있는 콩나물 무침, 깻잎 무침 등 10여 가지가 나온다.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집 반찬의 맛 그대로다. 모든 찬은 김 사장이 직접 만든다.

'생선 모듬구이'에는 갈치, 꽁치, 삼치, 고등어, 조기, 서대가 나왔다. 삼치는 3인분 이상에만 나오는 메뉴란다. 2명 이상이 가면 '모듬구이'를 시켜먹는 게 좋겠다. 여러 가지 생선구이 맛을 비교해가면 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조금 퍽퍽하지만 구수한 삼치, 짭짤한 조기, 특유의 기름기가 입맛을 돋우는 고등어 등. 함께 간 이들과 내 입맛에 맞는 생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가 다 비워졌다.

김 사장은 자갈치에서 매일 생선을 구해 온다. 오랜 생선구이 장사 끝에 생김새만 보아도 맛이 어떨지 짐작이 간단다. 생선마다 굽는 방법과 숙성시키는 시간도 다르다. 조기는 간을 해서 하루 정도 냉장을 하고, 고등어는 바로 구워먹는 것이 제맛이란다. 김 사장은 '특색 없는 것이 특색인 상차림'이라고 이야기했다. '무 특색의 맛'에 끌리는 이들이 많나 보다. 점심 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때도 종종 있다.

생선 모듬구이 2인분 2만 원. 3인분 2만 9천 원. 정식 8천 원.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초량2동 415의 18.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인근. 051-464-1213.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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