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난 파스타집 두 곳] 탱탱한 면발 · 싱싱한 해산물에 블로거들 수군수군

입력 : 2011-06-23 15:51:00 수정 : 2011-06-23 17: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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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테리아 부부'의 카르보나라. 면의 노란색이 그대로 보일 만큼 소스를 살짝 버무린 위에 치즈를 뿌렸다.

파스타 음식점은 떡볶이집만큼이나 많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수많은 떡볶이집 중에서 입에 맞는 곳이 흔하지 않듯 말이다. 

최근 음식점 블로거 사이에 화제인 파스타집 두 곳을 다녀왔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만난 맛집이라 네잎 클로버라도 만난 듯 기뻤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 때문일까? 행운의 맛을 나누고 싶은,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다.


부산역 앞 '오스테리아 부부'

계란 노른자의 환상적인 맛 '카르보나라'

'오스테리아 부부'의 카르보나라. 면의 노란색이 그대로 보일 만큼 소스를 살짝 버무린 위에 치즈를 뿌렸다.

간판을 설핏 보고 오스트리아 출신 부부가 운영하는 집인 줄 알았다. '오스테리아(Osteria)'는 부담없는 가격으로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을 일컫는 말로, '동네 식당'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이집에선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먹어봐야 한다는 지인의 추천에 약간 망설였다. 개인적으로 맛난 카르보나라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대개는 크림소스가 느끼해서 "김치 좀 주세요"라는 말을 저절로 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거듭된 추천에 다시 한 번 카르보나라에 도전했다. 점심세트에는 샐러드와 빵이 나오는데, 샐러드에 유자청이 살짝 올라가 있어서 달콤한 맛이 더했다. 또 주문하자마자 면을 삶기 시작하는 것도 특이했다.

잠시 뒤 나온 카르보나라는 내가 알던 그 음식이 아니었다. 흰 크림소스가 흥건하게 뿌려진 것이 아니라, 소스가 살짝 묻은 듯 만 듯한 노란색 면이 단정하게 그릇에 담겨 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색감에 얼른 면을 포크로 말아 한 입에 넣었다. 갓 삶은 면발의 탱탱함이 입안 가득 생동감을 준다. 면발이 단단하게 삶긴 상태인 '알덴테'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면발의 파닥거리는 움직임에 '싱싱하다'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른다. 동시에 계란 노른자로 만든 소스 특유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온전히 전해진다. 어찌 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태어난 김유신(34) 사장과 그의 일본인 아내가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요리사로서 그의 이력은 약간 독특하다. 서울에서 원래 경호원으로 일하다 자취를 하면서 자신의 소질을 알게 됐다.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화학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몸에 나쁜 것을 음식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 때문에 잦은 충돌을 빚자 그길로 그만두고 일본과 이탈리아로 떠나 각각 4년과 2년 반 동안 요리를 배웠단다. 그리고 지난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동네에서 '동네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연 것이다.

파스타 이외에도 스테이크와 광어구이, 문어와 감자로 만든 '타코자가' 등 일품요리 등도 판매한다. 와인과 사케,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카르보나라 8천 원. 크림 마레 1만 원. 파스타 점심세트 7천~8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오후 4시 30분~밤 12시(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초량2동 377의 8. 부산역 맞은편 국민은행 인근. 051-466-6190,



서면 '루꼴라 키친'

기본기 탄탄한 오일 파스타 '비앙코'

'루콜라 키친'의 오일 파스타 비앙코. 조개와 새우 등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푸짐하다.

지난해 10월 서면의 엔젤호텔 1층에 문을 연 가게다. 토마토소스 등 다른 소스를 이용하지 않고 올리브 오일을 주로 사용한 파스타가 괜찮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유의 파스타는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맛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와인은 다음에 즐기기로 하고, 해산물과 올리브 오일로 만든 파스타와 '루꼴라 피자', 그리고 디저트로 구성된 점심세트를 주문했다.

식전에 나온 오징어먹물 빵과 옥수수 빵, 와인 빵은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것. 주 메뉴인 '비앙코'에는 해산물이 듬뿍 담겨 있다. 재료가 많다는 것은 화학조미료를 적게 쓴다는 반증이다. 뒤에 들은 말이지만 소금을 하나도 넣지 않았다고 했다. 면발은 푹 삶기지 않아 씹히는 맛이 살아있다. 오일을 주 재료로 사용했지만 느끼하다기보다 부드럽다는 느낌이 든 것은 해산물에서 나온 육수의 감칠맛 때문이다. 구수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맛이 입에 착 감긴다. 피망을 넣은 올리브 오일을 사용해 뒷맛이 개운하다. 감자처럼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내는 마늘도 식욕을 자극한다.

소믈리에 출신 백운석 사장의 말을 들으니 이 맛을 내기 위해 철저하게 재료를 준비했다. 매일 자갈치시장 등에서 해산물을 사서 그날그날 사용해, 냉동 육수와 해산물이 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조개나 바지락 등 해산물 상태를 점검하고, 그에 따라 파스타에 들어갈 개수를 정하는 것이란다. 오로지 해산물 육수와 올리브 오일로만 맛을 내기 때문에 어떤 메뉴보다 준비가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루꼴라 피자'는 루콜라 특유의 향미가 이색적이었다. 루콜라는 이탈리아 음식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허브로, 쌉쌀하고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그리고 점심 세트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쇼콜라 퐁당'. 커피 잔 안에 부드러운 빵과 그 속에 초콜릿이 담겨 있는 형태다. 숟가락으로 뜨면 초콜릿이 흘러나오는데,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촉촉한 맛이 일품이다.

파스타의 담백함이 인상적이라고 했더니 백 대표는 일부러 와인에 어울리는 메뉴만 뽑았다고 했다. 와인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거품이 덜한 듯하다. 가게 앞 테라스에서 저녁에 와인과 함께 파스타를 즐기는 것도 꽤 괜찮을 듯싶다.

비앙코·봉골레 1만 2천 원. 쇼콜라 퐁당 4천 원. 점심 세트 1만 1천~2만 8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전 1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223의 2. 엔젤호텔 1층. 070-4217-0329.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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